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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이정재, 백윤식에게도 밀리지 않는 조정석

by 박평 2013. 10. 1.



영화 <관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정재'의 영화라고 말한다. <도둑들>때부터 이정재를 외쳐 왔던 나에게는 <신세계>로 조금 더 눈길을 받고, 마침내 <관상>으로 대중의 인정을 받은 이정재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흐뭇하다.  <관상>을 보고 '이정재'의 연기에 대해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대중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정재에 대한 이야기는 접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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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가 아니라면, 누구의 이야기를 해야 할까? 답은 금방 나왔다. 조정석이다. 이 배우는 백윤식과,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등의 대단한 연기자들 사이에서 전혀 눌리지 않으며,  그 중간에서 윤활류처럼 매끄럽게 극의 흐름을 이끌어냈다. 대단한 연기력이 아닐 수 없다.


조정석이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건축학 개론>의 '납득이'로 활약하면서 부터이다. 이 한편의 영화로 그는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 작품에서 조연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에는 <방자전>의 '송새벽'이 이 정도의 눈길을 끌었고, 아주 예전으로 올라가면 <넘버3>의 '송강호'가 이런 배우였다. '조정석'은 '배신이야 배신'이라는 대사 하나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 '송강호'처럼, '어떡하지 너?', '그게 키스야?'와 같은 대사로 말도 안되는 존재감을 이룩해 냈다. 한명의 배우로서 이같은 씬 스틸러가 되는 것은 대단한 일이며, 자신의 연기자적인 능력, 즉, 관객의 시선을 훔쳐 자신에게로 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정석'이 납득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다면, 그는 '원히트원더'로 끝날 수도 있었다. 작품 하나에서만 반짝 했다가 사라지는 배우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더 킹 투하츠'를 통해서 전혀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게 된다. 꽉막힌 '왕실 근위 중대장' 은시경으로 활약한 이 작품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그가 '납득이'였다는 것을 처음에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연기 폭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후 그는 '강철대오', '최고다 이순신'등을 통해서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연기들을 보여주게 된다.


'조정석'연기의 핵심은, 그가 '코믹'적인 요소와 '페이소스'적인 요소를 둘다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재가 '잘생긴남자+빈틈'이라는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젊을 때는 멋진 양아치로, 나이를 먹어서는 강하지만 어딘가 인간적인 흔들림도 있는 모습으로 단선적이지 않고 풍성한 연기를 해내는 것 처럼, '조정석'은 '코믹하지만, 그 안에 페이소스'가 함께 담겨 있는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고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낸 것이 바로 <관상>이었다.


<관상>에서 '조정석'은 '송강호'가 져야 하는 짐을 훌륭히 나눠지게 된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에 휘말려야 하고, 그렇기 떄문에 어느 정도 무게감을 지녀야 하는 '송강호'대신에 더 가볍고, 더 다혈질이며, 더 부드러운 모습을 모두 가져와 '조정석'이 구현해 낸다. 놀 때는 가볍고, 성질낼 때는 다혈질이며, 조카에게는 더 부드러운 이 다양한 성격을 '조정석'은 시의적절하게 구현해내며, 그것이 동시에 일어나는 데도 어색함이 없다. 덕분에 조정석은 '송강호'를 살리고, 동시에 작품 까지도 살려냈다. 아주 큰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렇기에 <관상>은 '이정재'의 영화이지만 동시에 '조정석'의 영화이기도 하다. 그가 이 다양한 모습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내지 않았다면, <관상>은 지금보다 무겁기만 하거나, 가볍기만 하거나 혹은 밋밋하기만 한 작품이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상>은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잠재력이 마음껏 표출 된 작품이며,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또 한명의 훌륭한 배우를 발견한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흘러 <넘버3>의 송강호처럼 조정석도 대한민국 영화계에 아주 중요한 배우로 발돋음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충분한 능력을 지니 배우라는 것은 이미 증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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