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남녀의 음란한 소통을 그려내다. 마녀사냥

by 박평 2013. 9. 27.





사랑 이야기의 주체는 언제나 여자였다. 특히, 사랑 이야기의 소비 주체로서 여자의 지위는 확고하다. 그렇기에 사랑이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서 언제나 주요한 기준점이 되었던 것은 여성의 시선이었다. 사랑에 대해서 여성의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대로 남자의 사랑이야기는 흔치 않다. 남자들은 사랑 이야기의 소비자로서도 그리고 생산자로서도 주된 위치에 서지 못했다.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여성의 기준에 의해 생성되거나 소비되는 경향이 많았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여지 껏 꽤 단순하게 인식되어 있다. 


"예쁘냐? 잤냐?"


jTBC의 <마녀사냥>은 그런 점에서 매우 색다른 시도이다. 남자가 주체가 된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나 연애에 있어서 주도적인 컨텐츠 생산자가 아니었고, 또한 소비자도 아니었던 남자가 하는 남자의 연애 이야기는 다른 토크쇼들과는 다른 분명한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런 컨텐츠의 시작을 <마녀사냥>이 했던 것은 아니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가 먼저 이런 컨셉을 가져갔고, 상당히 호평 받은 바 있다. 단지, 그런 '놀러와'가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남자의 연애 이야기가 갖는 컨텐츠로서의 가치는 <마녀사냥>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입증되고 있다.


'놀러와'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권오중'이었다. 그는 방송에서 남자의 사랑 이야기답게 '성'에 대한 담론을 공중파인데도 불구하고 꽤 거침없이 쏟아냈고,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마녀사냥>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사랑이야기에서 '성'은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며, 게다가 '성'에 대한 담론 또한 이제는 모두가 편하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렇기에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성'을 반드시 다룰 필요가 있었다. '신동엽'이 메인MC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마녀사냥>은 첫회부터 성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쏟아냈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남자의 사랑 얘기의 근본에는 "예쁘냐?"로 치환 할 수 있는 '외모'와 "잤냐?"로 치환할 수 있는 '성'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다. 이 두가지의 주제를 피하고서는 남자의 사랑 얘기가 지닌 진정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사냥>이 쏟아내는 성에 대한 노골적인 이야기들은 이 방송이 남자들의 사랑 얘기를 잘 포장한 것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인 진짜를 보여주고 있다는 신뢰감을 시청자에게 준다.


그런데 한가지 독특한 것은 이 방송이 오직 여자의 외모와 성에 대한 이야기만을 쏟아내는 '음담패설'의 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골적이고 음란한 이야기들이 오가면서도 그 안에는 남자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게 묻어 나온다. 이들의 토크는 성에 대한 담론을 넘어 연애와 사랑, 심지어는 삶의 한 단면까지를 그려낸다. 예를 들어, 동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이 방송이 음담패설만을 위한 방송이라면 동거라는 소재로 노골적인 이야기만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마녀사냥>에서는 동거생활을 하던 중에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흘러 나온다.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얻어지는 감정이 방송되는 순간, 이 방송은 단순한 음담패설을 넘은 진짜 사랑 이야기로의 진화를 이뤄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노골적인 방송은 음란함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마녀사냥>의 음란함이 중화되는 지점이 하나 더있다. 바로 여성 패널로 나오는 곽정은기자와 모델 한혜진을 통해서다. 이들은 남자들과 정 반대의 지점에서 같은 수준의 '노골적'인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어 곽정은 기자가 '남자 엉덩이의 탄탄함이 갖는 성적 연상'에 대해서 말하는 순간, 이 프로그램은 남자의 노골적 음담패설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남자만의 연애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닌, 남자와 여자가 같은 지점에서 게다가 대한민국 탑게이까지 함께 모여서 연애와 사랑에 대해 노골적인 부분까지 털어 놓는 일종의 '섹슈얼리티 아고라'로의 승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방송에서 남자와 여자는, 심지어는 길거리 인터뷰의 대상자들과 방청객들까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노골적인 부분을 다 노출한다. 욕구가 생겼을 때 어떻게 신호를 보내느냐는 엠씨들의 질문에 길거리 인터뷰를 하던 여성분이 '하고 싶다'라고 말한다고 답하고, 그에 엠씨들이 환호하는 장면은 그런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준 하나의 사례였다. 결론적으로 이 방송은 사랑 이야기에서 소외됐던 남자를 주체로 끌어 올리는 과정을 통해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동등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장을 서서히 만들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터부시 되었던 '성'에 대한 이야기까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마녀사냥>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골적이지만 가식적이지 않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남자 엠씨들끼리만 했던 '그린 라이트'코너를 남녀가 함께 하는 식으로 개선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마녀사냥>이 지닌 매력을 더욱 높여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2013년에 가장 핫한 예능을 고르라면 이 <마녀사냥>을 들수 있을 것이다. 출연하는 모든 엠씨들과 코너들이 매우 잘 조화를 이루고 있고, 재미도 출중하다. 게다가 이 노골적인 방송은 연애에 대해서 남녀가 서로 지니고 있던 편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교류가 그 편견들을 넘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은 분명하며, 그렇기에 심지어는 교육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보라고 추천할 수밖에 없다. 필요하면 복습도 해가면서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