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 감독과 좀 자면 어때? (2005년 글)

너는 내운명을 보고 왔다. 전도연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한번 글을 써주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옳다구나 했다. 써야 되겠다!

 

물론 강동원 편을 바로 낮에 써놓고, 이 새벽에 바로 전도연 편을 쓰는 것이 좀 꺼림칙 하긴 하다. 한 2달 안 쓰다가 몰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강동원 글 써놓고 바로 올리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나 인생이 바쁜걸 어쩌나? 이렇게 시간 날 때 짬 날 때 하나라도 더 써놓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강동원 글은 -_- 꼭 처음에 있지 않아도 흥행이 실패할 리가 없다. 인기가 좀 좋아야지.-_- 부러버라.)

 

전도연 편.... 제목을 참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저 제목이다. 좀 자극적인가? 그래도 나는 저 제목으로 해야 속이 좀 풀리겠다. 왜냐면 전도연 하면 저 이미지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큰 연예인'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몸으로 큰 연예인이 맞다. 내가 그녀를 처음으로 기억하게 된 것은 '종합병원'이라는 드라마에서였다. 그녀는 간호사로 나왔던 것 같고, 유방암에 걸렸던 것 같고, TV 화면에서 나는 처음으로 여성의 가슴을 보았던 것 같다. (하도 예전이라 내 기억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첫 기억은 화장실에서 자기 가슴을 거울에 비추는 그런 장면이란 말이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몸으로 큰 연예인이 맞다.

 

'전도연'이 PD랑 자고, 감독이랑 자고, 상대배우랑 자고 하여간 참 많이도 자면서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고 말하는 수많은 여성을 봤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 대부분이 전도연을 '더럽다'라느니 '재수 없다'라느니 안 좋은 쪽으로 참 많이들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성공한 것은 바로 저 '몸 바치기'때문이라고 폄하한다.

 

내가 여기서 단언한다.

 

'전도연은 절대 몸으로 성공하지 않았다.'

 

자 까놓고 들어가자. 솔직히 내 주위에 연극을 하는 사람도 있고, 연예계 쪽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이래저래 주위에서 그리고 참으로 넓은 영역에서 관련 얘기를 주워들은 적이 있다. 물론 이것도 내가 실제로 겪은 것이 아니므로 진짜다 가짜다 확신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 인정하는 것은 이거다. '연예계는 더럽다.'

 

그렇다. 연예계는 더럽단다. 요즘에야 그런 것들이 많이 줄었겠지만, 연예인들이 PD네 국장이네 감독이네 성 상납하고 그런 일도 다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쪽 계통이 확실히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자. 문제는 이제껏 연예계에서 어떻게 한번 발 좀 붙여 보려고 시도했던 그 수많은 여자 연예인 중에서 몸 바친 애가 한둘이었겠나? 그런데 그 모든 애들 중에서 지금 전도연만큼 살아남은 성공한 배우가 있나? 없다.

 

그렇다면 몸을 바쳤는지 아닌지, 감독이랑 잤는지 아닌지 그런 것으로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난 그게 너무 불쾌하다. 우리나라에 전도연만 한 여배우? 찾기 힘들다. 감사해야 할 판국에 그녀를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깎아내리면 안 된다.

 

'전도연'얘기가 나와서 시작이 조금 흥분했다. 하지만 난 배우 전도연은 배우로서 인정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솔직히 난 그 수많은 '잠자리'의 내용을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 내가 직접 확인한 게 아니거든.

 

어쨌든 모든 걸 떠나서 스크린 안에서 이러한 커리어를 이룬 것은 그녀의 능력이고 그녀의 실력이다. 우선 그걸 좀 인정하고 얘기를 하자.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드라마'에서 그렇게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가 대박을 친 것이 바로 '접속'이라는 영화였다. 이때 당시 그녀는 '한석규'라는 대스타와 그리고 매우 훌륭한 감독인 장윤현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됐는데, 실제로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전도연이라는 배우에게서 크게 받은 느낌은 없었다.

 

그러고 나서 개봉한 것이 박신양과 함께 나온 약속이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박신양이었고, 그의 오른팔로 나온 정진영이었다. 영화는 재미도 있고, 좋았지만 글쎄 전도연은 뭐랄까? 그 촉촉이 젖은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그거 하나였다.

