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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너목들 윤상현, 정웅인 못지 않은 존재감

by 박평 2013. 7. 26.


현빈과 하지원을 최고로 만들어 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 못지 않게 매력적이었던 커플이 있었다. 윤상현과 김사랑이었다.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라는 명대사로 '미친년'의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낸 김사랑과 하지원을 가장 잘 이해하면서도, 가장 밝으면서도 실은 아팠던 윤상현은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이었다. 그 작품 안에서 오스카와 윤슬 커플은 현빈과 하지원 커플 만큼 빛이 났다. 물론 윤상현은 이종석과도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니 따지고 보면 <시크릿 가든>에서 가장 많은 인물들과 연을 맺고,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준 것이 윤상현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윤상현을 짝사랑하던 이종석과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바랬던 것은 윤상현과 이종석의 사랑이 이뤄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둘이 같이 출연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윤상현은 이종석과 연적으로 만났다. 과거에 짝사랑 상대를 다시 연적으로 만난 걸 보면 이 둘의 관계는 참으로 기구한 것만은 분명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모든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그 사랑을 더욱 크게 받고 있는 작품이다. 김해숙과 정웅인의 기가 막힌 연기는 모든 이들이 찬사를 보낼 만큼 대단한 것이었고, 어머니를 잃은 이보영의 눈물 연기, 자신이 잊은 기억을 찾으면서 괴로워하는 이종석의 연기,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이다희의 연기 모두 큰 찬사를 받았다. 작가가 각 배우들에게 마치 선물을 주듯이 강렬한 연기를 뿜어 낼 수 있는 장면들을 배치해 주었고, 배우들은 이 장면들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 받으며 호평과 사랑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는 조연인 김가은 까지도 열연으로 사랑 받았을 정도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좋은 연기가 바탕에 깔려 있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윤상현도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인물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 '윤상현'은 완전한 이미지 변신을 한다. 사실 전작인 MBC '지고는 못살아'에서도 변호사역을 맡긴 했지만, 머리 모양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전작에서가 뭔가 멋진 변호사의 모습이라면 <너목들>에서는 확실히 착한 변호사로서 캐릭터를 만든다. 그의 머리 모양만 보더라도 그가 어떤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윤상현은 앞서 말했던 <시크릿가든>의 경우처럼,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는 착한 변호사이고, 그렇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려 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정웅인'이 긴장의 한 축으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바탕에 위치해 있다면, '윤상현'은 이완의 한 축으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바탕에 위치해 있다. 정웅인과 윤상현이 만들어 놓은 탄탄한 바탕 위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다양한 사건으로 만나는 것이 <너목들>의 전체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상현'의 연기는 뚜렷하다. '이완'을 맡고 있기 때문에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는 매우 안정적인 연기를 구사하며 편안하고 착한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냈다. 덕분에 작품 안에서 많은 인물들이 '윤상현'을 통해 자신의 것을 털어 놓거나 혹은 안정할 수 있게 만들어 낸다. 자신이 변호사가 된 계기를 말하면서 상대를 위로하고, 도둑 까치라는 노래를 말해 줌으로서 떨던 손을 멈추게 하고, 주먹을 날려 흔들리던 이를 정신 차리게 만들어 주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윤상현'의 몫이고, 그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연기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일상적인 연기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부모님을 잃거나, 자신의 신변에 큰 위협을 느끼거나 했던 적이 없던 '윤상현'이 눈에는 띄지 않더라도 가장 어려운 연기를 훌륭히 해내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는 너무 착하기에 '평범한 배역'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모든 갈등의 전면에 위치하고 있던 적이 거의 없었음을 생각해 볼 때, 가장 일상적인 인물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극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다른 배역들을 잘 살려주고 있는 것은 '윤상현'이 지니고 있는 배우로서의 내공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너목들>은 그 드라마틱한 구성과 세세한 연출, 훌륭한 극본에 대한 찬사가 더 필요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배우들의 호연이 일반 대중의 눈에 더 띄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너목들>의 끝 마무리는 역시 배우들이 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호연이 이 훌륭한 작품을 더 맛있는 작품으로 업그레이드 시켰으니 그들에 대한 찬사를 아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윤상현은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해낸다. 그가 '이완'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않았다면 <너목들>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작품이었고, 배역들은 계속 질러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상현'은 잘 티는 안나지만 감칠맛을 잘 받쳐주는 그런 역할을 해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윤상현은 <너목들>안에서 가장 심심한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사랑도 쟁취하지 못했고, 직접적인 위협의 대상도 아니지만 작품 안에서 연기로서 자신의 존재를 반짝이게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너목들>의 차관우 변호사야 말로, 배우 윤상현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배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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