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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광해, 이병헌의 클래스를 증명하다.

by 박평 2012. 9. 13.

이병헌은 안티가 많은 배우가 되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는 할리우드에서도 통하는 배우로 인식되며 대중의 호감을 샀던 배우였다. '지아이조2'에 대한 기사가 뜰 때마다, 그리고 그가 'RED2'에 합류한다는 기사가 뜰 때마다 대중은 이병헌에게 호감의 시선을 던졌다. 이민정과의 교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말이다.


내 친구도 이병헌을 싫어하게 됐다. 이유는 이민정과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이병헌에게 지속적인 스캔들이 있었고, 그런 이병헌이 이민정을 사귄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교제 사실을 밝힌 후로 이병헌은 비호감이 되었다. 


그런 이병헌이 주연한 광해가 개봉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에 대한 아주 직접적인 감상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3명의 여성 관객이 한 말은 이랬다.


'이병헌 나온다고 그래서 좀 보기 싫었는데... 생각보다 진짜 괜찮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본 영화 관계자가 '이병헌은 더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배우로서 그 정도의 연기를 펼쳤으니 원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광해를 통해서 이병헌은 다시 한 번 배우로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해냈다. '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병헌은 자신을 호의적인 눈길로 보지 않을 관객까지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연기를 광해에서 펼쳐 보였다.



'광해'는 결국 왕과, 왕의 대역을 해야 했던 저잣거리 광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병헌이 1인 2역을 한 것에 관심을 두고, 그 연기가 어땠을지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광해는 1인 2역이 아니라, 1인 3역의 연기가 필요한 영화였고, 이병헌은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병헌은 왕인 광해와, 광대인 하선을 완벽하게 구분 지어 연기한다. 둘이 마주하는 장면에서도 둘이 얼굴만 같을 뿐, 같은 인물이라는 의심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병헌은 이 연기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그런데 단지 이 두 역할의 연기뿐만이 아니라 가장 중요했던 제3의 인물의 연기가 있었다. 바로 '왕'이 된 하선의 연기였다.


얼굴이 같은 이유로 왕의 대역을 하게 된 하선은 점차 진정한 왕의 풍모를 내비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꽃을 피운다. 가만 보면, 광해와 광대 하선은 전혀 다른 사람이고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 둘을 구분 지어서 연기하는 것은 그나마 수월할지 모른다. 그런데 왕의 풍모를 지니게 된 하선과 왕인 광해를 구분하여 연기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둘 다 왕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그냥 한 인물처럼 보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런데 이병헌은 이 둘을 정말이지 완벽하게 구분해 낸다. 영화에서 광해와 왕의 풍모를 지닌 하선은 다르다.


광대 하선, 광해, 왕이 된 하선. 이 3명은 이병헌의 연기를 통해서 생명력을 얻고 구분되며, 극 중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 시킨다. 이에 더해서 이병헌과 합을 이루는 류승룡과 장광의 연기는 관객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극 중에서 헤어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다른 배우들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모든 배우가 연기력을 뽑아내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말 그대로 '력'이다. 


영화는 웃음과 슬픔, 그리고 감동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관객을 만족시킨다. 그러나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특히 이병헌의 연기였다. 아마 이 영화를 통해 이병헌은 상당히 많은 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아이조2'나 '레드2'같은 할리우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병헌은 머지않아 굳건한 자신의 위치를 다시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힘이다. 


이병헌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다. 첫 사극 도전이라는 수식어도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은 그냥 하선이었고 광해였다. 그는 자신의 클래스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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