 

실제로 접속 때도 전도연은 그런 이미지만을 남겼다. 그녀는 매우 촉촉한 이미지를 눈에 담고 있었고, 특히 약속이라는 영화에서 박신양의 눈물과 잘 결합해서 좋은 상승효과를 냈던 것 같다.

 

접속과 약속의 연이은 성공은 전도연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온 그녀의 영화가 '내 마음의 풍금'이다. 솔직히 아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제작비 회수를 할 수 있었던 건 너무나 천진난만한 그녀의 연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같이 나온 이병헌은 아직 '번지점프를 하다'에서의 죽여주는 연기를 보이기 전이었다.

 

그러고 나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개봉되는데 그게 바로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이다. 최민식과 함께 나온 이 치정극에서 전도연은 훌훌 옷을 벗어 던졌고, 영화는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이 탁월한 연출력과 전도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그리고 최민식의 끝내주는 연기의 혼합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의 성공으로 전도연은 '배우'의 입지를 굳혔고 동시에 '싼 배우'의 이미지도 강화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인정받은 배우였다. 영화계에서 전도연은 흥행카드였고, 아역부터 성인연기까지 모든 것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였기 때문에 영화계에서 그녀를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루머는 그냥 루머일 뿐이었다.

 

그다음부터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 '인어공주'까지 다작을 줄이면서 1년 정도에 한편씩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찾아왔다.

 

보면 알겠지만, 전도연의 메가 히트작을 말하라면, 접속, 약속, 해피엔드, 스캔들 까지 4편이나 되는 데다가 그녀가 맡은 배역을 따지면, 커리어우먼, 의사, 바람난 아내, 열녀, 잡부, 10대 소녀 등, 그녀의 활동 범위는 기존의 어떤 여배우보다도 넓다.

 

또한, 그녀가 찍은 작품 중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만이 흥행에 조금 부진했을 뿐, 다른 모든 작품은 홈런은 아니더라도 안타는 쳐냈고, 제작비 회수 정도는 꼭 해왔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는 항상 인정받았다.

 

도대체 어떤 제작자가, 어떤 투자자가, 어떤 감독이 이 여배우를 마다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여자배우 계에서 이렇게 넓은 연기폭을 가지고 훌륭한 연기를 해낼 수 있는 배우, 그리고 안정적인 흥행을 보장하는 배우가 있는가? 없다.

 

심은하를 찾는가? 곧 결혼할 사람이고 이미 떠난 사람이다. 그리고 아무리 심은하가 돌아와도 전도연만큼의 연기영역은 보일 수 없다. 이건 확실하다.

 

그리고 우리 근영이? 내가 봤을 때, 흥행요소로는 남녀배우 통틀어 최고다. 그렇지만 요 아이를 여배우라고 봐야 할까? 아직은 아역이라고 봐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연기영역 역시 비교가 안 된다.

 

그럼 이영애? 이영애 좀 괜찮다. 하지만 아직 이영애는 부족하다. 아직 전도연만큼은 아니다. 뭔가 2% 부족하다는 거다.

 

대한민국 여자배우를 대표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전도연을 꼽겠다. 전도연이 최고다.

 

너는 내 운명을 보면 알겠지만,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진짜 어이가 없고, 어안이 벙벙하다. 진짜 배우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역시 전도연의 힘을 느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배역을 맡아서 이 정도를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또 누가 있단 말인가? 아.. 정말 내가 감독 지망생이라서가 아니라 전도연은 정말 특별하다.

 

너무 전도연을 칭찬해서 좀 그런가? 전도연이 내숭쟁이라서, 소문이 지저분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안티도 많은 것을 안다. 하지만 난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건 '배우 전도연'이니까.

 

자라나는 새싹들에겐 주로 넘치는 기대를 보내지만, 난 전도연에겐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냥 계속 이렇게 영화 안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여자배우로서는 가장 넓은 연기영역을 가진, 그리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여자배우지만 언제든지 혼자서 작품을 이끌어나갈 힘을 가진 배우로 기록될 것이라는 거다.

 

Ps) '나는 내 운명'은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작품이 잘 나왔다. 극장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 닦아본 것도 처음이요,

      눈물을 억지로 최대한 줄여보려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낀 것도 처음이었다. 

      극장에서 나오는 데 남녀 할 것 없이 모두가 눈이 부어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