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 뉴웨이브 연기자의 시초 (2005년 글)

유지태라는 인물이 언제부터 영화계에 크게 적힌 건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어쩌다 그렇게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는지 정말 이해가 안간다.

 
이 생각많은 애 늙은이 같은 연기자는 큰 키와 약간 순해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많은 여인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였었다. 물론 그러한 인기는 이제 거진 사그라진 것으로 보인다. 유지태라는 연기자에 대한 열기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으로서 오히려 유지태는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영화배우세계에서 특a급들은 큰 이슈를 몰고 다니지 않는다. 들떠있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전의 장동건과 지금의 장동건, 예전의 정우성과 지금의 정우성을 비교해보라. 이미 그들은 저 멀리 가있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가 대중적으로 처음 알려진 것은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서 이지만 실제로 나는 그것 보다 먼저 '바이준'에서 그를 만났는데, 바이준 자체가 흥행으로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작품 자체가 나쁘지 않았고, 그 안에서 유지태의 모습도 나쁘지는 않았다.
 
영화자체가 굉장히 날 것의 느낌이 나는데, 그 날 것을 나름대로 꾸며보려 한 투박함까지 느껴지는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의 느낌 자체를 내가 좋아했기 때문에, 유지태도 자연 좋게 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유지태에 대한 큰 이미지를 갖지는 못하였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유지태는 왠지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너무나 받았다. 난 이 영화에서 그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히 캐릭터 자체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다고는 해도 그 얼마 안되는 대사의 어색함은 정말이지 고개를 가로짓게 했다.
 
김하늘과 나온 동감이라는 작품에서 마침내 유지태라는 배우의 껍질이 좀 깨졌다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내에서 연기자체가 좀 편안해 졌다고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역할 자체가 뻔한 젊은이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유지태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어색한 웃음인데, 생긴 것 자체가 미남상도 아닌 것이 이상하게 매력이 있는 그의 얼굴은 미소지을 때면 '순수'와 '슬픔'을 동시에 나타내 주는 굉장한 무기가 된다.
 
바로 이러한 미소가 강력하게 발휘됐던 것이 '리베라 메'였다. 예고편에서 나왔던 그 웃음은 본인의 친구가 말했던 것 처럼(저 웃음은 유지태가 아니면 안나와) 100만불 짜리였다.
 
초기 유지태의 가장 큰 문제는 어깨에 들어간 힘이 었다. 그의 초기작에는 그가 힘을 넣으려 했던 빼려 했던 어깨에 그리고 목에 너무나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런점에서 그가 이후 '봄날은 간다 -허진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홍상수'등의 작품에 참여 한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
 
유지태가 출연한 영화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을 '올드보이'에서 그는 최믹신의 연기와 앙상블을 이루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유지태가 좀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더 감탄 한 것은 유지태에 맞춰서 호흡을 조절해주는 '최민식'의 연기였지만, 아무리 최민식이 조절을 한다해도 그의 연기를 받아낼 수 있는 내공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근작 '남극일기'에서 그는 '송강호'와 같이 연기를 하는데, 여기서 그는 송강호와 함께 잘 조화된 앙상블을 만들어 낸다. 섣불리 욕심을 내서 앞서려 하지 않고, 송강호를 넘으려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전체내에서 그의 연기는 송강호에 비해 딱히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송강호의 연기를 단단하게 받아 내고는 있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의 힘을 받아 내듯이.
 
그리고 후반부에 딱한번 터트려서 송강호와 동등한 힘을 내뿜는데, 유지태는 그것으로 충분했고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송강호는 어떤 영화에서도 주도권을 쉽게 놓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송강호랑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은 한가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송강호의 아우라 안에서 철저히 참고 버티다가 나중에 딴 한점에서 폭발시켜서 동등한 힘을 내는 방법이다. 물론 그리고 나면 송강호가 다시 정리를 해버리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적어도 송강호에 눌리지 않고 어우러 질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살인의추억'에서 김상경이 이런식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유지태라는 배우가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새로운 청춘배우상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있다. 새로운 연기자 웨이브의 시초자가 바로 '그'라는 것이다.
 
보통 배우라 하면 잘생겨야 하고, 멋져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 유지태이다. 그리고 배우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극대화 시키는 것 또한 유지태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그는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제는 어떠한 배역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하였지만, 그가 갔던 길을 가는 여러 스타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류승범일 것으로 본다. 그는 잘생기지도 멋지지도 않지만 그 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 그리고 힘을 가지고 영화계를 휘잡고 다니고 있다. 조승우도 있다. 그리고 아직은 모자르지만 발전의 가능성이 보이는 봉태규도 그 라인으로 봐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지태는 분명 대한민국 영화계에는 축복이다. 그는 주연급 배우의 범위를 넓혀주었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미소는 아직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실력있는 단편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앞으로 유지태 그가 대한민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감히 장담할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서, 유지태라는 배우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감사할 만 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