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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장기하와 얼굴들의 1위, 이변이 아니다.

by 박평 2009. 3. 4.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이 일일 차트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디밴드가 일반 음반챠트에서 1위를 한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그들이 방송에 나와서 '달이 차오른다'를 부른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이다. 그 동영상을 보게 되면 미미시스터즈의 안무가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을 알수 있는데, 그것이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인터넷 곳곳으로 동영상이 유포가 되었다. 처음 그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안무가 가지고 있는 희화성 때문이었던 것이다.

만약 장기하와 얼굴들이 단순히 조금 색다른 안무(이게 웃겼다)때문에 순간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이었다면, 그들의 인기는 아마 거기 까지 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또 다른 노래 싸구려 커피 또한 사랑을 받으면서 그들이 단순히 색다른 안무때문에 유명세를 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 자체가 좋다는 것을 사람들은 느끼기 시작한다.

그들이 화제성이 있는 안무로 방송에서 유명세를 타지 못했다면 싸구려 커피를 포함한 그들의 좋은 노래들은 아마 우리에게 노출되지 못한채 묻혀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화제성을 탔고, 그들의 음악이 유통될 수 있는 길(인터넷)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그것을 통해 그들은 인디밴드 최초 음반판매 1위라는 이변까지 달성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쯤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를 볼 수 있는데, 독립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워낭소리'가 그 예이다. 이 작품 또한 처음에는 소규모로 개봉되었으나 그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입소문을 거듭해 마침내 전국적인 상영을 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했다.

이렇게 예전에는 불가능 할 것 같던, 독립영화 혹은 인디음악의 주류 편승 그리고 상업적 성취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1. 채널의 확보
아무리 좋은 작품, 좋은 음악이 있어도 그것이 소비자에게 혹은 대중에게 전달되기 위한 채널이 없다면 그것들은 꽃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그라졌을 것이다. 만약 장기하와 얼굴들에게 인터넷이 없었다면 워낭소리에 독립영화 상영관이 없었다면 그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을 작품들이었다.

다행히 정부나 음악인 혹은 영화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잘 대처해왔다. 정부는 소규모 문화계에 지원을 지속해왔고, 음악인들은 인디음악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을 찾고 개발(가내수공업 작업과 같은)했으며, 영화계에서는 독립영화 상영관을 만들어서 유통에 힘썼다. 이러한 여러곳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과 보호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다. 그것이 바로 오래전부터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노력한 이유이고, 인디음악이 자생을 위해 홍대 라이브로 진화하였고, 독립영화 전용관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이유였는데, 정부의 지원이 사라진다면 아마 이러한 채널은 확보되지 못할 가능성이 없다. 모든 것이 상업적 논리로만 이루어진다면 홍보비가 턱없이 부족한 이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연결시킬 채널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워낭소리의 감독이 싫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과 영화를 본 이유이다.


2. 좋은 음악, 좋은 작품에 대한 열정
우스운 말이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이 좋지 않았다면 그들이 아무리 쌩 난리를 쳤어도 일일음반챠트 1위에 오를 수가 없다. 아무리 영화가 화제를 몰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영화 자체가 힘이 있지 않으면 절대 박스 오피스 1위를 할 수 는 없다. 일 예로 '독도야 미안하다'라는 작품을 보면, 화제성도 충분한데다가 한국인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실패를 했다. 그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작품의 질에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 부분은 순전히 나의 예측임을 밝힌다.)

이들은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를 만들고 찍기 위해 애썼다. 만약 그들이 시장의 논리에 타협해야만 했다면, 그들은 아예 음악을 만들수도 영화를 찍을 수도 없었을 것이며, 지금처럼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즉, 그들이 상업적인 타협 없이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한 것이야 말로 그들이 1위를 하게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을 보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반챠트 1위와 워낭소리의 박스오피스 1위는 결코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질을 높이기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외부와 연결시키기 위한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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