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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박형식, 진짜 군인이 되어버린 이 아기를 어이할꼬?

by 박평 2013. 7. 29.


시청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시청자는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 


아마 방송을 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는 고민일 것이다. 그런 방송을 분석하고, 시류를 읽으려고 애쓰는 입장에 있는 본인 또한 마찬가지의 고민을 안고 있다. 과연 시청자는 어떤 방송을 원하는 걸까? 그걸 알아야 성공한 혹은 실패하고 있는 방송에 대해 잘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인터뷰에서 최근 예능의 트렌드는 '극사실 버라이어티'라고 말해왔다. 과거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였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틀과 설정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었고, 이러한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설정에서 최대한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예능인'을 고르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도 최고로 군림하고 있는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 '런닝맨'들이 바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 된 작품이었고, 여전히 그 힘은 막강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힘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왕좌가 길어지자 시청자들은 다른 형태의 예능을 원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두뇌 싸움을 전면으로 내세웠던 '지니어스 게임'이나 현재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빠 어디가'와 같은 작품들이 그런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아 떨어진 작품이었다. 특히 MBC에서 고안해 낸 '극사실 버라이어티'는 일밤을 부활시키면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극사실 버라이어티'의 특징은 간단하다. '설정'을 치울 것. 가급적이면 최대한의 설정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로 '극사실 버라이어티'의 특징이다. '아빠 어디가'의 경우에는 제작진의 설정이 들어가 있지만, 그 설정에서 자유롭게 활개치는 '아이들'이 있기에 '극사실 버라이어티'가 될 수 있었고, '진짜 사나이'는 제작진의 설정이 아닌 '군대'라는 실존하는 현실의 설정이 있기에 '극사실 버라이어티'가 될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는 방송에서 소주도 마시고 할말 다하는 '할배'들 덕분에 '극사실 버라이어티'가 되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극사실 버라이어티'는 '출연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전해지거나 혹은 '무설정'의 상황이 발생하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부는 이를 '관찰 버라이어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예능의 스타일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고 있는 박형식을 칭찬하기 위해서다. 그는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는 모든 출연진 중에서 가장 '극사실 버라이어티'를 잘 살려내고 있고, 그가 있기에 <진짜 사나이>라는 작품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칭찬을 안할 수가 없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현실에 존재하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제작진의 설정이 가미되기 힘들다는 점(제작진은 부대일정을 고려해 부대를 설정하는 것 정도만 가능하지만 이 또한 군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제작진의 설정이 크게 영향을 끼치기 힘들다.)에서 '극사실 버라이어티'의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무설정의 환경에서, 출연진들은 자연스레 '연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이때 드러나는 모습은 '군인'이 아닌 현실의 모습 그대로이다. 현실의 모습을 간직한 이들이 군대라는 독특한 환경에 처할 때 나타나는 괴리감. 시청자들은 이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샘'이 '요'를 계속해서 말할 때의 모습, 걸그룹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전부 이런 '괴리'감에서 오는 웃음이었다. 


그런데 '박형식'이 투입되면서, 그리고 출연진들이 점차 군대에 적응하면서, <진짜 사나이> 초반에 웃음을 전달해 주던 '괴리'의 코드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박형식이 이 '괴리'의 코드를 지우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형식은 누가 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미 '군인'이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그는 '화신'에 나와서 스스로 진짜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는 이미 그가 '군인'이라는 설정에 상당히 동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는 타 방송에 나와서 말할 때 가끔씩 군대의 딱딱한 말투를 사용한다. 게다가 <진짜 사나이>안에서도 다른 출연진들이 평상시 사용하던 말투가 계속 튀어 나오는 것과는 반대로 꾸준히 '군대식 말투'를 사용한다. 그 말은 곧, 박형식이 '무설정'상황으로 만들어진 '극사실 버라이어티'안에서, '출연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또 다른 형태의 '극사실 버라이어티'를 결합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진짜 사나이>에 <아빠 어디가>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괜히 아기 병사가 된 것이 아니다.)


그런 박형식 덕분에 현실과 군대 사이의 '괴리'가 만들어 내던 웃음은 '공감과 동화'로 인해 발생하는 웃음으로 변화되었다. 


시청자들은 이제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감정과 교류하고, 같이 뜨거워 하고 같이 웃게 되었고, 그것이 주는 감정의 진폭은 전의 웃음 보다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군대라는 특이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웃음', '열정', '전우애'같은 감정을 시청자가 같이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을 보며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진짜 사나이>는 '극사실 버라이어티' 혹은 '관찰형 버라이어티'라는 장르가 한단계 발전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것에 '박형식'이 매우 큰 공헌을 한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박형식 혼자서 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른 출연진들 또한 이제는 군대 생활에 확실히 스며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형식 만큼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출연진은 없다. 아이돌 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하얗고 검은 팬더 화장을 하고, 같은 아이돌 임에도 불구하고 '레인보우'에 광분하여 검은 눈물을 흘리고, 세수를 하고 난  후에는 '흥분'해서 전달하고 싶은 말도 정확하게 전달 하지 못하는 모습은 '박형식=군인'이라는 공식을 완성시킨다. 누가 봐도 그는 지금 '군생활'을 하고 있는 이등병이다. 


그는 이제 대세 연예인이 됐고,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을 통해서도 박형식이 박형식, 그 자체로 보이는 것은 <진짜 사나이>에서 일 것이다. 시청자는 그 진실성에, 그리고 그 솔직함에 그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고, 그를 사랑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많은 시청자들은 진짜를 원한다. 아주 힘들게 군 생활 한 척 해놓고 편하게 지내다 온 연예인들, 앞에서는 달콤한 말을 하고 뒤에서는 뒤통수를 내려치는 정치인들에게 이미 대중은 질려 버린 것 같다. 그래서 현재 대중이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고 진짜인 모습이다. 바로 그것이 '극사실 버라이어티'를 대세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흐름 안에서 '박형식'은 대중이 원하는 연예인이 됐다. 그는 <진짜 사나이>에서 진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형식'은 대중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가 꾸준히 진짜를 보여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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