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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너무나 인간적인 아이돌, 김현중

by 박평 2009. 3. 9.

같이 작업을 하던 동료가 자살을 했는데, 손님을 맞으라고 한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것 같은가?

내 직업은 학원강사이다. 만약 나와 함께 하던 이가 목숨을 잃었는데 수업을 하라고 하면 나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메가스터디의 회장인 손주은씨는 자식이 사고로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가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성공을 묻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잠깐 소개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아마 이러한 모습에 멋있다고 할 지도 모른다. 조수미씨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영정을 지키지 못하고 공연을 했던 일화를 들으면서 우리는 감동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분명히 자기 일에 프로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프로라는 것은 자기의 능력을 파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능력을 파는 것, 흔들리지 않는 것이 프로가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들이 인간적이기를 빈다. 요즘같은 시대에 '쿨'함 보다는 '질척거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생명도 한 사람의 존귀함도 너무나 경시되는 요즘이기 때문에 나는 이들이 더욱 인간적이기를 비는 것 같다. 조수미씨가 공연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노래를 바친다고 말하고 노래를 불렀다는 얘기에 나는 더욱 감동을 받았다. 그런 따뜻한 마음이 그녀를 세계적인 성악가로 만들었다고 믿는다.

꽃보다 남자에 출연했던 장자연씨가 자살을 했는데, 수많은 언론은 이에 대한 많은 기사를 쏟아냈고 이 일은 곧 이슈가 되었다. 이유는 고 장자연씨 때문이 아니다. 그저 꽃보다 남자가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이슈'거리가 되었을 뿐이다.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은 또 한번 '이슈'거리의 하나로 전락되어 진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중, 김현중씨가 촬영현장 공개에 항의하고 제작사와 갈등을 빚었다는 말을 듣고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떠나간 동료를 뒤로하고 촬영을 해야 하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큰 고통이었을 텐데 촬영지에 놀러온 관광객 상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연예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많은 아이돌은 분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받아드릴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프로라고 교육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Shows must go on.

분명히 쇼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쇼는 멈출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서 인간적인 향기가 나기를 바란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중은 아이돌이다. 그 또한 분명히 기획사로부터 다양한 교육들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고마운 것 이상의 좋은 효과도 분명히 있다.

얼마전 가르치는 애들이 자기 학교 선생님중의 하나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루머일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는 그들이 죽음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하는 것에 놀랐다. 그들에게 죽음은 그냥 웃으면서 하는 말에 지내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죽음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 주변의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죽음이나 자살이 그저 하나의 뉴스거리로 전락해 버린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이것을 너무나 안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죽음에 대해 가볍게 여긴다는 것은 즉, 그 자신의 삶 자체도 가볍게 여긴다는 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꽃보다 남자는 아이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김현중은 대한민국에서 매우 유명한 아이돌이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배우의 죽음에 그가 인간적인 반응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어쩌면 아이들에게 죽음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심어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만큼 김현중은 영향력이 큰 공인이기 때문이다.

가끔, 그가 버라이어티나 인터뷰에서 하는 말에 대해서 놀라울 때가 있다. 아이돌이면서 전혀 아이돌 스럽지 않은 생각과 보면볼수록 깊은 속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이돌이지만 꽤 교육적인 아이돌인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그의 그런 언급이 나는 고마울 뿐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행사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분명히 안될일이겠지만 그것을 통해 갈등을 빚어준 것 자체가 고맙고 기특하다. 아무리 연예인이고 아이돌이라고 해도 더욱 더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과거에 씨야가 음악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백댄서 한명이 쓰러지면서 경련을 일으킨적이 있다. 그 상황에서 씨야는 계속 노래를 불렀고, 그들의 당황해 하는 표정과 걱정하는 표정을 나는 봤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너무 멋졌고 훌륭했고 프로답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그들을 욕했지만 나는 그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한켠으로 그들이 그들의 위치를 망각하고 노래를 중단하고 백댄서를 챙기는 모습을 봤으면 했다. 그러면 방송사고 났을 테고, 그들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을 테지만 그래도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테니까.

[내 멋대로 세상보기] - 장자연씨의 자살과 우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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