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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박은지와 성규연합, <더 지니어스> 더티 게임의 진수를 보이다.

by 박평 2013. 6. 15.

처음부터 그랬다.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의 매력은 이 게임이 정당한 승부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 다는 점에 있다. 게임으로 탈락 여부를 결정 짓는데도 불구하고 참가자의 게임능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 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지독하게 연합하고 배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이 지닌 DNA이다. 그렇기에 제작진은 일부러 충분히 연합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충분히 배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처음부터 <더 지니어스>는 서로에게 연합과 배신을 강제하고 있었다.



물론 많은 시청자들은 기발한 게임 능력으로 게임을 승리해 나갈 때 더 큰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미 이 게임의 끝에는 프로 도박사 '차민수'씨가 계셨을 것이고, 지금처럼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환호하거나 짜증내거나 할만한 서스펜스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홍진호가 게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합한 모두를 물리쳤을 때 느꼈던 환희 또한 없었을 것이다. 결국, <더 지니어스>는 더티게임이다.


<더 지니어스>는 처음부터 배신하고 연합하도록 짜여져 있었다. 그렇지만 다들 방송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따라서 배신보다는 연합을 주로 선택했고, 배신보다는 상대의 연합을 와해시키는 것을 더욱 즐겨 사용했다. 혹은 배신을 배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예를 들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로 포장하려 하기도 했다. 그 편이 아무래도 조금 덜 문제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 온 지금 <더 지니어스>안에서 연합하고 배신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8화 '콩의 딜레마'게임의 데쓰매치인 '이미지게임'에서 마침내 그러한 모습이 다 드러났다. 박은지와 성규는 연합을 만들었고, 부정한 행위를 했다. 이것은 '전략 윷놀이'와는 느낌이 다른 것이었는데, 전략 윷놀이는 서로 상의하는 것이 당연하게끔 게임이 세팅되어 있었지만, '이미지 게임'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둘의 방법이 특별한 암호를 정하는 것 같은 전략성의 것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몰래 손가락으로 알려주는 것이었기에 부정한 느낌은 더욱 컸다. 이기기 위해서 이런 행위를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변화다. 출연진들이 <더 지니어스>의 방식에 적응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행위를 많은 이들이 눈치챘지만, 그것을 제지하지 못했다. 홍진호도 결국 다른 참가자들의 패를 보고 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이상민까지 연합을 했던 박은지 집단에 의해 차유람은 결국 탈락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게임 중에 가장 더러웠던 게임이 끝난 것이다. 


대한민국은 부정을 싫어하는 나라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 부정이 많다. 부정은 싫지만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정을 해도 좋다는 인식이 있다. <더 지니어스>는 그런 점을 보여준다. 느슨한 규칙이 그런 모습을 부각시키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 게임'은 결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건 단지 게임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유도 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 내용을 보고 이들을 진짜 부정한 인물들이라고 욕할 필요는 없다. 단지, 유도 됐을 뿐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이후다. 부정한 방법의 승리가 가능했던 상황이라면 이 이후의 게임 양상은 또 한번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흔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의'나 '정직' 같은 요소가 대놓고 사라진 상황에서 과연 출연자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더 지니어스>는 재밌게도 이전의 게임에서 만들어진 사회성이 다음의 게임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이번의 게임 또한 어떻게든 다음의 게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과연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의 경험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계속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릴 것인가? 아니면, 신뢰를 잃어버린 성규와 박은지, 이상민중의 하나를 처단하려 애쓸 것인가? 그 모습을 보는 것도 <더 지니어스>를 보는 꽤 큰 재미일 것이다.


이 게임은 지금까지도 사회의 축소판 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김구라가 1회에 자신을 떨어트리면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가 없을 거라는 말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사용하는 모습부터, 연합하고 배신했던 이상민, 성규의 모습까지가 그렇다. 따라서 끝이 얼마남지 않은 이 게임의 승리자가 누가 될지, 그리고 그 방식은 무엇일지 참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그 방식이 우리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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