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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기막힌 이야기 탄생 강풀의 <마녀>

by 박평 2013. 10. 19.



강풀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 만화계의 모습을 가장 먼저 그려 낸 인물이라고 평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웹툰 1세대이면서 웹툰이 지닌 영향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증명한 인물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웹툰이 누리고 있는 입지는 분명히 '강풀'이라는 사람의 영향이 어느 정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강풀' 만화는 특징이 분명하다. 그림 자체의 힘은 약하다. 그의 그림은 미심썰 시리즈(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의 긴장감과 공포를 그려내는 데도 부족하고, 순정만화씨즌의 로맨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도 부족하다. 그의 그림은 순정만화씨즌2였던 <바보>정도에서만 딱 어울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부족한 그림체는 '완벽한 이야기'와 조화되면서 더이상 부족한 부분이 아니게 된다. 강풀의 만화가 지닌 이야기의 힘은 그림을 채우고 더 나아가 만화를 완벽한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결국 강풀의 만화는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 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강풀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영화화 되었다는 것은 강풀만화가 지니고 있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그의 만화는 한없이 이어지는 시리즈라기 보다는 적당한 길이에 짜임새 있게 구성 된 한편의 영화와 같고, 이 구성안에 강렬한 이야기를 녹여냈기에 많은 이들이 영화나 혹은 드라마로 그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치고 만화만큼 재밌었던 작품은 없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만화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구성의 방식, 떡밥을 뿌리고 회수하고 적당히 교차시키고, 긴장을 넣고 빼고 하는 그만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강풀의 이야기는 단지 이야기만으로서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구성력이 포함되어 더욱 강렬한 이야기로 진화한다.


결론적으로 강풀의 이야기는 강풀의 만화로 접할 때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 된다. 강풀은 수많은 만화가들 중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개척했고, 그 영역에서 여전히 최고인 만화가이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작품 <마녀>는 그런 그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마녀>가 담고자 하는 얘기는 어쩌면 매우 간단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특히 남자와 여자의 사랑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죽거나 다치게 하는 마녀와 그 마녀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작품 내내 그려진다. <마녀>는 사랑이 얼마나 아픈지를, 그리고 사랑이 얼마나 다양하고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마녀>는 그런 점에서 사람의 관계, 사랑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두려움을 그린 영화 <오싹한 연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박평의 영화보기] - 오싹한 연애, 관계의 두려움을 드러내다.


'마녀'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으로 그려지며, 동시에 데칼코마니적으로 표현된다. 이 작품의 백미는 결국 마지막회인 30회에서 이루어지며, 앞의 29화는 모두 마지막 30회를 위한 다지기이기도 하다. 큰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자만, 앞의 29화를 소중히 읽었을 때 마지막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의 크기는 거대하다. 그런 점에서 강풀의 <마녀>는 강풀의 이야기 구성력이 여전히 탄탄하며, 그 정점을 아직도 찍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고, 그가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증명한 작품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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