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강혜정 - 철저한 아웃사이더, 그리고 남자들의 판타지 (2005년 글)

by 박평 2009. 3. 7.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여자배우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마치 쓸데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여자배우가 설자리는 너무나도 좁기 때문이다.

 
자신이 영화를 왠만큼 보는 편이라면 영화계를 대표할 수 있는 배우! 를 한번 생각해보라. 혹은 흥행성을 보장 받은 배우! 라도 생각해보라. 그 첫머리에 여자배우를 떠올릴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나마 영화계를 대표할 수 있는 여자배우라면 심은하, 전도연, 문소리 정도일 것이고, 흥행성을 인정 받은 배우라면 심은하, 전도연, 김정은, 문근영 정도일 것이다.
 
심은하는 여자배우중 탑을 달리고 있지만 은퇴했으며, 그녀의 연기와 카리스마는 물론 출중했지만 항상 곁에는 '한석규'와 같은 명배우, 혹은 여성의 가장 예쁜모습을 잘 찍어줄 수 있는 '이정향감독(미술관 옆 동물원)'이 있었다. 나는 그녀를 조금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과장 또한 그녀가 지닌 힘이 없다면 생기지 않았을 터, 인정은 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그녀는 은퇴한 배우일 뿐이다.
 
전도연은 그런 와중에 최고이다. 그녀는 흥행성을 지녔으며, 그녀의 네임 벨류 만으로도 적어도 전국 50만은 불러 드릴 수 있다. 이것은 문근영에 이은 대한민국 여배우중 2번째라도 봐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더불어서 그녀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여배우 중에서 원탑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배우다. 물론 이경우 흥행성을 장담해줄 순 없지만.
 
김정은, 문소리에 관한 얘기들도 하고 싶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문근영은 이미 말을 했으며, 그녀는 내가 말하는 모든 여배우의 상황에 대해서 제외한다. 그녀는 그냥 '특별한 존재'일 뿐이다. 아직 여배우로 보기에도 힘들고, 그냥 비정형배우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내가 강혜정을 얘기하는데 왜 다른 여배우들을 들먹이는가?에 대해서 궁금할지도 모른다. 내가 여배우들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한 것은 강혜정이 이들과는 약간 다른 지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여배우는 소품의 형식이 강하다. 그러니까 여배우가 가지고 있는 목적성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항상 극의 중심에 있지 못하였고, 빤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틀안에서 심은하를 비롯한 전도연 등의 여러 훌륭한 배우들이 나타나면서 그들의 입지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장담하건데, 나는 우리나라 남자배우들 이상으로 여자배우들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으며, 단지 그 능력들이 발휘될 작품들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강혜정은 특이하다. 이 배우는 비록 아직까지 대중앞에 선보인 영화가 단 3개(올드보이, 쓰리몬스터, 연애의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배우를 위해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즉, 너무나 개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전도연이 '접속'에서 딱히 큰 개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가, 여러 작품들을 통하여 연기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진 타입이라면, 강혜정은 '올드보이'라는 작품 하나만으로 제대로 된 개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개성은 '김정은'식의 개성과는 틀린데, 그녀가 '코믹'이라는 장르적 개성만으로 한정되어 있다면 '강혜정'은 철저하게 '마이너'적인 이미지의 개성이다. 즉, 그녀의 개성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용될 수 있다.
 
어떤 배우의 이미지를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서 규정짓기는 힘들다. 그것은 느끼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강혜정 에게서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얻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것이다.
 
내가 유지태 편에서 말한 새로운 연기자 웨이브의 한 선상에 있는 여배우들을 보면, '배두나, 공효진, 강혜정'등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들중에서 가장 '여배우'스러운 사람은 '강혜정'이다.
 
즉, 강혜정은 예쁘다. (물론 배두나나 공효진 안 예쁘다는 말이 아니다.) 큰 쌍커풀에 동그란 눈, 까무잡잡한 피부에, 예쁜 라인에 입술은 그녀가 기존의 '여배우'처럼 예쁘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그런데 느낌은 '아웃사이더'이다.
 
이러한 상반된 느낌이 한 사람에게서 나타날 때, 그것은 굉장한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다들 알다시피 '안웃길것 같은 사람이 웃기면 훨씬 더 재밌는 상황'처럼, 보통여배우의 얼굴에서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풀풀 쏟아내니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그녀에게서 크나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여자들도 강혜정이 예쁘다고, 좋다고 많이들 말하고 있으며 굉장한 호의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조승우랑 사귄다고 해도 잘 어울린다고 축하도 해주고 그런거다. 만약 조승우가 다른 배우, 특히 '얼굴예쁜 일반적 성격의 여배우'와 사귄다고 했으면, 그렇게 호의적인 눈길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자들이 그녀에게서 느끼는 매력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데, 남자들은 강혜정의 매력에 특히 더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그녀가 과거에 '은실이'에 나왔던 것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 어렸던 꼬마가 자라서 나온 영화가 '올드보이'이다. 내가 '윤진서'편에서 말한 것처럼 '강혜정'의 가슴이 만약 안 예뻤다면 박찬욱감독이 과연 그녀를 캐스팅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름다운 가슴을 그녀는 화면에 나타냈다. 게다가 밧줄에 양팔을 묶인 채로 이다.
 
(참고로, 연애의 목적에서 그녀의 가슴은... 생각보다 안 예쁘게 나왔다. 마음이 아팠다. ;;;; 역시 박찬욱은 그런쪽에는 뭔가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드보이에서 가장 유명한 '아저씨, 나 많이 아프거든요? 근데 아저씨니까...'정도의 대사를 읊는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최민식의 딸이다.
 
