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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94

회사원, 소지섭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소재의 함정 가끔 기가막힌 소재가 떠오를 때가 있다. 앞뒤 맥락이 없이 딱 떠올리기만 해도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흐르는 그런 소재 말이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런 소재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그리고 그렇게 매혹적이기에 때로는 사람의 눈을 멀게도 만든다. 간첩이라는 영화가 그랬다. 한국에 파견나와 있는 간첩들의 이야기. 그런데 생활고에 찌들어서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 간첩들의 이야기는 정말 매혹적인 소재였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남파 간첩들의 이야기' 이 소재만 들어도 '이건 된다'라는 확신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영화는 대중에게 사랑 받지 못했고, 작품 자체로도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소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많은 장면들이 필요했고, 결국 그것이 영화의 흐름을 상대히 .. 2012. 10. 12.
광해, 이병헌의 클래스를 증명하다. 이병헌은 안티가 많은 배우가 되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는 할리우드에서도 통하는 배우로 인식되며 대중의 호감을 샀던 배우였다. '지아이조2'에 대한 기사가 뜰 때마다, 그리고 그가 'RED2'에 합류한다는 기사가 뜰 때마다 대중은 이병헌에게 호감의 시선을 던졌다. 이민정과의 교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말이다. 내 친구도 이병헌을 싫어하게 됐다. 이유는 이민정과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이병헌에게 지속적인 스캔들이 있었고, 그런 이병헌이 이민정을 사귄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교제 사실을 밝힌 후로 이병헌은 비호감이 되었다. 그런 이병헌이 주연한 광해가 개봉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에 대한 아주 직접.. 2012. 9. 13.
피에타, 끔찍했던 돈과 폭력의 랑데뷰 과연 돈이 더욱 폭력적일까? 아니면 폭력이 더욱 폭력적일까? 이 질문은 얼핏 보면 말장난 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었다. 피에타는 돈과 그 돈이 만들어 내는 폭력, 그리고 정화를 다룬 영화다. 이 작품은 김기덕 특유의 색깔은 그대로 묻어나 있지만, 표현은 조금 더 순화 되었고, 구성은 조금 더 단순해 졌다. 그러나 그 안에 심어 놓은 수많은 은유와 직유들은 후반부로 갈 수록 하나의 큰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며 결국은 정화에 도달한다. 이 영화를 보고 김기덕 영화의 특징이나, 김기덕 영화에 대한 분석을 하고 싶은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 보다는 돈과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금 현재 나와 사회의 모습이 보였고, 결국 이 영화는 현재에 대한 사유와 고민을 하게 끔 나.. 2012. 9. 10.
알투비, 과연 흥행에 성공할 것인가? 알투비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영화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이기도 하고 항공액션을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비가 출연한다. 대중 입장에서는 상당히 구미가 당길 법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 전문가 평가를 보면 하나 같이 별로라고 이야기를 한다.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를 잘 만든 영화라고 하기는 조금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일단 내용 자체가 너무 진부하다. 기존에 등장했던 작품들과의 차이점을 말하기가 힘들다. 장르적 전통 안에서의 발전은 전혀 없고, 그저 기존에 있던 작품들의 답습만이 있을 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답습 마저도 아주 짜임새 있게 이뤄지진 못했다. 뻔한 설정, 뻔한 내용, 그리고 뻔한 전개는 이 영화를 좋게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이 영화 재밌다. 항공씬은 시원했고, 배우들의 .. 2012. 8. 17.
조선판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무래도 2012년 대한민국 영화계의 화두는 '도둑질'인 것 같다. 마카오에서 '태양의 눈물'을 훔쳐낸 도둑들이 국민의 마음을 훔치면서 천만 돌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와중에, 또 한편의 도둑 영화가 개봉 했다. 바로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도둑들'보다 더욱 도둑질에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도둑질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인 '도둑들'에 비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도둑질 그 자체가 처음이자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도둑들' 한명 한명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들이 어떻게 어떤 임무를 발휘하여 도둑질을 행하는지를 기본 골격으로 담는다. 그래서 영화 중간 중간에 각 도둑들의 '능력'과 함께 도둑들을 소개해준 장면은 꽤 신선.. 2012. 8. 9.
