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변호인의 묵직함. 송강호의 연기가 빚어낸 특별함

by 박평 2013. 12. 26.




배우 송강호가 젊은 시절의 변호사 노무현을 연기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기대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송강호는 이미 <관상>을 통해 자신의 연기가 갖는 깊이를 증명한 바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의 한 명인 고 노무현 대통령과 송강호의 연기가 만났을 때, 발생할 시너지는 상상 이상의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반대로 아주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그 대표성과 이미지의 확고함 때문에, 연기가 어그러졌을 때 관객들이 불편함과 이질감을 느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은 당연히 '변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인'이 '변호'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의 혼란과 불공평성과 부정 속에서 한 '변호인'이 성장해 나가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 성장의 과정 안에서 '변호인'은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고, 그러므로 영화 <변호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변화의 과정이 얼마만큼 신뢰감 있게 전달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 깨달음의 순간이 너무나 극적이어서 현실성을 파괴해 버려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나 잔잔해서 관객이 동요하지 않아서도 안 됐다. 그 미묘한 변화의 순간을 제대로 묘사하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꼭 지녀야 하는 요소였다.


송강호는 그 부분을 완벽하게 묘사해 낸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는 그 한마디의 울림이 그것을 이뤄냈다. 과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덜하지도 않은, 하지만 그 변화의 순간과 감정을 제대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그 순간의 연기는 송강호라는 배우가 지닌 힘을 그대로 증명한다.


처음에는 자주 보였던, 쭈뼛거리는 표정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도, 시선 처리가 조금씩 변하는 것도 일일이 관객이 눈치채진 못하더라도, 분명히 변화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연기는 마치 그가 곧 변호인 노무현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가장 유명한 인물의 모습을 자신에게 제대로 투영시켜 냈다는 것, 역시 송강호의 힘이다.


<변호인>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필이면, 너무 비상식적이었고, 너무 끔찍했으며, 독재가 판을 치고, 권력을 위해 서민들의 삶을 쉽게 짓밟을 수 있는 시기에 태어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송강호라는 명배우가 마치 화신이 된 것처럼 그려냈다. 그렇기에 <변호인>은 더 묵직한 힘을 갖게 되었다. 실제 영화 속에서와 같은 삶을 살아온 그 인물에 대한 찬사와 감사함만큼, 그 인물을 완벽하게 그려낸 배우 송강호에 대한 찬사와 감사함도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