이렇게 3가지를 잘 살펴보면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3가지 부분에서 철저하게 '남성적판타지'를 느낄 수 있다.
 
'가슴을 내놓고 묶여있는 여자'는 여러 만화, 영화, 애니 등에서 사용되어져 온 전형적인 판타지의 일종이고, '아저씨 아파요'의 대사에서 우선 여자가 '처녀'일 수 있다는 것으로 한번, '아프지만 참는'것으로 두번의 남성적 판타지를 느끼게 해주며, 마지막으로 '딸'이라는 금지된 상황에 대한 판타지와 일종의 로리타적인 판타지를 같이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이 올드보이라는 작품을 철저히 '남성적 판타지'에 기반한 영화라고 보는데, 어쨌든 모든 것을 떠나서 저러한 역할을 '강혜정'은 대중에게 알려진 첫 작품에서 매우 잘 소화해 냈다는 것이다. 즉, 강혜정은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저런 '판타지'에 입각한 연기에 의해서 남자들은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배우가 되는데, 과연 저러한 연기가 '올드보이'에 의해 입혀진 것인지 아니면 '매력'자체가 불러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연애의 목적을 보면, 저러한 연기는 그녀의 매력이 불러온 것 같다. 즉, 작품을 하는 감독이 남자인 경우에 저러한 배역이 있다면 감독은 강혜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불어 남자들의 판타지를 더욱 증가시키는 그녀만의 무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의 목소리이다.
 
(여기서 잠깐. 실은 연예의 목적 예고편을 링크 시켜서 강혜정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예고편을 보면 영화가 재미없어지기에 올리지 않습니다. 연애의목적 보실분들은 그냥 예고편 보지 말고 가시길. 이 영화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는 마찬가지죠. 저는 그래서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면서도 예고편은 절대 안보려 합니다. 뭐 극장 상영전에 하는 어쩔 수 없는 것만 빼구요.)
 
그녀의 목소리 가만히 들어보면 약간 콧소리도 있는 것 같고, 게다가 말끝을 살짝 올리는 듯한 느낌이 난다. 즉, 자세히 들으면 '앙탈'의 분위기가 난다.
 
'앙탈.' 이 단어 역시 남자들이 좋아하는 단어이지 않은가?
 
실제 남자들은 시각적 정보에 많이 휘둘리는 편인데, 강혜정의 시각정보는 아주 그냥 남자를 넋이 나가게 할 정도이고(이번 연애의 목적에서는 강혜정의 엉덩이가 노출된다는...;;;;), 더불어 청각적인 자극까지 주니, 남자들은 헤어날 수 가 없는 것이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남성적인 판타지에 취해서 살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강혜정'류의 남성적인 판타지는 '음지'에 속해있는 그러니까 말그대로 '변태'라고 욕먹기 딱좋은 판타지이기 때문에 '긴생머리에 뽀얀피부에 조용한 성격'으로 대변되는 '양지'의 남성적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혜정과 같은 매력을 쉽게 물리칠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남성적인 판타지는 말그대로 판타지 일 뿐이다. 실제 생활에서 그러는 놈들은 말그대로 변태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저런 판타지를 그냥 판타지로만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판타지가 가장 많이 보여지는 것이 바로 영화이므로, 강혜정=영화배우 는 무척이나 훌륭한 조합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영화계를 주름잡는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남자임을 볼때, 특히 연기하는 쪽이 아닌 만들고 투자하는 쪽의 대부분이 남자임을 볼때, 강혜정은 강하게 어필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어필은 만드는 이들에게 강혜정이라는 배우를 사용하고 싶은 욕망과 욕구를 불러 일으킬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녀에게 상당부분 기댄 영화가 제작될 수도 있을것이다. 물론 그녀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이 일정수준의 흥행성을 보장해준다면 더욱 금상첨화일테다.
 
너무 남자배우 위주로 흘러간 우리나라 영화계에 나타나서 균형을 잡아줄 여자배우를 뽑으라면, 나는 이 강혜정을 뽑고 싶다.
 
심은하를 다들 애타게 원하고 있지만, 난 심은하의 복귀보다는 강혜정의 성장이 더 좋다. 강혜정은 심은하가 갈 수 없는 다른 부분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서 여성이 대표할 수 있는 영화의 범위도 동시에 넓어지므로 영화계에 더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연애의 목적에서 '박해일'이라는 정말 대단한 녀석의 연기에 조금 '밀리는'모습을 보여주는 강혜정이지만, 그건 밀린다기 보다는 작품 자체가 '박해일'에게 조금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훌륭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이미지에 기댄 배우가 아니라, 연기자체도 좋은 그런 배우라는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녀가 원탑이 될 영화가 나온다면, 그녀는 그곳에서도 훌륭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녀의 개성과 그것을 살려줄 수 있는 연기를 그녀는 이미 다 소유하였다.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그녀가 앞으로 좀더 많이 활개치며 놀 수 있는 작품들 뿐이다. 앞으로 그녀가 항상 좋은 말을 들을 수 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와 맞지 않는 연기를 통해서 연기력에 문제를 삼는 일도 벌어 질 수 있다. (물론 거의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최대한 많이 놀아야 한다. 스크린 위에서 최대한 많이 뛰어놀아야 한다. 누가뭐래도 강혜정 = 배우 이기 때문이다.
 
Ps) 이럴때면 나는 자꾸 이은주가 생각난다. '양지'의 남성적 판타지를 보여주면서도 너무나 어두웠고, 카리스마 있었던 그녀.... 그녀가 있었다면 강혜정과 함께, 아니 어쩌면 강혜정보다 더 빨리 여성배우의 시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