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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연가시, 이런 발칙한 영화를 봤나!

by 박평 2012. 7. 8.

[박지종의 small talk]

연가시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이 영화 별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죠. 일단 공포물인데 연가시가 주인공인 공포영화라고 하니 별로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고, 김명민씨가 출연한 영화는 이상하게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해온 것도 아마 보기 싫은 이유 중의 하나 일것입니다. 조선명탐정은 무척 흥겨웠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 영화 별로 재미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 녀석이 스파이더맨을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거두더니 2012년 한국영화 최고 개봉 관객을 갈아 치웠다고 하니 궁금할 수 밖에... 그래서 결국 냉큼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보고 나온 결론은 이런 발칙한 영화가 있나! 재밌었습니다.

 

발칙 1. 스파이더맨을 까다니!

일단 스파이더맨을 깐 것 부터가 발칙한 일이죠. 강력한 흥행 배우도 없고, 유명한 감독도 없고, 그냥 연가시 하나있습니다. 게다가 연가시는 곱등이를 죽이면 나오는 끝판왕이라고 해서 곱등이 열풍이 일어났을 때, 홀연히 등장했던 매우 트렌디한 소재거든요. 보통 이런 트렌디함을 노린 작품들이 영 상태가 안좋게 나오죠. 게다가 공포라니! 대한민국에서 공포영화... 이제는 잘 되는 장르라고 보기 힘드니까요. 장화홍련이후에 고사가 잠깐 살리나 싶더니 역시 또 훅 갈아앉았지요. 그러니 이거 별로 기대를 끌만한 작품이 분명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웹툰의 영향도 있고, 방학의 영향도 있고, 생각보다 영화가 잘나왔다는 소문도 돌면서 흥행돌풍! 게다가 어메이징한 스파이더맨이 다른 한국영화들 다 간판 내리게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스파이더맨 vs 연가시'구도가 만들어 졌죠. 또한 스파이더맨은 3D개봉관이 많았습니다. 결국 '3D vs 2D'의 구도도 만들어 졌구요. 그러다 보니 연가시가 짠! 스파이더맨을 제쳤네요. 헐리우드의 최고 기대작, 게다가 꽤 호평받은 작품을 연가시가 날려 버렸으니 참 발칙하지 않습니까?

 

발칙2. 공포영화가 아니었어!

공포영화인줄 알았죠. 네. 저도 웹툰보고 막 튀어나와서 가슴이 벌렁벌렁 했었는데, 그래서 공포인줄 알았는데 공포는 커녕 오히려 재난 영화였습니다. 옛날 '아웃브레이크'를 보는 느낌인데 거기에 약간의 '좀비'물 느낌도 나기도 한... 그러면서도 전혀 무섭진 않죠. 공포 영화는 다 뻥이었습니다! 이 영화, 공포가 아니라 스릴감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보는 내내 긴장감은 넘쳤습니다. 그러나 무섭지는 않았죠. 낚였어. 낚였어.

 

그런데 공포라고 생각해서 보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 꽤 재밌고, 잘 나왔는데 공포가 아니니 보러가셔도 아무 지장 없으실 겁니다. 연가시는 뭐 그냥 지렁이 처럼 생겼습니다. 지렁이를 못 본다는 분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 공포로 속인 발칙한 녀석. 역시 여름에는 공포가 먹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발칙3. 조연들의 연기가 괜찮네!

사실 김동완이 나오자 마자 살짝 걱정을 했죠. 김동완씨는 아이돌 출신이지만 연기 경력도 길고 꽤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김명민 같이 '연기라면 뭐 거의 지존의 위치에 있는 분'하고 함께 한다면 많이 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하늬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안에서의 연기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는 분이죠.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연기 다들 잘하시더라구요. 김동완씨도 연기 너무 좋았고, 이하늬씨도 맡은 배역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김명민에 밀리질 않아요. 그냥 각자 픨요한 장면에서는 자기가 할 것을 확실하게 해줍니다. 참으로 훌륭하죠. 뭔가 편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결론을 내리자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연기 괜찮습니다. 연기가 괜찮으니 영화가 설득력을 얻죠.

 

뭐 이런 발칙함 덕분에 영화가 재밌게 잘 나왔습니다. 보는 내내 긴장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올 때는 영화 재밌게 잘 보고 나왔다는 생각에 흐믓했습니다. 이정도 나오니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겠지요.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 전까지는 계속 박스오피스 1위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거라면, 극중에서 좌절을 겪는 김명민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가 다 해결하겠어'하고는 갑자기 의사로 변해서 수술을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입니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이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라 그런가 봅니다.

 

결론을 내려보면, 일단 볼만한 영화라는 거지요. 재밌습니다. 어벤져스, 스파이더맨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화려함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화려하지 않아도 시간 잘가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강추입니다. 빠른 진행이 좋고, 참신한 내용도 좋고, 어쨌든 칭찬을 해야만 하는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참고로 보고 나면 한동안 꼼장어 같은 음식은 드시지 않고 싶으실 것이 분명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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