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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조선판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by 박평 2012. 8. 9.

아무래도 2012년 대한민국 영화계의 화두는 '도둑질'인 것 같다. 마카오에서 '태양의 눈물'을 훔쳐낸 도둑들이 국민의 마음을 훔치면서 천만 돌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와중에, 또 한편의 도둑 영화가 개봉 했다. 바로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도둑들'보다 더욱 도둑질에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도둑질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인 '도둑들'에 비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도둑질 그 자체가 처음이자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도둑들' 한명 한명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들이 어떻게 어떤 임무를 발휘하여 도둑질을 행하는지를 기본 골격으로 담는다. 그래서 영화 중간 중간에 각 도둑들의 '능력'과 함께 도둑들을 소개해준 장면은 꽤 신선하고 흥겹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가장 큰 약점은 난잡함이다. 영화 첫 부분은 상당히 난잡하며 잘 몰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난잡함은 동시에 가벼운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겸한다. 그렇기에 이 난잡함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끔 만든다. 만약 이 난잡함을 잘 정리하면서 웃음을 그대로 살려 냈다면 이 작품, 과속스캔들 이상의 흥행도 점쳐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유치함'에 있다. 유치하지만 소소한 웃음은 딱 차태현의 것이고, 그것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차태현은 이제 스스로 웃음을 주기 보다는 웃음의 중간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해내고 있으며, 다른 배역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통해 아주 충분한 웃음을 이끌어 낸다. 특히 이 유치하고 소소한 웃음은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큰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극장 안에서 아이들이 정말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한가지 아이러니 한건,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웃음 중에 일정 부분은 매우 '성적인'묘사를 겸한다는 것이다. '성'적인 웃음이 많지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만한 영화이니 이 영화 아이들과 함께 보러고 추천하기에 꽤 난감한 부분이 있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이미 더욱 격한 것들을 많이 접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뭘 이런 정도를 가지고'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 그저 가서 즐겁게 웃다 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끝까지 관객에 대한 서비스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의지로 가득차 있다. 돈 내고 오는 관객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려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서 의미를 찾고, 웃음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피해야 할 영화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역시 차태현에 대한 신뢰이다. 누가 뭐래도 차태현의 영화는 기본은 해 준다. 이번 영화에서 차태현은 극의 중심으로서 오히려 비중이 줄어든 듯 하지만, 그 누구와도 잘 융화하면서 직접 조연들의 연기와 웃음을 살려준다. 대한민국에서 상대를 가장 잘 살려주는 연기자인 차태현의 재능은 이번에도 충분히 발휘되었다. 그래서 차태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동시에 그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충분히 추천할 수 있지만, 그러나 동시에 추천해도 되는지에 대한 염려가 동시에 있는 영화이다. 단, 요즘 처럼 복잡한 거 많은 시대에 그냥 가서 웃고 오는 것도 확실히 나쁘지는 않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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