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2년 최고의 웹툰, 미생을 말하다.

by 박평 2012. 12. 28.


2012년 최고의 웹툰이 무어냐고 묻는 다면 사람마다 당연히 다른 답을 이야기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패션왕'이 최고의 작품일 수도 있고, 올해로 연재가 종료되는 '이말년 씨리즈'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은 '다이어터'를 꼽을지도 모르고, 어떤 이들은 이미 연재가 종료됐지만 영화화 되어 새롭게 주목을 받은 26년을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의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기에 사람마다 최고의 웹툰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나라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웹툰은 오로지 한 작품이다. 그 작품은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미생'이다.


미생은 바둑을 하던 '장그래'씨가 상사에 들어가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대한민국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샐러리맨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모두에게 친숙한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더 하기 힘든 작품이기도 하다. 


샐러리맨을 다룬 유명한 만화는 일본에 있었다. 시마과장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연재가 이어저 주인공이 시마사장이 되는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가지,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미생은 샐러리맨을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판 시마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마과장과는 상당히 다른점이 존재한다. 미생은 기본적으로 매우 현실적이며, 우리네 삶과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공감한다. 공감의 크기는 사뭇 거대해서 모든 감동과 재미는 그 공감에서 시작될 정도이다. 미생에는 다른 작품에서 나타날 만한 아주 엄청나고 거대한 일이나 사건, 음모등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일상생활에서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만한 갈등이 다뤄진다. 만약 '공감'이라는 바탕이 없었다면, 이 소소한 갈등들이 이렇게 큰 서스펜스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 내진 못했을 것이다. 


미생의 가치는 단순히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생에 사용되는 컷의 방식, 씬의 구성, 표현 기법들은 웹툰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컷을 구성하는 방식을 다른 웹툰과 비교해 보면 미생이 컷의 구성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의 모습에서 이 정도의 탄탄한 감정이입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윤태호 작가의 연출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미 그는 '이끼'에서 웹툰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서스펜스의 궁극을 만들어 낸 바 있다. 미생에서도 그런 연출력은 그대로 이어지는데, 특히 2012년 마지막에 올라온 '미생 92수'는 앞으로 웹툰 연출의 교과서로 쓰여도 될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한때 만화가 천대받던 시절이 있었다. 과연 지금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만화작가들에 대한 처우는 안타깝고, 만화란 그저 공짜로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문화를 다룬 기사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드라마, 영화, 음악들로 채워져 있으며, 만화는 아주 가끔 기사화 될 뿐이다. 


그러나 웹툰이라는 방식을 통해 만화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매체가 되었고, 그 방식 안에서 대한민국 만화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만화 안에 음악을 삽입하기도 하고, 동영상을 추가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화면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내용을 전달할 것인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고민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생은 그런 고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미생은 그 내용에 대해서만 감탄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장르적 발전까지도 감탄해야하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미생의 가치는 이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분 대통령상을 미생이 받은 것은꽤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용적으로, 그리고 연출적으로 모자람이 없으며, 장르적인 발전까지 꾀하고 있는 이 작품에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미생은 앞으로 웹툰의 고전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안 본 사람들은 미리미리 봐두길 추천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