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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추적자가 남긴 가치들

by 박평 2012. 7. 18.

마침내 추적자가 종영되었다. 시청률은 20% 넘겼고, 방영내내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드라마가 그렇게 화제를 불러 일으킨 데에는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1. 명배우의 힘

스타급 연기자는 과연 무엇일까? 팬이 많은 아이돌들이 스타급 연기자일까? 아니면 인기 많고 CF 많이 찍은 연기자일까? 드라마의 흥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스타급 연기자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내리긴 쉽지 않다. 그러나 결국 따지고 보면 시청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연기자를 스타급 연기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연기자란 '아이돌'이라서 원래 팬이 많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환호하는 젊은 스타들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연기가 조금 모자라도 아이돌을 캐스팅하고 인기 많은 젊은 스타들을 캐스팅하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추적자는 연기를 잘하는 '명배우'도 스타급 연기자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방영 내내 손현주, 박근형, 김상중과 같은 명배우들의 연기는 화제가 됐고, 그 연기 덕분에 사람들은 이 드라마에 빠져 들었다. 만약 그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이들의 연기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 작품에 함께 분노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적자는 '명배우'가 곧 흥행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배우의 힘을 증명한 것이다.


2. 장르 드라마의 흥행

한국에서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 수사물은 수사하면서 사랑하는 이야기, 공포물은 죽어가면서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 물론 점점 장르 드라마가 늘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랑'이 드라마의 주요 소재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드라마, 일관되게 복수만을 생각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느와르적 장르를 끝까지 밀어 부친 것이다. 이는 'SBS 드라마국' 편성 방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SBS는 작년부터 싸인이나 유령과 같은 장르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편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우중충한 드라마는 끝까지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 장르 드라마가 충분히 가능하고, 앞으로 계속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이다. 추적자의 성공은 국내에 장르 드라마 열풍이 더욱 거세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3. 기막힌 사회비판

91.4%의 투표율이 4.19를 연상시키고, 15년과 8년의 형이 결국 5.18을 연상시켰던 것처럼, 추적자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브라운관에 풀어 놓았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렇게 보여준 작품은 많지 않다. 지금 시대의 생활의 모습, 사랑의 모습, 관계의 모습들을 보여 준 작품은 많았지만 사회의 기득권을 정면으로 다루고 비판했던 드라마는 찾아 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추적자는 처음 부터 끝까지 우리내 기득권에 대해 통렬한 비난의 화살을 겨눴다. 그리고 가감 없이 표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백홍식은 15년형을 살고 서회장은 8년형을 사는 모습을 통해서도 우리네 사회의 모습을 잘 비추어 주었다. 말그대로 사회에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비록 추적자는 끝났고,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이 드라마는 사회에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졌고, 여전히 시청자들은 그 화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분명히 사회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아주 약간의 도움이라도 줄 것이다. 그렇게 조금의 고민과 조금의 생각이 모여서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던진 그 화두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사회에 매우 큰 무언가를 남겨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추적자의 미덕은 사실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이 드라마가 성공한 자체가 미덕이기 떄문이다. 거기에 매회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 시나리오와 연기자들의 연기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를 편성해준 SBS 드라마국에 감사의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렇게 이 드라마는 드라마가 지닐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을 지니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많은 분들이 추적자가 종영되어 아쉬워 하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일단 미국 드라마 24시를 보면서 느꼈던 수면부족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몰아보기'코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작품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찾아보는 '숨은그림찾기'코스, 백홍석이 탈옥해서 또 다시 추격전을 펼치는 시즌 2의 제작을 요구하는 '구걸'코스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추적자는 아직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남겨주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 추적자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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