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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그림자살인, 추리로 양념한 재밌는 상업영화

by 박평 2009. 4. 5.



'탐정추리극' 이라는 광고 카피를 달고나온 영화 그림자 살인이 개봉됐습니다. 필자는 '추리극'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니 '황정민'과 '류덕환'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무척이나 기대했고 무척이나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영화를 볼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추리극'을 표방하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추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적쾌락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극장안에 모여들었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CSI와 같이 잘 짜여지고 전문적인 추리극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식스센스나 프라이멀 피어 처럼 관객의 뒷통수를 치는 한방을 기대하고 극장에 모였을 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추리'라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재미의 단 10% 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뭔가 대단한 추리극을 기대하고 간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실망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영화를 통해 '재미'를 얻고 싶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이 영화 칭찬을 하려고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이렇게 기분이 가벼웠던 적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 칭찬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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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살인의 힘 - 첫번째 : 캐릭터

한국에서 나온 영화중에서 기억이 나는 캐릭터가 있다면 생각해 보십시오. 아마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을 것입니다. 하나 있다면 '강철중'이겠지요. 그 외에는 딱히 가슴에 퍽 하고 남아 있는 캐릭터가 없을 것입니다.

그에 반해 헐리우드영화중에서 기억이 나는 캐릭터를 물어본다면, 배트맨 에서 부터 울버린 까지 아니 더 이어서 007에 심지어는 오스틴파워까지 생각이 나실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헐리우드 영화는 캐릭터를 키우고 활용하는데 적극적인 반면에 한국 영화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영화는 속편이 적고 속편 중에서 성공하는 경우도 적죠. 저는 예전부터 이것이 엄청난 기회를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하나의 캐릭터만 제대로 잡아도, 그 캐릭터에 관한 외전이 제작될 수도 있고 속편이 제작될 수도 있는데다가 관객들 충성도도 높습니다. 상업적으로 캐릭터는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캐릭터를 찾아보라 하면 역시 강철중 뿐입니다.


캐릭터로 이렇게 사람들에게 강하게 인식되고 있고 속편까지 나와서 성공한 경우는 강철중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죠. 따라서 강철중을 연기한 설경구는 앞으로 걱정안해도 됩니다. 연기하다가 안되면 다시 강철중 속편 하나 하면 되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드물던 캐릭터가 한명 또 등장 했습니다.

'홍진호'


만년 2위의 설움을 지니고 있는 프로게이머와 이름이 같아서 화제가 된 '탐정 홍진호'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힘입니다. 그러니까 이 캐릭터 정말 눈 부시게 매력적입니다. 어떤 캐릭터인지는 설명하지 않으려 합니다. 캐릭터를 여기서 설명하는 것 또한 스포일러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어떤지는 이미 다 알고 계실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선굵은 연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훌륭한 연기자죠. 비록 그도 남자배우 킬러인 전지현한테는 꼬꾸라 졌지만, 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훌륭한 연기를 보여 줍니다. 특히 그가 가지고 있는 '비열한' 느낌은 이 영화에서 '비열한'이 아닌 '영리한'으로 이미지 전환이 되게 되는데요, 바로 이 느낌이 잘 살아나면서 홍진호라는 캐릭터는 힘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는 홍진호라는 배역 말고도 '광수'라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 이름보다는 '의생'으로 더 많이 불리는 '류덕환'이 그 주인공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기대한 이유중에는 '황정민'과 '류덕환'의 더블 캐스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굵은 연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황정민'과 굉장히 세밀하면서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류덕환'이 어우러지면 어떤 분위기가 될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궁합으로 따지면 이건 뭐 볼 필요도 없이 최상으로 엮이게 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최상입니다. '류덕환'연기 한번 보시면 입이 떡 벌어질 겁니다. 어찌나 세밀한지 보는내내 감탄하다가 나중에는 역시 류덕환이라고 생각될만한 장면도 나오고 하여간 그는 '의생'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려냅니다. 그와 홍진호와의 조화는 그래서 너무나 기막히게 어울립니다.

