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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도시, 권력에 놀아난 안타까운 영혼들의 이야기

by 박평 2013. 7. 31.



선과 악의 구분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꽤 단순하게 세상에 적용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혹은 어떤 일에 대해 쉽게 선과 악을 구분지어 말할 수 있다. 범죄는 악이고, 법은 선이다. 깡패는 악이고, 경찰은 선이다. 폭력은 악이고, 관용은 선이다. 우리는 아주 쉽게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세상의 모습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흐릿하다. 실제 세상에서 우리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때로는 당연하게 선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악의 모습으로 남는 경우를 보게 된다. 누가 보더라도 선과 악의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 있어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일은 존재한다. 하지만 모두가 손쉽게 선과 악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선과 악의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 있게 된다면, 그런 사회가 잉태하고 있는 근원적인 혼란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은 결국 '선과 악'이 하나가 되어 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정도시>는 느와르다. 드라마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약조직의 보스가 되려는 '박사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드라마는 그렇기에 선혈이 난무하고 칼이 계속 등장하며, 노골적인 폭력이 일상적으로 그려진다. 이 모습들은 누가 봐도 '악'의 모습이며, 모두가 이를 불편해 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무정도시>안에서 가장 강한 폭력, 즉 가장 강한 일종의 '악'을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경찰과 검찰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악이라고 생각하는 '마약조직'일당들이 아니라, 선이라고 생각하는 '검경'이 <무정도시> 안에서 가장 지독한 폭력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설정 만으로 '무정도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고, 일종의 선과 악에 대한 관념적 아노미 상태를 이끌어 내어 버린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특이하게도 전혀 낯설게 느껴지거나 혹은 거부감이 들지 않는 다는 점이다. 오히려 너무 흔하고,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처럼 여겨진다. 그 얘기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렇게 기본적 선과 악의 관념이 이미 무너지고 '가치판단'의 '아노미'현상이 팽배한 곳이 되었다는 말과도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것이다.


<무정도시>의 끝에 '박사아들'이 경찰임을 안 조직의 사람들은 그를 안아준다. 우리가 쉽게 악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바로 그 인물들이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분명 그들은 사회에 마약을 유통시켜온 '악'의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선'이 되었다. 그에 반해 선이라고 여겨지는 '검경'은 권력을 사용해서 이들을 소모시키고 이용하며 처리한다. 누가 봐도 '악'의 모습이며, 심지어는 아들 같았던 인물을 너무나 쉽게 죽음으로 내모는 모습에서는 지독하게 잔인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렇듯 <무정도시>는 '선과 악'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재밌는 것은, <무정도시>에 등장하는 '조직'에게서 '마약'과 '조직'이라는 누가 봐도 '악'한 설정만 제거하면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나쁜 짓도 한다. 하지만 서로 싸우다가도 위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자기의 삶 속에서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일상적인 우리네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그에 반해 '검경'은 현실에서 그렇듯이 '힘'을 지니고 '권력게임'을 즐기는 집단이며, 그를 위해 '시민'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것은, 이렇게 이용 당하다가 버려지는 수많은 '조직원들'이다. 그리고 이 조직원들은 아까 말한 것처럼, 권력자들에 의해 쉽게 이용 되고 버려질 수 있는 일반 시민의 모습을 닮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정도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무뎌진 가치 판단의 아노미 현상을 그리는 동시에 현재 사회의 '권력게임'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다고 느끼는 사회를 현재 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무정도시>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메시지일 것이다. 


<무정도시>는 비록 액션 느와르지만 그 안에서 단순하면서도 꽤 직접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초반의 액션이 약해진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 했다는 점에서는 꽤 괜찮은 시도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작품의 질이 조금 떨어진 점은 있지만, 자극적 소재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만한, 혹은 단순히 즐길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던진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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