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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강동원 - 또하나의 타고난 배우 (2005년 글)

by 박평 2009. 3. 6.
 
이명세 감독의 형사가 개봉했다. 내용이고 자시고 모든 것을 떠나서 이명세 감독의 영화는 화면에만큼은 세계 최고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봐왔던 수없이 많은 작품 중에서 나를 비주얼로 감동시킨 감독은 이명세가 유일하다. 형사에서 이명세는 영화 화면을 가지고 미장센을 만들어 내는데, 단순 롱테이크가 아니라, 화면의 이동이나, 심지어는 컷이동 시에도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나는 이명세가 미장센의 어떤 본질 적인 것을 뛰어 넘는 실험을 형사에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강동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왜 이명세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가? 그것은 이명세라는 감독이 배우를 굉장히 잘 끌어올리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명세 감독의 화면에서 강동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강동원을 타고난 배우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연기를 잘해서? 동물적인 연기감각을 타고 나서? 마치 신하균같은 배우가 연기하면서 미쳐버리는 것 같은 모습이 있어서? 아니면 류승범처럼 영화안에서 완벽하게 뛰어놀 수 있어서?

 

아니 모두 아니다. 강동원의 연기는 그리 훌륭하지 못하다. 그냥 중간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될까? 재능이 넘치는 신흥 남자배우들이 넘치는(신하균, 조승우, 박해일, 류승범등) 영화계에서 강동원의 연기는 솔직히 두드러지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원을 타고난 배우라고 하는 것은 바로 화면에 있다. 이명세 감독이 강동원을 캐스팅한 이유. 그리고 그가 형사라는 작품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이유. 바로 그것은 마스크이다.

 

나는 강동원을 '장동건'계보로 본다. 더 앞으로 가면 '신성일'계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말그대로 '미남배우'계열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있다.

 

문제는 얼굴만 반반한 배우는 널리고 널렸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진짜 배우가 되어 갈 것인가? 강동원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강동원은 진짜 배우가 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그의 선배인 '장동건'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실제로 장동건은 그렇게 좋은 배우가 아니었다. '우리들은 천국'이라는 청춘 드라마로 대박 났지만, 앨범이 나와서도 대박 쳤지만, '마지막승부'라는 드라마로 최고 인기 배우가 진작에 됐지만, 그래도 그는 영화판에서 그렇게 좋은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인정 받은 것은 언제인가? 바로 '이명세'감독의 '인정사정볼 것 없다.' 이때부터 장동건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내가 느끼기에 마침내 그 작품에서 그가 영화안에서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깨달은 것 같다.

 

미남 배우들은 자기가 화면에 어떻게 비춰지는지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왜냐? 얼굴 망가질까봐 걱정하거든. 잘못하면 화면에 이상하게 나올까봐 걱정하게 되는거다. 이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되는 잘생긴것들의 본능같은 것이다.

 

그런 애들이 이명세 감독을 만난다? 화면의 귀재를 만난다? 분명히 이건 작용요소가 크다. '박중훈'이 지속적인 저급 코메디영화로 자신을 갉아 먹었을 때, '인정사정 볼 것없다'로 재기한 것은 분명 살펴본 요소다.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역시 '박중훈'의 연기도 죽였었다. 박중훈이라면 표정연기의 대가 아닌가? 화면에서 놀줄 안다는 거다. 그는 미남형은 아니지만, 화면에 굉장히 흡수되어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이명세 감독을 강동원이 만난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강동원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강동원이 위풍당당 그녀라는 tv물로 데뷔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음으로 넘어가 버리겠다. 내가 기억하는 강동원의 데뷔는 바로 '그녀를 믿지 마세요'이다.

 

이 영화를 안본사람은 꼭 보길 바란다. 이건 강동원을 위한 배역이다. 가장 도시적인 꽃미남이 시골 청년으로 분한 이 캐스팅. 실제로 의문이 있었지만, 오히려 아직은 서투른 연기였지만 그러나 나름의 열정으로 가득차 있던 그에게 이 영화의 배역은 100% 적당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그를 보기 시작했다. 이 배우 괜찮다고 느낀 것이다. 서툴러도, 좀 어색해고 괜찮은 느낌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름의 열정이랄까 그런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늑대의 유혹'이 개봉했다. 솔직히 나는 귀여니 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음으로 작품 자체의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강동원'이 나온다는 점과 그리고 '싸이더스'제작이라는 점 때문에 약간의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나는 명동에 있는 중앙씨네마에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강동원이 첫 등장하는 씬에서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극장의 앞에서 부터 5.1채널 돌비 써라운드로 여성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영화에 미쳐산지 언 8년, 극장에서 본 영화만도 한 천편은 될텐데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마치 과거 나운규의 '아리랑'을 보면서 극장안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울면서 아리랑을 같이 불렀다는 그 순수했던 시절로의 회귀를 보는 것 같았다. 그게 강동원의 힘이었다.

 

그때부터 이 배우 일 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동건도 어디가면 안 뒤질 마스크인데, 강동원은 더 하다. 진짜 심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연기도 어느정도 안정되었음을 느꼈다. 아마도 그동안 했던 드라마 연기와 영화 '그녀를 믿지마세요'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실제로, 늑대의 유혹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그가 연기하기 편한 현대물이기도 했고, 굉장히 단순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나서 이배우 다음에 무슨 작품을 할까? 하고 참으로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런데 '이명세'감독이랑 짝짝꿍으로 '형사'를 찍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이쿠나!'했다.

 

'이 놈 무지 크겠구나.'

 

라는 생각이 바로 들은 것이다. 그 이유? 위에서 다 말했다.

 

나는 신인들이 앞으로 보여줄 활약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배우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흥겹다고나 할까? 그런점에서 강동원은 너무 기대가 된다. 신인 남자배우중에서는 가장 빨리 주연급이 되었으며 어느정도의 흥행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마스크는 예술이다. 그리고 연기가 서서히 잡혀 나갈 기미가 보인다. 기대가 안될 수가 없지 않은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노라 하는 남자배우들을 한번 열거해 보자.

 

정우성, 장동건, 이정재, 원빈, 신하균, 류승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박중훈, 안성기, 임창정, 박해일, 조승우, 정재영, 차승원, 유오성, 유지태, 한석규등

 

우선 생각나는 대로 써봤다. 이 중에서 진정한 미남계보의 남자 배우는 몇명인가?

 

정우성, 장동건, 원빈

 

요렇게 3명 정도 밖에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이게 현실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영화배우계에는 미남배우의 계보가 탄탄하지 않다. 이유는 물론 있다. 얼굴만 가지고 돈이나 벌려고 덤비다가 망한 애들도 있고, 우리나라 영화계가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언제나 영화는 판타지아닌가? 우리가 탐크루즈, 브래드피트, 조니뎁에 열광하는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연기도 연기지만 잘생겨서 아닌가? 그런의미에서 미남배우는 영화계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강동원은 가장 최근에 '배우'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미남배우'이다. 즉, 대한민국 영화판의 큰 자산이라는 거다. 그러니 이뻐해주고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 하긴 내가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수많은 여성분들이 이미 사랑을 퍼다 주고 계시지만.

 

그 또한 미남 배우 강동원 힘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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