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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god의 4집<길>을 계승한 박진영의 <Half Time>

by 박평 2013. 9. 9.


god가 1세대 아이돌 시대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을 때, 그들이 내놓은 4집 <길>은 매우 충격적인 노래였다. 그때의 아이돌들은 '힘차거나' 아니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거나 그도 아니면, 뻔한 '사랑타령'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사실 이런 추세는 지금의 아이돌에게도 흔히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형화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god가 내놓은 노래가 '자기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길>이었으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노래에서 god는 말한다.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이 노래를 듣고, 나는 god가 적어도 올바른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가사를 박진영이 썼을 지라도, 이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에 대한 깊은 생각을 했을 거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은 적어도 사람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2001년에 이 노래가 발매 되었고, 이제 12년이 지났다. <길>을 작사 작곡했던 박진영은 인생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점에 도착했고, 그는 자신의 전반전에 대한 회고와 후반전에 대한 고민을 자신의 새로운 앨범인 <Half Time>을 통해 대중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이 앨범에서 '명예, 돈 보다는 사랑이 더 낫다(사랑이 더 낫더라)'고 이야기 하고 있고 '기나긴 역사의 한 점도 안되는 내가, 내 조그만 뇌로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단정하고 큰소리로 떠든다는게 얼마나 교만한 일인지 지금이라도 알아서 정말 다행이야(Halftime)'라고 고백한다. 


그는 이미 '힐링캠프'에 나와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과 그에 대한 고민들에 대해서 고백한 적이 있다. 그리고 3개월 간의 이스라엘 생활 후에 그는 최근에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 그리고 고민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아 냈음을 말했다. 그러면서 그 스스로가 지금까지 해온 말들을 다 주워 담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런 그의 깨달음과 통찰, 고민의 흔적들이 <Half Time>앨범에 담겨 있으며,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기존에 들었던 박진영의 어떤 앨범과도 다른 새로운 박진영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한가지 즐거운 것은,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음악이 박진영이라는 아주 대중적인 인물에 의해 대중음악으로 널리 소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랑얘기, 가벼운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조금 머리 아플 수도 있는 심지어는 종교적일 수도 있는 이런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이 지닌 다양성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또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통해 그가 밝힌 삶의 방식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말해줄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그 답, 아니 어쩌면 답이 아닌 그 고민의 시간들이 박진영을 성장시켰고, 후반전을 달려 갈 수 있는 큰 힘을 주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Half Time>을 통해 그가 음악적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혹은 한 연예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를 충분히 궁금해 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연예인도 지금까지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관, 혹은 신념의 변화 혹은 성장의 과정들을 이렇게 꾸준히 대중에게 노출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주 예전부터, 그러니까 '섹스는 게임이다'라는 생각을 말할 때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가 가진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가진 가장 큰 가치일지도 모른다. 한 명의 개인으로서 살아감에 따라 어떻게 자기의 정체성을 규정짓고, 부시고, 다시 자신의 신념을 만들어 나가는지 그 과정을 다 공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라, 그를 좋아하는 대중에게 이 과정을 통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는 정말 복받은 사람이며, 동시에 매우 가치있는 연예인임에는 분명하다. 대중의 한명으로서 그가 앞으로 어떤 다른 행보들을 보여줄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쳐 나갈지 그의 후반전을 한번 기대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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