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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붐, 경솔함의 상징?

by 박평 2009. 3. 1.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E-Sports를 창조해낸 나라 한국. 그리고 E-Sports를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만들어 준 대표적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그 스포츠안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선수 '이윤열'.


이윤열 선수가 MBC방송의 '스친소'에 출연하게 되었다. 16만팬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한국에 있는 왠만한 연예인 이상가는 인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인기는 단순 대중 연예인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이윤열은 스포츠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다다른 사람이고, E-Sports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마치 하나의 영웅과 같은 존재이다. 마치 농구에서 '마이클조던', 골프에서 '타이거우즈'가 대접받듯이 이윤열은 E-Sports 계에서 그러한 존재이다.

붐은 그런 그를 상대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한 농을 던지고, 희화화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붐'의 발언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그러므로 단순히 그가 한말 자체를 문제삼는 다면 그는 꽤 억울할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대를 희화화 하는 것은 연예인으로서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표는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고, 상대를 희화화 하는 것 만큼 쉽게 재미를 주는 분야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붐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고, 어쩌면 이 프로그램에서 잘 해나가고 있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붐'은 분명히 경솔했다.

그것은 그가 한 개인의 희화화가 아닌 한 분야의 희화화를 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희화화를 통해 웃음을 주었던 대표적인 사람들을 살펴보면 '김제동, 김구라'가 있을 것이다. '김제동'은 상대를 희화화하는 것에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러브레터에 나와서 발언을 할때나, 레크레이션하는 것을 볼때 보면 청중이나 관객 혹은 출연자들의 한명을 희화화 해서 재미를 주곤했다. 그러나 그의 유머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그 후에 남을 희화화 시킨 이상으로 자기 자신을 희화화 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하는 것이 모두의 즐거움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상대를 기분나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김구라'의 경우는 자기 자신이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함으로 인해서, 그는 원래 독설을 해대는 사람으로 인식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상대를 희화화 시켜서 재미를 주곤 한다. 그러나 그의 희화화를 잘 살펴보면 (초기가 아닌 최근의) 희화화의 내용은 거의 상대의 단점이나 잘못한 점에 대한 것이다, 그는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뿐, 그것의 범위를 그 사람의 일이나 혹은 그 사람의 성격등으로 연결시키지 않는다(과거는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약점만을 파고들기 때문에 시청자는 김구라가 사람자체를 모욕한다거나 사람자체를 비하한다고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혹은 그런경우에는 친분이 있음이 항상 공개 된다. 그럼으로 친한사이이기 때문에 약간은 무마되는 형태가 되곤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남을 상처주는 개그의 대표주자로서 지적을 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물의 희화화는 개그에서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김제동과 김구라의 희화화에 비해 '붐'의 희화화가 비난을 받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  인물의 희화화가 아닌 분야의 희화화.

그는 마치 E-sports가 PC방에서 게임이나 줄창해대는 폐인식으로 얘기를 했다. 실제 프로게이머는 어떤 직업보다 노동강도가 쌔다. 이건 신체적 정신적인 것이 전부 포함 되는데, 게다가 선수들은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그들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통해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인물들을 싸잡아 비하하였으니 당연히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E-sports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게임질'로 밖에 인식 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존재조차 없던 E-Sports를 만들고, 몇십만의 팬들이 존재하고, 대기업들이 스폰서를 맞는 이런 스포츠를 만들어 내는데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인데, 그 의미가 '게임질'로 폄하된다면 그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쩌면 작을 수도 있는 발언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분야의 대표성을 지닌 이윤열이었다. (임요환이었다면 더 큰 일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팬카페 회원수 60만의 위력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만약 무한도전 팀이 봅슬레이를 하면서 봅슬레이를 단순 썰매 타는 수준으로 비하했다면 아마 엄청나게 비난 받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 분야에 애정을 보였고, 그 안에서 자신을 희화화 시켰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었고, 감동을 줄 수 있었다.


- 억울하겠지만 그래도 사과는 해야....

가만보면 붐은 구설수에 많이 오르는 편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의 가벼운 이미지가 구설수를 더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보인다. 물론 그것은 그런 모습을 스스로 원하고 바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보여지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은 분명 훌륭한 일이고, 직업에 최선을 다한것은 맞다. 아마 주변 방송계에 있는 사람들은 현재 '붐'을 많이 위로 해주고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나는 그렇게 위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과를 안할 수는 없다. 분명히 그는 조심을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스타이기 때문이고, 예능에는 생짜 초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보면 예능에 처음 나온 연예인의 경우는 주변에 있는 분들이 많이 보호해주고 좋은 말을 해주려 하고 못해도 칭찬해주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번 방송에서 '이휘재', '현영'씨만 봐도 그런 역할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것을 볼 수 있다. 붐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과'하고 다양한 게스트 들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더 많은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만약 '이윤열'에 대해서 조금만 더 연구를 했었다면, 그는 '소녀시대'의 gee를 부르며 준 재미 이상의 것을 시청자들에게 주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E-sports는 엄연히 스포츠이다. 상무처럼 공군 프로팀이 존재하고 있는데다가 세계대회도 열린다. 그리고 몇몇 선수는 대중 연예인 이상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임요환만 해도 팬카페 회원수가 60만명이 넘어가니 그 규모는 가히 엄청나다. 박태환, 김연아가 세계를 재패하고 환호를 받을 때,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스포츠를 만들어낸 이들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데에도 그들에게 돌아오는 대중적인 시선은 '폐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방송부터 그런 것을 깨주었으면 한다. 스포츠뉴스에 'E-sports'관련 소식이 전달되고, 프로게이머들의 근황이 방송되고, 방송에 출연하고 그래서 E-sports 자체의 인식을 바꾸기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NDS와 같은 게임기를 만들자고 하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도 못한 대단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런 것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걸까? 아니 오히려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비하시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UCLA의 한 수업교재에 임요환, 김택용과 같은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비록 정규수업은 아니라해도) 자랑스럽지 않은가? 전 세계에서 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경탄을 금치 못하는 수천만의 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스포츠로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이번일이 E-sports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화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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