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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도둑들, 김수현이 큰 역할을 해내다.

by 박평 2012. 7. 25.

도둑들은 전지현의 영화다. 수 많은 캐릭터 사이에서 전지현 만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그리고 그 덕에 도둑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따라서'도둑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단연 전지현이다.


이 영화에서 전지현이 맡은 예니콜의 역할은 영화 전체를 좌지우지 할만큼 중요하다. 배우들 사이의 긴장감을 이완시키면서 동시에 그것을 역동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안되면 영화는 너무 무거워 지루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도둑들이 재밌는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전지현'이 살아나야만 했다. 문제는 그렇다고 '예니콜'을 처음부터 너무 자유롭고 동떨어진 캐릭터로 설계해 버리면, 예니콜은 영화에 흡수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약간 겉도는 캐릭터로 전락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초반에 그녀를 자연스레 극 안으로 끌어 넣어줄 도우미가 필요했고, 바로 그 역할을 해 준 것이 김해숙과 김수현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김수현이 전지현의 파트너로서 더욱 큰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비중으로는 매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김수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전지현은 상대 배우와 합이 잘 안 맞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어떤 남자 배우를 붙여도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고 연기의 시너지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해낸 유일한 배우가 연기 호흡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거의 천재적이라고 보이는 차태현이다. 나머지는 모두 전지현과 시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심지어는 박신양이나 황정민 처럼 연기로는 최고라고 일컬어 지는 배우들조차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분명한 건 '전지현'과 호흡을 맞춰서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남자배우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김수현'이 해냈다.


'해를 품은 달'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 전에 캐스팅 된 이 작품을 통해 김수현은 자신이 꽤 좋은 배우라는 것을 증명해 냈다. 그는 전지현과 합을 이뤄냈고, 상당한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김수현은 전지현과 대사를 하는 내내 전지현이 부각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 이것이 감독의 디렉션에 의한 것이든,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든 엄청난 연기적인 감각임에는 분명하다. 덕분에 전지현은 이야기 안에 잘 정착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괴리감 없이 활개 칠 수 있었다. 장담하건데 만약 촬영이 지금 이루어졌다면 김수현은 영화 후반부에 아마 다시 등장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김수현과 전지현의 합은 훌륭했다. 


또 한가지 대단한 것은 짧은 시간동안 나오면서도 씬스틸러로서 활약을 했다는 점이다. 김수현이 나오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혹은 박장대소했다. 이는 영화의 시나리오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김수현의 디테일한 연기 또한 큰 작용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잘 계산되어 있는, 그리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그냥 어쩌다보니 나온 것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호흡이었고, 이를 김수현이 잘 해낸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호흡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데, 김수현은 무난하게 해냈다.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남자들은 '전지현'이야기를 하겠지만 여자들은 '김수현'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출연 분량에 비하면 이 또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도둑들의 주인공들은 '김윤석, 전지현, 김혜수'등이지만 김수현은 자기가 해야할 것 이상의 큰 역할을 해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확실히 김수현은 현재 연기를 하는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장 발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데다가 사람의 시선을 끄는 매력도 충만하다. 그렇기에 이 젊은 배우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보는 재미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브라운관이 아닌 큰 화면에서 그가 또 얼마나 괜찮은 모습을 보여줄지 그의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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