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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명분없는 배신과 명분있는 탈락, <더 지니어스>

by 박평 2013. 12. 29.



배신이 통용되는 곳. 홍진호의 말처럼 <더 지니어스>라는 곳은 배신이 매우 당연한 곳이며, 그것이 손쉽게 일어나는 곳이다. 그러므로 배신은 게임의 한 부분이고 자연스럽다. 단지, <더 지니어스>에서의 배신은 배신에 의한 약속, 그 자체에 대한 배신은 통용되지 않는다. 배신으로 맺어진 약속 그 자체가 배신 됐을 때, 배신과 연합은 그 자체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더 지니어스>는 오직 친목게임이나 개인의 실력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은결이 은지원을 처음부터 지목하여 탈락시키려 했고, 그를 위해 자신의 팀을 배신했다. 이은결은 상대 팀과 은지원의 지목을 약속하며 배신을 한 것이다. 물론 이은결이 은지원을 뽑은 이유에 대한 납득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은지원을 지목하고자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상대팀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는 노홍철도 있었고, 이상민도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은지원을 지목하고자 하는 이유인 '친목'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이제 이상민, 노홍철, 은지원'중에서 한 명이 떨어질 때가 됐다는 식으로 말을 얼버무린다.


그러므로 홍진호 팀에서는 '이은결'이 '은지원'을 데쓰매치에 지목해 달라는 요구가 '명분 없는'것으로 여겨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은결은 그것을 조건으로 상대 팀을 우승시켰고, 그 요구는 관철되었다. 홍진호는 배신의 통용과 더불어 배신의 인정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노홍철과 조유영의 명분 없는 배신이 시작된다. 비록 그들이 이은결이 '은지원'을 지목하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은결의 희생으로 우승했다는 확실한 실익을 얻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이은결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기본적인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조유영과 노홍철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함으로써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명분은 무시한 채, 은지원이 지목받는 것에 대한 명분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밖으로 꺼내 놓는다.


결국, 이은결은 데쓰매치에 지목됐고 탈락자가 된다.


이번 게임의 핵심은 결국 '명분'이었다. 누구의 명분이 더 명확한가? 사람마다 명분은 다를 수 있다. 이은결이 은지원을 탈락시키고자 하는 명분은 플레이어들에게 확실히 전달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노홍철, 조유영 등이 은지원의 탈락을 저지하고자 했던 것에도 명분은 충분치 않다. 어째서 그들은 은지원을 살리고 싶어했을까? 에 대한 확실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남은 명분은 딱 하나다. 이은결은 상대 팀을 우승시켰다는 것.


따라서 데쓰매치의 양상은 그 확실한 하나의 명분을 가지고 진행이 돼야 했었다.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양쪽의 명분이 게임에 관여했고, 결국, 이은결이 탈락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노홍철 등이 은지원을 살리고자 했던 명분을 생각해보자. 그것을 무엇으로 표현할지에 대해서는 제각각이지만, 정확한 명분이 없는 상태라면 은지원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호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친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은지원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의 명분이 '친목'이라면 다시 이은결이 처음에 은지원을 탈락시키려 했던 이유인 '친목'이 명분을 획득한다. 결국 이은결은 자신이 불편해했던 <더 지니어스>안의 친목을 깨려는 명분이 있었던 것이고 그 '친목'을 결국 깨지 못하고 그 친목으로 탈락하게 되었다.


<더 지니어스>는 완벽한 사회의 복사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집약적이고 복잡한 곳이다. 그리고 그 사회 안에서 친목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친목의 힘이 실질적인 이유(승리)보다도 강하다는 것이 이번 <더 지니어스>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것이 불쾌하다 한들 어쩌겠는가? 그것이 현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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