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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아의 혼전임신, 그리고 거짓말

by 박평 2009. 4. 2.

정시아씨가 이미 임신 4개월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결혼전에는 그렇게 아니라고 말을 하더니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사실이 드러났다며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하던지 혹은 아쉬워 했습니다.

연예인의 혼전임신 문제 그리고 거짓말은 한두번 있었던 일은 아닙니다. 이제는 워낙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보니 놀랍지도 않고 충격적이지도 않습니다. 뭐 실제 따지고 보면 혼전임신 자체가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가볍게 웃어 넘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만연한 혼전임신, 그리고 거짓말, 그리고 우리의 인식은 결국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1. 책임의식 결여

어떤이들은 혼전임신이라는 형태 자체가, 아이가 생기고 그것을 책임지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행위이므로 나쁘게 말할 것이 없다고 하는 데, 저는 그 의견에 반대입니다. 물론 아이가 생겼으니 결혼을 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고 당연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은 아닙니다.

과거에 사랑과 결혼 그리고 성행위에 관한 개념을 살펴보면

사랑 -> 결혼 -> 성행위 -> 아이

였을 것입니다. 물론 가끔은 결혼과 성행위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저것이 과거에 인식되어져 왔던 일반적 흐름입니다. 이 경우 사랑의 결실을 맺게 해주는 것은 결혼이고 그 이후에 '성행위'나 '자녀'와 같은 부분은 거기에서 이어져 나온 선물 비슷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랑 -> 성행위 -> 아이 -> 결혼

혼전임신의 경우만을 따로 떼어서 요즘의 개념을 그려본 것입니다. 이 개념도만 봤을 때 어떤 분은 제가 굉장히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과거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보수적인 타입이지만 그렇다고 저 위의 개념도에서 사랑 -> 성행위 자체가 나쁘다고 할만큼 꽉 막힌 사람은 아닙니다. 즉, 저는 혼전순결을 지지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전에 성행위를 하였다고 해서 그것이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저 개념도에 따르면 사람은 '사랑한다 -> 성행위'의 1차적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나쁠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다음입니다. '아이'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아이가 생기게 될 경우 판단기준은 명확합니다.

'결혼할거냐? 결혼하지 않을거냐?'

여기에서 결혼 하겠다는 사람들은 혼전임신이 되지만 가정을 꾸리고 사랑에 책임을 다할 것이고, 결혼 안하겠다는 사람은 10이면 8~9명이 낙태를 하게 될 것입니다.

수많은 혼전임신 기사들이 나오면서 결혼전에 임신을 하는 것 자체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기사들을 보고 자란 10대 20대들은 사랑하는 사이에 성행위를 하는 것 그리고 임신을 하는 것 자체를 '그럴수도 있는 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랑을 하고 관계를 맺는 행위는 큰 책임의식을 지녀야 하는 일입니다. 비록 그 사랑이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모든 행위 자체는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책임감을 지니고 책임감을 느껴야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혼전임신 기사들은 그런 책임의식을 약하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여 책임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생겼을 때, 역시 판단기준은 '결혼 할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결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의 100% 낙태로 이어지게 되어져 있습니다.


2. 거짓말

저는 여배우들이 혼전임신을 감추는 것을 이해합니다. 대한민국처럼 가쉽형 기사가 판을치는 나라에서 '혼전임신'을 했다고 하면 분명히 별 희한찬란한 말들이 다 나올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이며 무수한 악플에 정신적으로도 피폐해 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거짓말을 분명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사랑을 했고, 그리고 서로에게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라면, 혼전임신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그들의 사랑과 책임의식을 좀더 명확하게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아니라고 거짓말 했을 경우에는 그 이미지가 '사고쳤으니 뒷수습으로 결혼한'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사람들은 결혼을 '애생길때 하는 뒷수습'정도로 느낄 것입니다. 물론 그런 바보가 어디있냐고 하겠지만 인식하지 못할 뿐, 저희는 저희가 보는 수많은 매체와 정보로 인해 영향 받고 사고의 전환을 유도받습니다. 이런 거짓말들을 통해서 우리는 '사랑의 결실'으로서 결혼이 아니라 '뒤수습'으로서의 결혼을 보게 되며 이는 결혼의 의미를 퇴색화 시킵니다.

물론 연예인들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에는 우리의 문제도 함께 있습니다. 결혼전에 관계를 갖으면 그것이 매우 잘못됐다는 과거의 인식이 아직 박혀 있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 그러면서도 희한하게 혼전임신이라 하면 '요즘추세'라고 말하는 이상한 가치기준(드라마의 영향?), 그리고 남일이라고 무조건 안좋게 말하고 보는 사람들등 우리의 문제도 분명히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3. 피임

혼전임신이라는 얘기는 결국 피임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피임을 했으나 실패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일은 매우 드물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나라들은 성관계를 막는 것보다는 올바른 피임법을 가르쳐 주는데 성교육의 핵심이 있는 것처럼, 피임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임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남자와 여자 둘다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전임신 기사가 많다는 얘기는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는 다는 것이고, 이것은 '피임'이라는 것 자체를 가볍게 볼 수 있는 인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전에 한 기사에서 읽은 일인데, 대한민국은 특히 '피임'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냥 막연하게 '임신 안될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혼전임신은 '피임'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아이 생기면 결혼하면 되지 뭐.'

하지만 과연 임신을 하고 난 이후에도 이렇게 말할것이라 확신합니까? 남자여자 모두? 저야 뭐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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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제가 이글을 쓴 이유는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단지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죽음'이 너무 가볍게 다뤄지는 것처럼 '결혼'과 '탄생'이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아서 입니다. 저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은 다 매우 무겁게 그리고 귀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누구를 비난하는 목적보다는 읽는 분들이 혼전임신과 같은 것들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게끔 하기 위한 것입니다. 혹여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제 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모두 적어도 '생명'과 '죽음'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고 무겁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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