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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스파이더맨이 연가시 흥행돌풍을 만들다.

by 박평 2012. 7. 9.

연가시의 흥행돌풍이 무섭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더니 100만 관객을 넘어서서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을 노리고 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헐리우드 최고의 흥행카드와 맞붙은 연가시가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성공에 있어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자체의 힘이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당연히 흥행이 될 수가 없다. 개개인의 선호도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보편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흥행을 할 수 있다. 연가시는 다행히 그런 미덕을 갖추었다. 연기도 훌륭했다. 김명민의 연기, 문정희의 연기, 김동완의 연기, 이하늬의 연기는 모두 훌륭했으며, 그 외에 등장한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그러니까 연가시는 영화 그 자체의 힘을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바로 이 지점이 흥행의 아주 중요한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영화의 흥행은 단순히 영화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주변상황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스파이더맨과 같은 시기에 개봉하게 된 연가시는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러보니 오히려 스파이더맨을 흥행에서 앞질렀다. 그리고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연가시가 스파이더맨과 함께 극장에 걸렸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이 개봉하면서 극장은 매우 단순하게 정리 되었다. 그 동안 흥행이 잘 되지 않던 영화들이 한꺼번에 정리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한국영화들이 그랬다. 미쓰고, 아부의 왕, 후궁등이 한번에 정리 되면서 극장가에는 '스파이더맨 vs 연가시'의 구도가 만들어져 버렸다. 스파이더맨 같은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런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에게는 '연가시'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미 어벤져스가 흥행 성공을 거둔 상황에서 또 다른 미국식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러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관객은 생각보다 적었을 것이다. 그것도 이미 큰 흥행을 거뒀던 스파이더맨의 다른 버젼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똑같은 영화에 계속 돈을 쓰고 싶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혀 다른 장르를 지닌 연가시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스파이더맨은 3D개봉관이 매우 많았다. 결국 스파이더맨을 보려면 더욱 비싼 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2D영화인 연가시를 보고자 하는 관객이 많았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비용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미 어벤져스등을 통해 충분히 본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에 또 다시 돈을 쓰는 것을 주저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성관객들은 전통적으로 히어로물 보다는 공포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연가시는 재난영화임에도 마치 공포물로 포장되어 홍보되었기 때문에, 결국 연가시를 보려는 관객이 많았을 것이라고 보인다.


또한 스파이더맨을 보러 온 관객들 중에서 스파이더맨이 매진되어 영화를 보지 못하는 관객들은 상당부분 연가시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스파이더맨의 상영시간에 비해서 연가시는 약 25분 정도 상영시간이 짧기 때문에, 더 많은 상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스파이더맨의 티켓을 못 구한 이들에게는 연가시가 가장 적당한 대안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스파이더맨이라는 존재는 오히려 연가시의 흥행을 돕게 되었다. 이전부터 최고의 흥행작이 나오면 그 안에서 오래 동안 2등을 하며 꽤 좋은 흥행을 하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연가시가 바로 이런 작품에 속한다. 거기에 영화 자체의 힘이 추가 되면서 스파이더맨까지 꺾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 자체의 힘이다. 볼만한 영화라고 입소문이 나게끔 만들어 줄 수 있었던 영화 그 자체의 힘이 없었다면, 흥행배우도 없고, 큰 화제거리도 없었던 연가시는 절대로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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