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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출생의 비밀이 꼭 필요했을까?

by 박평 2012. 7. 11.

콜린이 도진의 아들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많은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서 불편한 기색이다. 시청자들은 도진과 이수의 달달한 로맨스를 더욱 기대했고 출생의 비밀과 같이 불쾌한 상황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이 너무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이고, 드라마가 막장으로 가는데 있어서 매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였기 때문에, 신사의 품격이 전해주는 깔끔한 재미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콜린'은 무척이나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임에 분명했다.


그래서 일부 시청자들은 여전히 콜린이 친아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콜린이 김도진의 아들임을 알리는 증거들을 드라마상에 배치했고, 김은희의 인정, 그리고 친부확인까지 된 상황에서 이 설정 자체가 바뀔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인다. 만약 콜린이 김도진의 아들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공들여서 만든 모든 것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되어 버리고, 콜린이 도진의 아들임을 밝힌 김은희는 그렇게 말할 만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드라마는 더욱 막장으로 가버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콜린이 도진의 아들인 것은 거의 고정 됐다고 봐야 한다. (물론 김은숙 작가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이를 엎을 가능성이 아주 조금은 있긴 하다.)


그렇다면 왜 콜린이라는 설정이 필요했을까? 사실 한참 지나서 자신이 모르고 있던 자신의 아들이 찾아오는 상황은 상황만 보면 막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긴 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유로 드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임신 사실을 안 지인은 해외로 도피해서 아이를 낳았다. 이런 일은 분명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동안의 드라마에서는 이런 일을 '복수'나 '파국'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해 왔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막장 소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과연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그렇게 분노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한 가정이나 한 사람의 인생을 파국으로 만들려 하는 것과 같은 매우 드라마적인 행동을 할까? 라고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지는 않다. 바로 이 지점을 생각해 보면, 신사의 품격이 이 소재를 사용한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만보면 신사의 품격은 그 동안 갈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기 친구의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자, 기억상실증을 지니고 있는 남자, 다른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 유부남, 친구의 동생을 사랑하는 남자등. 이 소재만 보면 아침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만하다. 그러나 신사의 품격은 이런 일들은 격한 사건 사고로 다루기 보다는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하게 다뤄왔다. 마치 중년이란 어떤 큰일이 일어나도 차분하게 그 일을 받아 넘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듯이 말이다. 그래서 김도진의 기억상실도 그냥 그렇게 담담하게 그려냈던 것이다. (뒤에 다시 이 소재가 사용될 가능성은 높다.)


시크릿가든때도 그랬던 것처럼 뻔한 상황을 비트는 것, 그것은 김은숙 작가의 특기였다. 시크릿가든에서 길라임이 문분홍여사를 만나 이야기를 할 때, 기존 드라마와는 다르게 당당하게 말을 해서 속 시원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처럼, 신사의 품격에서도 이 뻔한 소재를 다르게 풀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40대' 중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뻔한, 자극적인 설정은 오히려 신사의 품격에 필요한 설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사의 품격은 이 설정 자체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이 멋진 40대의 남자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풀어가느냐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짝사랑하는 여자를 두고도 다른 여자를 집으로 들였던 김도진, 그리고 그것을 싫어하는 여자를 위해 그런 행동을 접었고, 더 열정적이었던 어제를 살기 때문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던 김도진이라면, 이 상황에서도 결국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고, 작가는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설정을 김도진이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를 보는 것, 소재가 아니라 그 소재를 어떻게 다뤄나갈지를 보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큰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 것을 어떻게 풀어 내느냐에 따라서 신사의 품격이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남을지 아니면 그저 괜찮았던 드라마 정도로 남을지가 결정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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