배우의 힘! [도둑들]을 완성시키다. 도둑들 흥행의 일등 공신은 최동훈 감독이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훌륭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잘 못하면 난잡한 이야기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훌륭한 배우들이 정확하게 자기가 해야할 수준의 연기를 해 주었고, 서로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그래서 이 영화, 제대로 완성 된 것이다. 1. 김윤석 마카오박으로 분한 김윤석은 일단 다른 캐릭터들을 다 압도할 수 있을 만한 카리스마를 지녀야 했다. 김윤석은 그걸 해냈다. 게다가 줄타기 액션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임달화씨는 직접 몸을 날리는 한국인 배우들의 열정에 대해서 감탄했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무게감에 더불어 와이어 액션까지 해 냈으니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2. 김혜수 예쁘다. 진짜 기가 막히게 예쁘다. 그런데 포스가 있다.. 2012. 7. 31.
도둑들, 김수현이 큰 역할을 해내다. 도둑들은 전지현의 영화다. 수 많은 캐릭터 사이에서 전지현 만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그리고 그 덕에 도둑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도둑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단연 전지현이다. 이 영화에서 전지현이 맡은 예니콜의 역할은 영화 전체를 좌지우지 할만큼 중요하다. 배우들 사이의 긴장감을 이완시키면서 동시에 그것을 역동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안되면 영화는 너무 무거워 지루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도둑들이 재밌는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전지현'이 살아나야만 했다. 문제는 그렇다고 '예니콜'을 처음부터 너무 자유롭고 동떨어진 캐릭터로 설계해 버리면, 예니콜은 영화에 흡수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약간 겉도는 캐릭터로 전락해 .. 2012. 7. 25.
한국사람도 박수치게 만드는 다크나이트라이즈 어려서 영화감독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이 때, 영화 공부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몽타쥬의 교본인 전함 포템킨도 아니고 최고의 영화로 불리우는 시민케인도 아닌 나운규 감독님의 아리랑에 대한 일화였다. 극장 안에 있는 모든 관객들이 영화에서 나오는 아리랑을 다함께 따라 부르는 장면을 연출 했다는 그 일화는 나에겐 마치 전설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 영화는 관객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영화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관객반응은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기립박수정도일 것이다. 그 박수야 말로 관객이 영화를 매우 잘 봤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시이자 인사이고 환호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런 반응은 영화제나 가야 느껴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영화가 끝나면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에.. 2012. 7. 20.
도둑들, 죽은 전지현을 살려낼까? 전지현은 매우 특이한 배우이다. CF로 성공한 그녀는 엽기적인 그녀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그것으로 끝났다. 아직도 전지현은 CF스타와 엽기적인 그녀로만 설명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연기자로서 전지현은 조금 강하게 말하면 파괴자였고, 단 하나의 히트작만 있는 죽은 여배우였다. 특히 그녀는 정말 훌륭한 남자배우들과 함께 해서 모두 실패한 전력이 있다. 4인용식탁에서는 '박신양'을 보내버렸고,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는 '장혁'과 함께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공은 거두질 못했다. 데이지에서는 '정우성, 이성재'를 보냈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는 '황정민'을 보냈다. 이쯤 되면 남자배우 파괴자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녀가 왜 이렇게 항상 실패했는가를 보면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2012. 7. 14.
스파이더맨이 연가시 흥행돌풍을 만들다. 연가시의 흥행돌풍이 무섭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더니 100만 관객을 넘어서서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을 노리고 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헐리우드 최고의 흥행카드와 맞붙은 연가시가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성공에 있어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자체의 힘이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당연히 흥행이 될 수가 없다. 개개인의 선호도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보편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흥행을 할 수 있다. 연가시는 다행히 그런 미덕을 갖추었다. 연기도 훌륭했다. 김명민의 연기, 문정희의 연기, 김동완의 연기, 이하늬의 연기는 모두 훌륭했으며, 그 외에 등장한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그러니까 연가시는 영화 그 자체의 힘을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바로 이 지.. 2012.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