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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한국사람도 박수치게 만드는 다크나이트라이즈

by 박평 2012. 7. 20.

어려서 영화감독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이 때, 영화 공부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몽타쥬의 교본인 전함 포템킨도 아니고 최고의 영화로 불리우는 시민케인도 아닌 나운규 감독님의 아리랑에 대한 일화였다. 극장 안에 있는 모든 관객들이 영화에서 나오는 아리랑을 다함께 따라 부르는 장면을 연출 했다는 그 일화는 나에겐 마치 전설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 영화는 관객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영화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관객반응은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기립박수정도일 것이다. 그 박수야 말로 관객이 영화를 매우 잘 봤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시이자 인사이고 환호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런 반응은 영화제나 가야 느껴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영화가 끝나면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에 일단 빨리 나가려 하는 방식의 관람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상영 영화가 끝났을 때, 아무리 영화가 좋았어도 큰 반응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끝나자 군데군데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물론 전 관객이 다 박수를 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수의 관객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상영관은 IMAX관이었고 꽤 큰 규모를 지니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영화제가 아닌 곳에서 이렇게 박수를 치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더 놀라운 것은 3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이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다. 뒤에 후속작에 대한 예고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마블사의 영화도 관객들이 빠져 나가는 상황인데, 이렇게 남아 있는 모습 자체가 생소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이후에도 관객은 다시 박수를 쳤고, 난 난생 처음보는 이 광경에 넋을 잃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명성에 걸맞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아쉬워 할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재미 없어할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는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동안 긴박감있게 관객을 몰아 붙인다. 그리고 IMAX로 촬영된 장면들은 관객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특히 배트맨 3부작의 완결편으로서 이 작품이 지닌 미덕 또한 훌륭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영화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다. 돈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만원이 약간 넘는 돈으로 3시간 가까이 즐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단, 보기 위해서는 어떤 작품보다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배트맨 비긴즈와 배트맨 다크나이트를 다시 보는 것이다. 전 편의 내용들이 있어야 영화는 더욱 많은 것을 전달해 준다. 두 번째로 화장실이다. 상영시간이 길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관객이 있었다. 한장면 한장면이 주옥 같기 때문에 가급적 화장실을 많이 다녀와 완전히 비워 놓기를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IMAX로 보길 바란다. 물론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 가치는 있다. 화면이 작아보이게 만든다는 3D를 포기하고 '큰 화면'이 갖는 힘을 적극 활용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선택은 확실히 성공했다. TV가 보급됐을 때, 영화시장이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영화는 영화 특유의 큰 화면을 통해 살아남았다. 3D가 대세지만 역시 영화의 기본은 큰 스크린이 지닌 힘에 상당부분 의존한다. 이 영화를 가급적 IMAX로 봐야 하는 이유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대단했다. 한국에서, 그것도 일반 상영에서 박수가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이 분명히 영화사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오스카상이 이 슈퍼히어로를 맞이할지 그렇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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