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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송포유, 도저히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방송.

by 박평 2013. 9. 22.



SBS에서 특집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송포유>가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학교의 학생들을 모아 합창단을 구성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요한 내용이다. 이미 그 끝을 보기도 전에 끝을 알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문제(?)학교에서 다양한 학생들(문제아였던, 혹은 피해자였던)을 선발하고, 합창단을 준비하고, 준비 과정 안에서 이 학생들을 지휘하는 마스터들은 고민하고 힘들어 한다. 학생들 또한 나름의 좌절을 겪는다. 그리고 몇몇의 개인적인 아픔이 부각되고, 이들이 평범하지 않은 학생이 된 나름 타당한 이유들도 나온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정서적인 용서가 일어난다.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의 다툼이 발생한다. 이런 장애물들을 넘어 결국에는 하나의 성취를 이루는 -그것도 음악을 통해서- 감동 스토리가 진행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는 이런 스토일의 이야기가 가진 '전형적'인 진행 양식이고, 일종의 클리셰나 다름 없다. 실제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몰라도, 프로그램은 결국 이렇게 편집되어 방송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전형적인, 그래서 심지어는 익숙하기까지 한 이 방송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나쁜 쪽으로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의하면 <송포유>에 등장하는 학생들이 '가해자'위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방송에 나오는 모든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문제아 였거나, 남을 괴롭혔던 학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폭력문제'를 일으켰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마치 자랑거리인 것처럼 나왔기 때문에 시청자로서는 그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그 취지에 상당히 동의하는 편이다.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혹은 문제를 일으켰던 아이들이 어떤 꿈을 찾고 사회의 멋진 일원으로 거듭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것을 교화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우리 사회에서 잘못을 저질렀던, 혹은 문제를 일으켰던, 아니면 잘 적응하지 못했던 이들이 다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사회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그에 대한 확실한 벌을 받고서 말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 안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던 학생들이 있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과연 이들은 정말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가해자로서 그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방송에 나오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다른 고통을 받지는 않을 것인지에 대해 걱정 됐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가해자에게 너무나 관대한 세상을 살고 있다. 가해자가 받는 고통은 피해자가 받는 고통보다 적다고 느껴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가해자가 받는 벌의 정도가 피해자가 받는 고통의 크기를 보상해 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그 보다도 적다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모습을 사회 전반에서 흔히 보고 있다. 몇 백만원 훔친 사람보다 몇 천억씩 해먹은 사람이 더 적은 벌을 받고, 더 좋은 혜택을 받고 살며, 잘못을 해도 일단 성공하거나 힘을 얻으면 그 과거가 '뉘우침 없이 혹은 정당한 죗값'없이도 사라질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한 모습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많은 평범한 시청자들은 '약자' 혹은 '피해자'의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 외 다양한 곳에서 말이다. 바로 그 경험이 이 프로그램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언젠부턴가 대한민국은 '피해자'에 대해서 많이 무신경한 나라가 되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예전에 봤던 모 방송에서 청소년 피해 상담 센터의 상담내용을 본적이 있다. 은근슬쩍, 피해를 입은 청소년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투로 말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한국은 일단 당하면, 당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당연하게 존재하는것은 아닌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자신의 자녀에게 '지가 바보 같으니까 맞고 다니지'처럼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드는 -심지어는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모습을 본적도 있다. 남자와 밤새 술을 마시다 강간을 당한 여자에게 '남자와 밤새 술 마셨으니 할말 없지'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자와 같이 술을 마셨다면 강간의 책임 중 일부가 여성에세 있는 것이라는 이런 인식은 결국 피해자를 가해자의 한명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우리에게 이 같은 인식은 흔히 박혀 있다. 


이런 환경안에서, 나쁜 사람, 잘못한 사람, 문제를 일으킨 사람보다 상처를 받은 사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힐링해주고, 사회에서 더이상 아파하지 않고,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며, <송포유>가 차라리 다양한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집중해서 이들의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하고 당당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송포유>가 가진 취지에 동의한다. 이 아이들이 밝고 맑고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다면, 그 것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큰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면을 보며 아파할, 그리고 고통스러워할 몇몇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모 커뮤니티에서는 출연진중의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었던 피해자의 글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그것이 진실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어 있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부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취지에 부합한 결과를 만들어 냈기를 빈다. 그리고 나쁜 행동을 한 이들이 있다면 정말 진지하게 반성했기를 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디 그 피해자들이 큰 상처를 받지 않기를, 또한 그들에게 더욱 따뜻한 관심이 함께 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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