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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배우의 힘! [도둑들]을 완성시키다.

by 박평 2012. 7. 31.

도둑들 흥행의 일등 공신은 최동훈 감독이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훌륭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잘 못하면 난잡한 이야기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훌륭한 배우들이 정확하게 자기가 해야할 수준의 연기를 해 주었고, 서로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그래서 이 영화, 제대로 완성 된 것이다.


1. 김윤석

마카오박으로 분한 김윤석은 일단 다른 캐릭터들을 다 압도할 수 있을 만한 카리스마를 지녀야 했다. 김윤석은 그걸 해냈다. 게다가 줄타기 액션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임달화씨는 직접 몸을 날리는 한국인 배우들의 열정에 대해서 감탄했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무게감에 더불어 와이어 액션까지 해 냈으니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2. 김혜수

예쁘다. 진짜 기가 막히게 예쁘다. 그런데 포스가 있다. 전지현에게도 안 밀리는 무게감이 있다. 김혜수가 무게감을 잡아주니 같이 하는 장면이 많았던 전지현과 이정재의 캐릭터가 선명해 졌다. 덕분에 중국측의 파트너로 나온 이신제도 빛을 발한다. 이건 기가 막힌 연기다. 김혜수는 도둑들에서 상대와의 합에 가장 신경 쓴 연기를 보였고, 완벽했다.


3. 이정재

뽀빠이는 가장 캐릭터를 잡기가 어려웠던 배역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팀의 리더로서 어느 정도의 무게감도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가벼워야 하는, 그리고 갈등의 중심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야 하면서도 동시에 웃겨야 하는 어떻게 보면 가장 복잡한 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정재는 해냈다. 제작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뽀빠이는 이정재를 통해 완성됐다. 원래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배우였지만, 다시 한 번 그가 실력있는 배우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 시켰다. 


4. 김해숙

도대체 이분 연기에 대해서 감히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송구할 정도다. 이번에는 맬로까지 보여 주셨다. 이 매력적인 여배우를 어머니의 모습으로만 캐스팅했던 분들이 반성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최동훈 감독은 김해숙씨의 기가막히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뽑아내 주었고, 김해숙은 그 역을 완벽하게 수행하셨다. 연기는 언제나 최고다.


5. 김수현

이미 분석을 한 적 있지만, 도대체 김수현은 합이 잘 안 맞는 배우가 거의 없다. 이건 배우의 천부적 능력이다. 수지와도 맞고, 한가인과도 맞는다. 배우와 합이 잘 안 맞는 경향이 있는 전지현과도 합을 제대로 맞췄다. 심지어는 두 번째 키스씬을 통해 흔하지 않은 상대와도 합을 잘 맞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대 배우들 앞에서 이 정도 연기를 하고 오히려 자신이 합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이 배우 앞으로 엄청난 필모그라피를 쌓아 갈것이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나이 때 배우들 중에서는 연기는 확실히 최상급이다.


6. 전지현

날아다녔다. 전지현은 원래 부터 연기가 나쁘진 않은 배우였다. 사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 속했다. 단지 상대 배우와 합이 잘 안 맞는 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극복한 듯 싶다. 활개치고 다니는 역이라 '김해숙, 김혜수, 김윤석, 김수현, 오달수, 이정재'등과 계속 합을 맞추는데 꽤 잘 맞춘다. 거기에 자세가 좋다. 연기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세를 잡는 것인데, 전지현은 여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녀 덕분에 극은 무게감과 화려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7. 오달수

오달수의 장점은 오달수의 캐릭터가 무척이나 강하면서도 연기 톤이 다르다는 점이다. 웃음을 책임지는 조연들의 경우 배역이 달라도 똑같은 연기톤을 보여줘, 보는 사람으로부터 지겹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오달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캐릭터는 강한데 연기 톤은 항상 캐릭터에 맞게 변화한다. 여기서 그는 100% 앤드류였다. 


8. 임달화

너무 멋있다. 10년치를 한번에 해결하는 모습도 멋있지만 임달화의 최고는 바로 표정연기다. 도박테이블에 올라가서 손가락을 내밀며 짓는 그의 표정에는 '여유'와 '애정'이 모두 들어있다. 표정이 곧 연기가 되는 경지다. 대배우는 역시 대배우다.


9. 이신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배우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여자들이 많았다. 중국어 연기라 연기 자체를 평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무엇보다 멋있었다는 점에서 자기 본연의 임무는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10. 증국상

사실 가장 아쉬웠던 배우이다. 비중이 크지 않아 연기를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오달수와 정반대되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둘의 합동 작전은 꽤 괜찮은 그림을 만들어 냈다.


11. 신하균

특별출연이다. 그런데 정말 특별하다. 아, 신하균은 연기 너무 잘한다. 솔직히 말하면 신하균이 최고였다.


도둑들은 감독의 영화이다. 그러나 동시에 배우들의 영화이기도 했다. 분량이 적어 아쉬웠던 증국상을 포함하여 모든 배우들이 영화 안에서 살아있다. 그래서 이 영화 여러번 봐도 재밌다. 배우들의 관계를 다 알고 나서 다시 보게 되면 이들 사이에 있는 아주 세밀한 연기들이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정재가 옥상 위에서 다리를 땅바닥에 비비면서 자리를 잡는 연기 같은 것들이 보이면 이 영화 정말 더 재밌어 진다. 훌륭한 11+알파의 배우들이 펼치는 시원한 한판이 바로 도둑들이고, 이 영화, 그래서 배우들의 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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