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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자기 멋대로 만든 앨범 아이유<Modern Times>

by 박평 2013. 10. 8.



첫 트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트랙이 끝났다. 그렇게 13곡의 아이유의 <Modern Times>로의 여행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 여행이 끝나고 나서 내뱉은 첫 마디는 '지 멋대로 만들었네.'이다.


앨범은 <Modern Times>라는 주제를 충실히 훑고 지나가려 한다. 블루스를 바탕으로 한 재즈, 스윙, 보사노바들이 총 출동하는 이 앨범은 곡마다의 진폭은 크지만 결국 <Modern Times>라는 주제로는 묶인다. 제대로 된 전공으로 들어가기 전에 개론서를 읽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적당할 것이다. 비록 아이유의 자작곡으로 이루어진 7번 트랙에서 그 느낌이 살짝 어그러지지만 이후의 트랙에서는 다시 그 느낌을 채워가려는 모습을 보이며, <Modern Times>가 하나의 앨범으로서 꽤 괜찮은 작품임을 내비치며 트랙을 마무리 짓는다.


이 앨범은 꽤 훌륭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원래 지니고 있는 것보다는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이것이 '아이유'의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돌형 뮤지션은 이미 자기의 정체성을 '아이돌'이지만 음악적으로는 '탈 아이돌'하고 있는 애매모호한 곳에 위치시켜 놓았다. 바로 그 애매모한 위치는 '아이돌'음악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이번 앨범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아이유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음반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듣고나면 몇가지 이유로 '아이유'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곡의 스펙트럼 때문이다. 위에도 말한 것 처럼 '아이돌'인 그녀가 이런 앨범을 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이 놀라움은 단지 앨범의 전반적인 성향을 넘어 곡 하나하나의 수준이 뛰어나기 때문에도 생기는데, '아이유'랑 작업할 때면 같이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이 '한번 제대로 해보자!'하는 마음가짐으로 자기의 최고를 쏟아내려 하는 것 같다.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의 역량이 최대한으로 발휘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곡과 앨범의 수준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 같은 파이팅은 '아이유'이기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유를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참여 아티스트들에게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에게서 최고의 것을 뽑아내는 어떤 매력, 혹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게 분명하다.


두 번째로는 아이유의 보컬때문이다. 보컬이 더 좋아졌다. 아이유라는 정체성은 유지한채 곡에 맞춰서 다양한 목소리와 톤과 기술들을 구사한다. 예전에 비해 노련해 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특히 트랙의 앞부분의 곡들에서 느낄 수 있는데, '입술사이(50cm)', 'Obliviate'은 아이유 보컬의 성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최백호, 양희은과 작업한 곡에서는 노련하게도, 이 대선배들을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보컬에 살짝 얹혀서 곡의 느낌 만을 더해준다. 자기의 앨범인지라 욕심이 날만 한데도 무리하지 않는다. 덕분에 아버지, 어머니가 단단하게 받쳐 주는 자리에서 천천히 나긋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아이유만의 느낌이 죽지 않고 살아난다. 이런 대가수들 사이에서 죽지 않고 느낌을 더하는 딱 이정도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자기 앨범에 들어갈 노래에서 아직 어린 가수가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유가 얼마나 노련한 가수가 되어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놀라운 부분은, 아이유의 용기이다. 결국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한 앨범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한때는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렸을 만큼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가수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유는 이 지점에서 용기있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다. 덕분에 앨범 전체의 톤에서 약간 벗어나는 트랙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고, 그것을 회사에 설득해서 관철 시켰으며, 결국 이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아이유의 용기 혹은 고집이 엄청나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용기야 말로 '아이유'가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것에 큰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전체적으로 <Modern Times>는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앨범 전체에서 아이유를 비롯해 참가한 모든 아티스트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 그 느낌을 이 앨범이 전달하고 있다. 그렇기에 트랙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고 동시에 앨범 전체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아이돌을 넘어 뮤지션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던 지난 앨범에 비해 뮤지션 아이유의 색깔이 조금 더 묻어난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30대 아이유의 음악은 어떤 울림을 줄 것인지, 그때의 아이유를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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