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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착한 토크쇼, 놀러와의 생존전략

by 박평 2009. 2. 24.

월요일밤에 3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녀들의 수다'가 가장 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놀러와'와 과거로부터 나타난 최고의 해결사 최양락의 등장으로 마침내 다른 프로그램과 어께를 나란히 하게 된 '야심만만'이 박빙으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놀러와는 매우 오래된 토크쇼 형태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포멧을 바꾸면서 꽤 오랜시간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유재석과 김원희라는 걸출한 MC를 들 수있다. 이들이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 보따리는 그 형태가 '야구'가 됐건 '방석토크'가 됐건 '골방토크'가 됐건간에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친근감을 주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놀러와의 힘은 '무릎팍 도사'의 성공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 흔치 않는 토크쇼, 거기다 편안하다.

토크쇼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이 시대에 무릎팍도사의 도전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별다른 코너내 코너 없이 무조건 토크로만 풀어가는 무릎팍도사의 성공은 '토크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한토크'만이 살길이라는 지침을 내려주는 것과 같았다. 황금어장의 서브 코너들이 하나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교체되어 지던 중 강한토크를 지향하는 '라디오스타'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강한토크'가 버라이어티대세의 예능계에서 버라이어티와 한 축을 다툴수 있는 단 한가지 요소였다고 보면 무릎팍 도사의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릎팍 도사의 강함과 라디오 스타의 무자비함을 싫어하는 사람들 또한 분명히 존재 했기 때문에, 그런 이들은 조금더 편안하고 조근조근한 이야기를 기대하고는 했다. 게스트 또한 무릎팍 도사는 영향력이 커지고 너무 강하기 때문에 출연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분명히 필요할 것이었다.

그것이 놀러와가 무릎팍 도사의 성공에 도움을 받은 측면이다. 놀러와는 게스트를 편안하게 마치 집에 놀러온것처럼 여겼고,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로 자리잡아간다. 게스트에 따라 시청률이 잘 나오기도 하는 등의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던 놀러와는 월요일밤에 미수다와 야심만만과 경쟁에서 최근에 그 힘을 잃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폭로, 그리고 색다름

야심만만은 폭로전이다. 강호동의 진행은 폭로전에 강하다. 그래서 야심만만에서는 누가 뭐래도 무릎팍 도사의 향기가 난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컨셉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강하지만 깊지 않다는데 있다. 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릎팍도사나 라디오스타를 보지 야심만만을 볼 이유가 없다. 강도도 약하고 깊이도 약하다. 다행히 구원투수 최양락의 등장으로 강도는 약해지는 대신에 재미가 늘면서 시청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는 색다름으로 무장하고 있다. 월요일밤의 최강자는 누가 뭐래도 미녀들의 수다인데,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이 보는 한국을 말함으로서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관음적인 요소와 나르시즘적인 요소를 동시에 채워주고 있다. 거기다 미녀들이 나오니 시청자들은 즐거워 할 수밖에 없다. 남희석의 친숙한 진행은 이 프로그램이 산으로 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구심점을 명확하게 해주면서 이들의 중구난방식(때로는 알아듣기도 힘들정도로, 때로는 너무나 주관적이기도한) 토크를 잘 봉합해 나간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각자 자신의 특징을 쌓아나가고 있을때, 놀러와는 언제나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했다. 토크쇼란 게스트의 말이 위주가 되어야 하며, 게스트가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며, MC는 들어주고 맞춰줘야 한다는 기본 개념에 충실하다. 물론 여기에서 MC의 능력은 게스트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시청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뽑아 내줘야 한다는 것인데, 다행히 김원희 유재석은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놀러와는 기본 토크쇼에 가장 충실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시청률의 정체 현상으로 왔다는 것이다. 다른 경쟁 프로그램들은 특색을 갖춘 반면에 놀러와는 딱히 자기의 특색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제작진은 그 특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 게스트를 구성 틀을 바꾸다.

보통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게스트들은 '홍보'를 위해서 같이 촬영한 사람들이 모이거나 혹은 '그 당시 인기있는 연예인'을 모시는 수준에 그친다. 거의 대부분의 토크쇼는 이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 수준에서 한단계 넘어갔다고 보면 과거에 큰 입담을 자랑했던 사람들을 다신 모신다거나 아니면 주제를 주고 그 주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수준이었다.

거의 고정화 되어있던 게스트 구성 틀이 파격적으로 바뀌었다고 보여지는 것은 놀러와의 최근 행보이다.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을 어떤 특정 주제로 묶는 구성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파 연예인 특집이라던가 B형 남자 특집, 아이돌스타 특집 같은 것이 그렇다.

전혀 연관성 없는 연예인들을 섭외해 하나로 묶는 일련의 작업은 이상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리포터 특집 같은 경우는 시청자들이 리포터들의 생각 활약,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호평까지 이끌어 냈다.

이로서 놀러와도 다른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특색을 갖추게 된다. '주제형 게스트'

- 하지만 초기 단계...

그러나 아직 이 주제형 게스트는 갈길이 멀다. 왜냐하면 작품 홍보차 나온 영화배우들을 한데 묶기 위해서 크게 공감되지 않는 주제를 선정하는 일이 아직은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혹을 떨쳐 내고 순수하게 '주제'에 합당한 게스트를 모으는 일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월요일 밤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 다른 경쟁 프로그램 또한 홍보형 게스트들을 모아놓고 흥미성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놀러와의 MC는 김원희 유재석이다. 어떤 게스트들을 모아놔도 거기서 이야기를 뽑아내는데 결코 부족하지 않은 어쩌면 현존 대한민국 최고의 조합일 수도 있는 MC들이다. 이런 자원을 가지고 철저하게 '주제형'게스트를 모시기 시작한다면 월요일 밤의 최후의 승자는 놀러와가 될 수도 있다고 보인다.

놀러와의 최근 행보는 흥미롭다. 앞으로 놀러와 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또한 궁금한게 사실이다. 놀러와는 오래동안 개편의 파고를 넘겨왔다. 놀러와 라는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또 어떤 변신을 하게 될지 흥미로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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