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 더이상 눈을 동그랗게 뜨지 말라 (2005년 글)

이번주 내가 가장 기대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사랑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감독이 '정지우'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이 어떤 영화를 찍었었냐? 하면 '전도연'이 바람난 아내로 출연해서 전라연기를 펼친 '해피엔드'를 찍었다.

 

'정지우'감독이 대단한건, 그 당시 한창 잘나가던 전도연을 벗긴 것 때문이 아니다. 자칫하면 인기여배우의 나체쇼로 끝날 수도 있는 그런 영화를 너무나 훌륭한 영화로 찍어 냈기 때문이다. 지저분해질 수 있는 치정극을 말이다. 그러니 기대할 수밖에.

 

그리고 또 한가지 그 영화를 기대한 이유는 바로 '김정은'때문이었다.

 

솔직히 나는 '김정은'이란 배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정은'에 대해서 쓰려고 했었다. 문제는 '사랑니'를 보고 쓰느냐? 아니면 먼저 쓰느냐? 였다. 결론은 '보고쓰자.'

그리고 현재 이 결정은 매우 훌륭한 선택으로 보인다.

 

김정은 편은 특별하게 '사랑니'보기 전과 보고난 이후로 나누어서 진행해야 될 것 같다. 그게 좋겠다.

 

 

- 보기 전

 

김정은에 대해서 말해보자. 김정은 하면 아무래도 '가문의 영광'의 모습이 생각날 것이다. 김정은은 흥행성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면서 동시에 웃기는 배우이다.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항상 웃음을 기대한다.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서 이렇게 코믹이미지를 확고히 한 여배우는 드문데, 김정은과 쌍벽을 이루는 배우가 바로 '김선아'이다. 그리고 그들의 위에는 벌써 수십년 전부터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코메디'프로까지 손을 뻗쳤던, 김원희가 있다.

 

우선 나는 김선아와 김원희를 하나의 특성으로 묶는다. 그 특성은 바로 '원래 웃긴 사람들'이다. 그리니까 김선아와 김원희 같은 경우는 원래 삶자체나 성격자체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그런 성격이라는 거다. '본질적으로 웃긴'경우에 해당한다.

 

그에 반해 김정은 '본질적'으로 웃기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녀의 코믹연기는 항상 과장되어 있고, 확실히 '연기'라는 티가 난다. 가문의 영광은 참 재밌는 영화였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김정은이 정말 웃긴 부분은 2~3부분이다. '그려! 나 깡패여! 니가 어쩔 것이여!'라고 말하는 부분과 '계란먹다 자는척' 그리고 '노래'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은 모두 과정된 연기와 상황에서 웃음을 이끌어 낸다.

 

그에 반해서 김선아를 한번 보자. 삼순이 얘기를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 같은데, 그냥 삶이 웃긴다. 삼순이의 모습은 김선아의 모습과 정확하게 투영된다. 말투며 행동이며. 그리고 김선아는 TV프로그램에서 영화에서 그 모습 그대로 유지 해왔다. '김정은'이 여타 TV쇼프로그램에 나오면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얌전하고 여자답고 귀여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자 그렇다면 '원래 웃긴것'과 '과장된 웃긴 연기'의 차이는 무얼까? 그건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나는 김정은의 연기에서 자연스러움을 느끼기가 참 힘들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재밌는 영화'와 '불어라 봄바람'이다.

 

특히 '불어라 봄바람'의 경우를 보자. 가문의 영광으로 으쌰으쌰 코믹 여배우의 입지를 굳힌 김정은이 다시한번 굳히기에 들어간 작품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나는 영화 실패의 이유를 김정은의 몸에 맞지 않는 연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작품은 무엇인가? 바로 '파리의 연인'과 '가문의 영광', 그리고 '내 남자의 로맨스'였다.

 

이 작품들에서 김정은이 웃겨야 되는 부분은 거의 없거나 많지 않다. 그녀는 그저 '밝고 맑고 명랑하고 착하고 순진한'역할을 하면 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김정은과 딱 맞아 떨어졌다.

