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 놀아라! 거기가 네 놀이터다! (2005년 글)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있다. 어느새 우리에겐 너무나 잘 알려진 배우. 하지만 이 배우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고작 5년 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시작은 단편영화였다.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 라는 정말 영화사에 남을 만한 그 영화에서 류승범은 4번째 에피소드인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에피소드를 가장 많이 채우는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자, 류승범의 친형인 류승완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에서 '류승범'의 역은 '류승완'의 친동생 역이었다.

 

즉, 그는 실제에서도 '류승완'의 동생이면서 동시에 배역안에서 '류승완'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류승범이 영화계에 발을 들여 놓기 전, 그는 나름대로 잘 노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극중 배역 또한 매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따지고 보면 류승범은 실제 자신의 모습과 거의 완벽하게 똑같은 상황을 연기하는 것으로 데뷔를 치른 것이었다. 형이 감독이라는 것이 부담이 안됐을 리는 없지만, 류승범이라는 사람자체가 그렇게 깡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결론적으로 나는 류승범이 말그대로 영화를 찍으면서 '놀'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 데뷔 때문에, 놀면서 찍을 수 있었던 바로 그 데뷔 때문에 그는 지금도 화면안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에게는 여러가지 타입이 있다. 하지만 가장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면 '노력형'과 '천재형'일 것이다. 이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 '유리가면'에서 내세운 이분법이다.

 

나는 이 이분법을 가지고 완벽하게 나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 둘 중 어떤 항목이 좀더 크거나 혹은 좀더 작거나 하는 상호적인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볼때 류승범은 천재성 70%에 노력성 30%로 인해 구성된다고 판단해본다.

 

이는 류승범이 가진 재능 가지고 계속 논다는 식의 그런 얘기가 아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천재성 70%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그정도의 천재성은 얼마든지 따라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거기에 추가되는 30%이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피터지는 노력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을 테지만, 나는 류승범이 어떤 진지함과 사유를 통해서 그런 작업들을 해 나간다고 예측한다.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예측일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그는 천재성에 입각하지만 결코 그것을 소비만 하지는 않는다. 어떤 노력을 통해 그것을 채워 넣기도 하는 것이다. 그가 지금처럼 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아닐까?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이후에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그는 3류 밴드의 맴버를 연기하는데, 이또한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류승범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게다가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얼마나 좋은 작품 이었던가?

 

이후 화려한 시절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인기를 얻고, 몇편의 영화에 깜짝출연을 하기도 했던 류승범은 (이 당시로 기억한다. 공효진과의 러브러브 모드는. 그리고 둘의 만남은 젊은층에게 굉장한 어필을 했고, 서로의 인기를 더욱 급 상승 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품행제로로 돌아온다.

  

이 영화에서 그는 '류승범이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라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그는 스크린 안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울수 있는 존재였고, 품행제로의 배역도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어울릴 수 밖에.

 

그러다가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찍는데, 감독이 류승완. 즉 자기 형이다. 류승완은 '성룡매니아'라고 할만큼 액션에는 일가견이 있고, (류승완의 피도 눈물도 없이 를 나는 그의 최고 작품으로 꼽는다. 꼭 봐보시길.) 류승완은 스크린에서 노는데 귀재 아닌가? 작품은 내가 예상한 그틀안에 딱 맞게 나왔다.

 

그러나 류승범도 여기서 그만이었다. 그는 스크린 안에서 놀수 있는 배우였지만 그 배역들은 이상하게 안스러우면서도 코믹했고, 그리고 류승범 스러웠다. 한번만 더 그런 영화를 찍었으면 난 류승범을 그렇게 놀다 갈 배우로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다행인건 다음 작품이 '주먹이 운다'였다는 것이다. 형과 다시 만난점도 좋지만, 이번에는 그에게 껴있던 밝던 분위기를 물리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민식'과 연기를 같이 했다.

 

둘이 서로 그다지 많이 만나진 않았겠지만 (같이 나오는 부분이 거의 없기에.) 그는 마지막 권투씬에서 최민식을 앞에두고 정말 한몸 뽀사지게 놀아 제꼈고, 아주 건방지게도 최민식을 넘으려고 까지 했다. 그러나 최민식이 달리 최민식인가? 경기 끝날 때, 류승범에게 다가가 살짝 안아주는 연기를 통해 대충 정리를 하더라. (이걸 최민식이 혼자 했다면, 그냥 순간적으로 나온 거라면 정말 살이 떨린다. 최민식은 정말 대단하다.)

 

어쨌든 류승범이 그리 큰 것이다. 겁모르고 최민식을 앞에두고 놀아버린다.

  

그래서 느꼈다. 이놈은 이게 천직이다.

 

솔직히 류승범 같이 마음대로 스크린안에서 놀아대는 배우를 나는 본적이 없다. 선례를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참 난감하다. 그래서 배우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힘이 든다.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쨌든 재밌는 것은 이 배우에게 내공이 쌓였을 때다. 내공이 좀더 쌓이면 정말 숨이 턱 막히는 연기를 한번 보여주지 않을까? 우리가 박하사탕의 설경구에게서 느끼고, 파이란에서 최민식에게 느끼던 것과 같은 그런 연기 말이다. 그런 연기에 류승범스타일이 더해져 '쇼킹'한 그런 연기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너무 된다는 거다. (순간 에드워드 노튼이 생각나기도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그때가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찌릿한 전율을 또 한번 느끼게 해 줬으면 한다. 그가 성장해 나가는 걸 보는게 여간 즐거운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