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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죽은 전지현을 살려낼까?

by 박평 2012. 7. 14.

전지현은 매우 특이한 배우이다. CF로 성공한 그녀는 엽기적인 그녀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고, 그것으로 끝났다. 아직도 전지현은 CF스타와 엽기적인 그녀로만 설명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연기자로서 전지현은 조금 강하게 말하면 파괴자였고, 단 하나의 히트작만 있는 죽은 여배우였다.


특히 그녀는 정말 훌륭한 남자배우들과 함께 해서 모두 실패한 전력이 있다. 4인용식탁에서는 '박신양'을 보내버렸고,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는 '장혁'과 함께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공은 거두질 못했다. 데이지에서는 '정우성, 이성재'를 보냈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는 '황정민'을 보냈다. 이쯤 되면 남자배우 파괴자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녀가 왜 이렇게 항상 실패했는가를 보면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전지현'의 치명적 매력 때문이라는 분석을 하고있다. 그녀만 만나면 감독도, 배우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지현에게 끌려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지현이 나온 영화를 보면, 전지현은 항상 아름답다. 감독이 전지현을 예쁘게 찍을 고민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가기 보다는 전지현의 슬로우 모션 한방이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일단 전지현을 잘 찍어보자라는 열의가 거의 모든 영화에서 느껴질 정도이다. 상대 배우 또한 마찬가지다. 전지현과 상대하면 이상하게 상대배우와 합이 맞질 않는 느낌이 난다. 전지현만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배우는 전지현과 충돌해 전지현을 잡아 먹으려 하거나 자신이 먹혀버린다. 그러니 배우간의 상승작용이 잘 일어나질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너무 주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런 위화감이 전지현의 영화에는 있고, 바로 그것이 전지현의 영화가 계속 실패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사실 전지현의 연기는 언제나 나쁘지 않았다. 해피투게더 때도 좋았고,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괜찮았다. 심지어는 실패한 작품에서도 전지현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즉, 전지현은 꽤 괜찮은 배우다. 단지 전지현에게 맞는 대본, 감독, 상대배우를 만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전지현은 전지현에게 너무 의존할 필요가 없는 대본, 그리고 전지현에게 장악 당하지 않을만큼 자기 스타일이 뚜렷한 감독, 그리고 전지현의 기운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흡수되지도 않을 그런 스타일의 배우가 함께 있는 영화라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엽기적인 그녀는 '차태현'이 주가 되는 대본, 그리고 곽재용이라는 뚜렷한 스타일이 있는 감독,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대배우를 잘 받아 주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죽이지 않는 배우인 차태현이 함께 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차태현의 영화는 같이 공연한 여배우가 주목받는 일이 많지만, 결국 그렇게 만든건 다 차태현이다. 그래서 사실 엽기적인 그녀도, 과속스캔들도 '차태현'의 영화이다.)


도둑들은 이런 조건에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전지현'위주가 될 수 없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전지현이 상당히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전지현에게만 기대지 않는 시나리오이고, 더불어 최동훈이라는 자기 만의 스타일이 아주 강한 감독이 함께 했다. 마지막으로 김윤석, 김혜수, 김해숙, 이정재등 전지현에게 죽지도 않으면서 흡수되지도 않을 많은 연기자들이 함께 연기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서 배우들 각자의 매력이 잘 살아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전지현도 너무 과하지 않게 영화 안에서 제 몫을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현에게 이런 최적화된 환경이 제공된 것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처음이다. 비록 단독 주연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전지현을 다시 살려내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전지현의 흥행작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불안한 마음은 있다. '설마 전지현이 또?'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기 때문이다. 과연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전지현을 부활시킬지, 아니면 전지현의 실패가 계속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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