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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시청자 참여가 1박2일을 빛내다.

by 박평 2009. 2. 23.

얼마전 유럽으로 여행을 가려는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여행을 가는데 어디로 가는지는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진짜 중요한 건 네가 가서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이다.'

그렇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때로는 장소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설레임과 기쁨이 여행의 더 큰 매력이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1박 2일은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이라는 테마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2가지의 요소는 '사람'과 '장소'입니다. 1박2일은 이 두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어 주었고, 복불복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재미또한 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설레임'이라는 큰 항목을 잃어 버림으로서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2009/02/18 - [내 멋대로 TV보기] - 패떴은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위의 글에 1박2일이 어떻게 위기에서 진화를 하였는지가 간략하게 나옵니다. 오늘은 그것을 조금더 깊이 있게 보려고 합니다.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여행이라는 테마는 '장소'와 '사람'에 중점을 두고 제작이 되어야 합니다. 그 두가지 요소가 여행이 가지고 있는 쾌락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장소'와 '사람'을 프로그램 제작환경으로 끌어 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소'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게 되면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고, '사람'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기에는 '사람'이 방송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합니다. 이는 이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를 주는 버라이어티 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장애 입니다.

그러므로 제작진에게 있어서 '장소'는 딱히 소개를 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 곳들 (백두산, 독도등)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고, 그러한 '장소'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사람' 특히 맴버들의 야생적희생으로 재미를 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컨셉은 한동안은 재밌게 잘 굴러간것이 사실입니다. 장소가 약할때는 사람이 사람이 약할때는 장소가 그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장소가 약한경우 '사람'이 재미를 주어야 하는데, 재미를 주는 방식이 '단순'하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1박 2일이 재미를 주는 방식은 복불복을 통해서 하는 야생체험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연예인이 고난과 고생을 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꽤 짭잘하니까요. 그런데 이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복불복 자체가 친숙해지고, 연예인이 고생하는게 당연해지다 보니까, 게임은 조금 더 자극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경향이 생깁니다. 게다가 맴버들끼리 친숙해지다보니 사람에게서 생기는 흥미유발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이유로 1박 2일은 많은 지적을 당하게 됩니다. 시청자로부터 나쁜 반응이 쏟아지는 시기와 일치하죠.

항상 위기가 닥치면 그것을 해결하는데에는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시기를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1박 2일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내서 강화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됩니다.

- 1박 2일의 장점 : 사람

여행이 주는 가장 큰 맛은 사람에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엮이는 것. 그것이 주는 쾌감은 매우 크죠. 가만히 살펴 보면 1박 2일에서 참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라던가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 '독도경비대'등이었습니다. 이들 에피소드들은 다 반응도 좋았죠. 공통점은 '맴버'들이 다른 사람들과 만났다는 점에 있습니다.

여행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진 매력이라는 것이 엄청나다는 거죠. 게다가 다행스럽게 1박 2일의 맴버들은 하나같이 '친대중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강호동, MC몽, 이승기, 이수근'은 태생이 '친 대중적'인데다가 '은지원'은 1박2일을 통해 '은초딩'으로 캐릭터가 변하면서, 김C 또한 '달인'의 이미지를 통해서 '친 대중적'으로 변화된 게 사실입니다. 특히 모나지 않은 대중성은 1박2일이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에 반해 무한도전은 친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진 맴버가 유재석, 정형돈 밖에는 없습니다. 노홍철, 박명수, 전진, 정준하는 친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유재석의 역할이 무한도전내에서 엄청나게 큰 것입니다. 그가 이들을 친 대중적 요소로 끌어들이고 있죠.)

1박 2일의 맴버들 특성상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만의 고착화된 여행에 대중을 끌어들였을 때 파괴력이 크다는 것을 제작진은 이미 알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일반인을 게스트에 포함시키기는 것은 위험한게 사실이므로 우선은 특별게스트를 포함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이는 그렇게 크게 좋은 영향을 주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특별 게스트의 경우에 이들은 복불복이 됐건 어쨌건 게스트와 '동등'하게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스트'이기 때문에 오히려 '동등'하지 못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인 일반인을 모시는 것입니다. 일반인을 모시고 연예인과 함께 똑같은 상황에서 여행을 한다. 그리고 똑같은 게임을 하고 논다. 여행이란 계급장 다 떼고, 지연 학연 혈연 다 떼고 사람대 사람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그렇게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즐긴다면 멋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1박2일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 1박 2일의 장점 : 음악

1박 2일의 맴버들을 보면 하나같이 음악가 입니다. MC몽, 은지원, 이승기, 김C는 가수이고, 이수근은 이제 가수가 되었습니다. 강호동을 제외한 전 맴버가 가무에 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위해서는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가 같음을 확인하는 것이야 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결국은 나와 같은 인간이었구나. 상대가 나와 다름에 위로 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나와 같다는 사실에 사람은 위로 받습니다. 바로 그 점이 사람을 여행하게 하는 큰 이유겠죠. 우리는 그것을 느끼기 위해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말을 하고, 시선을 주고 받고 경험을 나누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방송으로 내 보내기에는 부적합합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짧게 편집해서 전달한다면 그 의미가 희색될 것이고, 너무 개인에만 치중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전달될리가 없습니다. 시청자가 지루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 음악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대화보다 너무 빠르고 또 너무 쉽게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는 좋은 소통 수단이 됩니다.

충주대에서도, 독도에서도, 백두산편의 용정중에서도, 전국 노래자랑에서도 이들은 쉽게 사람들고 소통하고 마음을 나눕니다. 그리고 이것은 방송에도 적합합니다. 시청자도 신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박 2일은 여행에 참여한 이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그리고 시청자들의 공연도 보게 됩니다. 빠른 소통, 그리고 빠른 마음나누기가 일어납니다. 이들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이들을 둘러메고 있던 모든 환경들이 사라지고 그저 사람과 사람이 됩니다.

'은지원이랑 한방에서 자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다시한번 크게 다가옵니다.



결론적으로 1박2일의 시청자 참여편은 1박2일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킨 에피소드였고, 그 반응은 폭발적이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벌써 어떤 신문에서는 '일반인 참여 버라이어티'의 '서막'을 알렸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반인 참여 버라이어티'가 가능했던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만족을 주었던 가장 큰 이유는 1박 2일 이었기 때문입니다. 1박 2일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감동과 재미를 주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박2일이 진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행이 가진 한계는 분명히 있고, 그것을 매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결국은 '장소'와 '사람'밖에는 없기 때문에 이 2가지를 잘 융합해 나가는 것이 제작진이 할 일이라고 봅니다. 쉽진 않겠지만.

요즘들어 리얼 버라이어티 작품들이 한단계씩 진화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재미를 주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는 제작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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