배우끼리 합이 잘 맞으니 당연히 연기 궁합도 좋고, 그러다보니 일부러 조금 띄운 장면(영화같다라고 느껴져서 순간적으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에서도 관객이 극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잘 잡아줍니다. 그래서 영화는 풍성하고 변화가 다양하게 되고 관객 입장에서는 즐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한분 더 계십니다. '박순덕'혹은 '마님'으로 인식될 엄지원씨 또한 매우 멋진 연기를 보여 주십니다.


유일한 홍일점인 그녀는 발명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이거 원 이 발명가 캐릭터 또한 매력이 넘칩니다. 마님인데 발명가이다. 이 얼마나 새로운 캐릭터입니까? 단순한 조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두 주인공에 비하면 작은 비중이어도 꽤 든든하게 뒤를 받쳐 줍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매력 또한 충분합니다.

이렇게 매력있는 캐릭터 3명의 조합이 이 영화가 '추리극'이 아니라 '캐릭터 영화'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 캐릭터들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는 이 영화가 가진 재미의 50%이상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속편이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사에서는 후편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도록 애쓰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런 캐릭터를 구축해놓고 버린다는 건 분명히 낭비니까요.



그림자 살인의 힘 - 두번째 : 시나리오

잘쓴 시나리오와 못쓴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분할까요? 그 기준을 명확하게 하긴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잘쓴 시나리오는 버릴게 하나도 없는 시나리오 입니다. 그러니까 영화상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다 존재의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시나리오일 겁니다.

헐리우드에 가면 이런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공식이 있을 정도로 좋은 시나리오는 이야기의 내용보다는 플롯이나 전개 같은 것들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는데, 이 영화 그림자 살인의 시나리오는 마치 헐리우드의 시나리오를 보는 것처럼 잘 짜여져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 영화 제 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라고 합니다.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게다가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막동이 시나리오 공무전 당선작이라는 것만 봐도 시나리오가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볼때는 한장면 한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해야 하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잘 들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극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화면이나 음향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본인만 노력한다면 잘 듣고 잘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안의 화면들 소리들에 귀 기울이면서 한장면 한장면을 기억하신다면 이 영화는 조금 더 풍성한 재미를 전해 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림자 살인의 힘 - 세번째 : 다양한 자극

이 영화는 단순 추리극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주는 자극은 '지적쾌락'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선 시대상이 구한말이기 때문에 이 시기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때는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과 서양문물이 이상하게 조화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혼란의 시기를 많은 분들이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삼았었습니다. 모던 보이라던가 라듸오 데이즈 같은 작품들이 그렇습니다. 그림자 살인 또한 이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 배경만으로도 영화는 풍성해지고 힘을 받게 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추리적인 요소를 분명히 품고 있습니다. 솔직히 추리에서 오는 지적쾌락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열심히 범인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황정민과 류덕환 그리고 오맹달이 함십해서 만들어 가는 코믹한 장면들 또한 일품입니다. 코미디가 아니라 웃기는데 집중하지 않더라도 이영화는 다분히 코믹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웃을 수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내내 웃다가, 긴장하다가, 안돼! 라고 외치다가 하여간 다양한 감정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이 영화는 정말 다양한 자극들을 관객에게 전달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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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저는 이영화가 추리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로서 매우 훌륭하고 재밌다고 후하게 평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황정민과 류덕환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은 돈주고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말에 연인들, 친구들과 함께 부담없이 그리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그림자살인. 그 2번째 이야기가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Ps) 다음 베스트 까지 올라간 글인데, 착오가 생겨서 실수 하는 바람에 날려버리고, 재 포스팅하네요. ;;;
Ps2) 개봉 첫주 관객 순위 1위라고 합니다. 만년 2위 홍진호의 저주에 걸려서 역대 흥행순위 2위를 할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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