 

이것은 김정은의 얼굴에서 비롯된다. '파리의 연인'초기에 눈알 커보이게 한다고 서클렌즈를 낀것에 대해 말도 많았던 것처럼, 김정은은 눈알도 크고, 눈꼬리도 살짝 쳐진것이 '웃는상'인데다가 입꼬리는 웃을 때 살짝 올라가는 그러니까 말그대로 '밝고 맑고 귀여운'이미지를 얼굴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배역을 맡았을 때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그걸로 만족을 못한다는 것에 있다. (물론 내가 만족하고 아니고는 김정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난 '해바라기'라는 드라마에서 그녀가 머리를 박박 밀고 보여줬던 그 순간의 연기가 자꾸 머리 속에서 만든다.

 

김정은은 어쩌다 코믹배우로 이미지가 굳었지만 나는 김정은을 그냥 하나의 연기자로 보고싶다. 그래서 그녀가 보여주는 뭔가 새로운 연기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니는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촉촉한 눈망울로 대중을 유린해던 '전도연'을 그 이미지에서 벗겨내고 새롭게 배우로 탄생하는 계기를 준 감독이 바로 '정지우'아니던가?

 

나는 전도연이 그랬던 것처럼, 김정은이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나오길 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또한명의 좋은 배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볼때마다 사람 기분좋아지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 보고난 후

 

젠장.

 

눈좀 제발 그렇게 동그랗게 뜨지 말란말이다. 왜 자꾸 눈만 동그랗게 뜨는 것으로 다 해결 볼라고 하는가?

 

그 큰 눈알로 어이없다는 듯이 당황한다는 듯이 그렇게 쳐다보지 말란 말이다. 귀여운척 살살살 미소짓지도 말란 말이다.

 

좋은 배우는 자기만의 특화된 표현법이나 얼굴 연기법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걸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만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제발 아껴써라. 그표정!

 

나는 김정은이 좋다. 그래 솔직히 좋다 이거다. 흥행력도 있겠다! 보면 기분도 좋아지겠다! 감독지망생의 입장으로서도 탐나는 배우지만, 그냥 한사람의 관객으로서도 참 좋다 이거다. 근데! 이제는 한계다. 더이상은 안된다. 나는 '사랑니'로 부시길 바랬지만, 그건 아니었다.

 

17살 학생이랑 사랑하는 30살 학원강사 역을 맡았다고, 그런 역할이라고 변하는 게 아니다. 그냥 배역만 바뀌었을 뿐, 거기엔 기존의 김정은이 그대로 있었다.

 

나도 학원 선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 강의하는 씬이 나왔을 땐, '오~ 그래도 노력좀 했나보군.'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보는 내내 느꼈다. '정말 노력했구나.' 하지만 맘에 안든단 말이다. 무엇보다 그 눈 동그랗게 뜨는 것좀 치워달라고!

 

지금 김정은은 분명 노력하는 배우이다. 하지만 난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최악의 상항이다. 열심히 하는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상황. 정말 안좋은 상황이다.

 

그래서 간곡하게 부탁하고자 한다. 깨라. 단 한번만 깨면 된다. '나비'같은 작품 한번 더 해라. 그것도 진짜 강한걸로. 망가져도 좋으니까 '홍상수'를 찾아가던가 '김기덕'을 찾아가던가(물론 김기덕은 너무 망가질 우려가 있긴 하다;;). 하여간 한번만 진짜 완벽하게 깨라.

 

비록 그렇게 되면 모르겠다. 지금만큼의 인기를 얻을지 아니면, 기존 팬들이 다 떠날지. 하지만 그래도 난 진짜 배우 김정은이 너무 보고 싶다. 해바라기때의 그 미소는 단순히 귀여운 미소가 아니었다. 그 미소는 마음이 담겨 있었단 말이다.

 

난 그 미소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Ps) 글이 너무 사사로이 흘러갔음다. 죄송함다.

Ps2) 김정은씨,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거 압니다.

        단지 제가 '애정'이 있어 이렇게 글 쓰는 겝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