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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비슷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않으면 하는 <소원>

by 박평 2013. 10. 7.



아동성폭력.


섣불리 입에 담기도, 그에 관해 무슨 말을 하기도 쉽지 않은 무거운 단어이다. 그리고 그 단어 만으로도 분노와 슬픔과 안타까움의 감정들을 이끌어 내기도 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소원>이다.


<소원>전에도 아동 성폭력을 다룬 영화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도가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도가니>는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에 대한 재판이 현실에서 진행 되고 있는 중이었기에 더욱더 충격을 주었다. 영화 <도가니>는 아동 성폭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사건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혹은 처리하는지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찝찝함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영화 끝자락에 볼 수 있는 영혼 없는 공유의 눈동자는 <도가니>가 담고자 했던 핵심을 나타내준다.


그에 반해 <소원>은 치유한다. <소원>에서 아동성폭력은 단지 소재일 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아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어두웠던 <도가니>에 비해 <소원>은 계속 밝다. 영화의 톤도 밝고, 영화의 구성도 밝다. 연기하는 이들도 밝다. 그 끔찍한 고통에 대한 묘사는 최대한 줄이면서, 그 고통을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더욱 크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소원이의 담담한 말도, 설경구의 감정을 꽉 누르는 연기도, 라미란과의 만남에서 쉽게 웃음을 터트리던 엄지원의 연기도 모두 '상처'보다는 '치유' 즉, 그 이후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도가니>는 영화 말미에 현실에 대한 좌절과 무기력함을 안겨 주었다면, <소원>은 치유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렇게 <소원>은 아동성폭력이라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도가니>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래서 영화는 따뜻하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정화의 의식을 갖는다. 아마 관객들은 이 영화를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가 다시는 만들어 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아무리 밝게, 최대한 감정의 진폭을 작게 가져간다고 해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아픔은 너무 크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아픔의 크기를 더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내내 아프다. 이 영화를 보면서, 치유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 치유는 결국 아픔 속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주변에서 눈물을 흘리는 소리가 계속 들을 수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말이다. 그만큼 아픈 영화다.


이런 아픈 영화의 결론 또한 결국 똑같다. 아이들은 상처 받았고, 어른들도 상처 받았고, 가해자는 만족스럽지 못한 처벌을 받을 뿐이다. 어두웠던 <도가니>도 밝았던 <소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결국 피해자와 주변 사람은 너무나 큰 상처를 안고 살 것이며, 가해자는 적절하지 못한(개인적 기준으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아무리 영화를 통해 치유의 감정을 느끼려 해도, 결국 남는 건 현실에 대한 무기력함과 아픔이다. 결국 영화는 현실의 부족한 부분을 일종의 치유 판타지로 보상했을 뿐이다.


그래서 <소원>은 너무나 좋은 영화지만, 아픈 영화다. 이 같은 영화가 나온다는 것은 결국 현실이 아닌 영화로서 보상 받을 지점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 '처벌'과 '위로'가 존재하기를, 앞으로 그런 시기가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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