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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또 한 번 성공한 김은숙표 로코 <상속자들>

by 박평 2013. 12. 11.




'로맨틱 코미디는 뻔하다.'


우리가 흔하게 듣는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납득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은숙'이 새로운 드라마 <상속자들>을 시작했을 때, 또 똑같은 것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김은숙은 김희철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자기 복제 맞는 말이지. 그런데 이거 아무나 못 해. 나니까 거품 키스 만들어 내고 애기야 가자 이런 거 만들어 내지.'


김은숙 작가의 이런 대답은 그녀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어쩌면 흔하고 뻔한 장르 속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 말처럼 김은숙 작가는 다시 한 번 <상속자들>을 성공으로 이끌며 자신의 자부심을 지켜냈다.


사실 김은숙 작가의 로맨틱 코미디는 매번 똑같은 자기 복제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계속 해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남녀가 바뀐다는 흔한 설정을 독창적 캐릭터의 구축으로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부잣집 사모님에게 당당하게 대들 수 있는 여자, 잘난 남자친구 덕 따위는 중요치 않게 여기는 여자, 자기의 일이 더 중요한 여자인 '길라임'은 어쨌든 신데렐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장르적 한계를 무색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 우월하고 훌륭하고 완벽하지만, 약점을 지니고 있는 남자 캐릭터를 등장시켜, 여자 캐릭터를 단순한 신데렐라에서 때로는 남자에게 도움이 되고 남자에게 힘이 되는 든든한 모성애까지 지닌 캐릭터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시크릿 가든>은 전통적 신데렐라에서 벗어나 현대적 신데렐라 상을 구축했고, 드라마는 대성공을 거뒀다.


<신사의 품격>에서는 무려 4 커플이 동등하게 주인공이 되는 '옴니버스'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로맨틱 코미디가 보통 한 커플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데, 김은숙 작가는 다양한 커플을 배치하고 이들의 관계를 촘촘히 엮어내면서 시청자에게 자신이 응원하는 혹은 좋아하는 커플을 정하게 했고, 드라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남자 캐릭터의 나이를 40대로 격상시키면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 약간은 무거울 수도 있는 현실성을 부여했다. 이 현실성(비록 그 현실성도 비현실적이지만)은 <신사의 품격>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감정이입을 원활하게 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작인 <상속자들>은 전작 <시크릿 가든>과 <신사의 품격>의 장점들이 잘 녹아들어 간 작품이다. 일단 기존 신데렐라와는 다른 여자 주인공과 역시 기존 백마 탄 왕자와는 다른 남자 주인공이 있다. 여자 주인공은 예전처럼 한없이 불쌍하지 않다. 당당하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김은숙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당당해도 불쌍한 여자 주인공을 그려낸다. 또한, 백마 탄 왕자는 잘나고 훌륭하고, 한 여자만 바라보지만, 한없이 약하다. 아직 어려서 할 수 있는 게 가벼운 협박하고 주먹질밖에 없다. 대신 감정은 짙다. 이 뻔한 것 같은 주인공들은 사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신데렐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르다. 연적으로 나오는 최영도(김우빈)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좋아서 괴롭히다가, 후반부에서는 좋아하는데 괴롭히지도 못하며, 자신의 연적인 친구와는 등을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우정을 키워간다. 일반적인 연적이 보여야 할 덕목은 상당히 부족하다.


여기에 다양한 서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 서브캐릭터들은 주연은 아니지만, 극에서 상당한 분량을 책임지고 있는데, 이 서브들은 단순히 '학생'들을 넘어 '어른'들까지도 아우른다. <신사의 품격>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의 비중을 적절히 분배하며, 각 캐릭터의 관계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노하우를 이제 '서브 캐릭터'에서 살리고 있다. '서브 캐릭터'들 전부 나름의 이야기와 관계를 지니고 있고, 갈등을 지니고 있으며, 분량에 상관없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이 풍성함은 로맨틱 코미디가 지닌 구조적 단순성을 깨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게 된다. 


이처럼 김은숙 작가의 로맨틱 코미디는 점차 발전하고 있으며, 점차 세밀해 지고 있다. 아무리 흔한 장르라도 그 장르의 장인이 만들어 내는 작품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상속자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녀는 그녀가 말한 대로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그녀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김은숙 작가를 로맨틱 코미디의 방망이 깎는 노인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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