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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게임의 스릴과 사회의 추악함을 다 드러내다 <더 지니어스>

by 박평 2013. 12. 15.




제작진이 <더 지니어스>의 시즌2의 부재를 '룰 브레이커'로 지었을 때, 제작진의 의도는 분명했을 것이다. 시즌 1에서 가장 화제가 됐었던, 홍진호가 거둔 2번의 승리 '오픈, 패스'게임과 '5:5게임'모두 홍진호의 '룰브레이킹'으로 인해서 화제가 됐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경기가 지닌 '룰의 파괴'는 성격이 다르다. '오픈, 패스'에서는 참가자들이 정치를 통해 직접 만들어 낸 연합의 룰을 '홍진호'의 개인 능력으로 '파괴'했고, '5:5게임'에서는 주어진 게임 룰을 넘어서 '새로운 정보 창조'라는 행위로 '게임 룰'의 한계를 파괴했었다. 즉, 이 두 번의 게임은 <더 지니어스>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의 요소 '정치', '게임'의 룰을 각각 파괴한 사례였다. 제작진이 지은 '룰브레이커'라는 제목은 아마도 이 두 가지 모두의 파괴를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제작진은 정치가 극대화되는 게임과 게임 능력 자체가 극대화되는 게임을 고루 배치했다. 1회 '먹이 사슬'은 '게임 능력'이 2회 '자리 바꾸기'는 '정치'가 극대화되는 게임이었다. 재밌는 것은 제작진의 이런 설계와 반대로 게임이 흘러갔다는 것이다. 1회 먹이 사슬은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치가 시작되어 버렸고, 덕분에 정치 게임의 면모로 진행되었다. 홍진호는 여기서 거의 유일하게 게임의 핵심을 파악했고, 노홍철을 최대한 빠르게 죽임으로써 자신의 승리를 이뤄냈다. '정치'를 깨 버린 것이다. 2회 '자리 바꾸기'는 '정치력'이 가장 중요한 게임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X를 설득해 낼 수 있는가?'가 이 게임의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홍진호'는 다시 역 스트레이트를 만드는 방법으로 제작진의 의도를 파해 한다. 즉, 그는 '먹이 사슬'에서는 '정치'를 깨고, '자리 바꾸기'에서는 '게임'을 깼다. 


그래서, <더 지니어스> 시즌 2의 진정한 히어로는 이미 홍진호이다. 그가 비록 탈락 하더라도 이 2번의 게임으로 그는 <더 지니어스> 시즌 2가 가진 정체성인 '룰 브레이커'를 몸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캐스팅은 <더 지니어스>에게는 마치 신의 한 수와 같은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있는 한 이 '게임의 스릴'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 지니어스>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더 지니어스>가 스스로 지니고 있던 정체성인 '추악한 승리' 또한 방송 중에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시즌1에 대한 학습효과인지는 몰라도, 참가자들은 이제 예민하고 예리하며, 추악한 승리에 대해 불쾌해하지 않는다. 이미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상, 참가자들은 충분히 '추악해질 각오'가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게임 '자리 바꾸기'의 데쓰매치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어차피 질 것 같은 재경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가넷을 확보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라면 이 데쓰매치는 불꽃 튀는 눈치와 정치의 또 다른 한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자리 바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정치를 통해 X를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이 X가 되기 전에 연합을 확보하고, X가 되어 죽을 위기에 처할 때, 다른 연합과 최대한 협상해서 '데쓰매치'에서 적어도 2 연합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아야 했다. 그런데 홍진호의 역 스트레이트를 통해 이 같은 협상의 기회는 물 건너 갔고, 더 간절한 정치 게임이 이뤄지진 못했다.


그렇기에 이 데쓰매치는 그 어느 때보다 시시했으며, 너무 빠르게 끝이 나 버렸다. 반전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작진은 이 반전을 맨 뒤에 기가 막히게 배치함으로써, 결국 이 시시했던 데쓰매치가 <더 지니어스>가 말하고자 하는 '추악한 승리'의 적나라한 모습임을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가넷을 위해 모두가 단합해서 한 명을 희생시키는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으로 추악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더 지니어스>가 재밌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게임이 이뤄지고 있지만, 결국 그 게임을 하고 있는 그곳이 현실과 하등 다를 곳이 없는, 심지어는 더욱 노골적인 사회라는 것을 시청자는 물론 참가자들까지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 지니어스>는 진정한 리얼이 된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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