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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영화가 되어버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by 박평 2013. 6. 10.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 속도가 가파르다. 물론 미국에서 온 슈퍼 히어로 <맨 오브 스틸>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흥행세는 주춤해질 것이 분명 하지만, 그럼에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성공적인 흥행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초반 흥행세는 이미 예측된 바 있다. 본인만 해도 이미 2013년에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영화 중의 하나로 이 작품을 꼽아 왔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기의 원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그리고 가장 핫한 스타인 김수현의 만남을 기대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흥행으로서는 기대에 확실히 부흥하는 중이다.


문제는 만듦새이다. 웹툰을 영화화 했을 때,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현재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별로'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재밌다고 하는 평이 상당히 많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원작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간의 평 차이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여자 관객과 남자 관객의 차이라고 보여진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평점란을 살펴보면, 남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6.6점의 평점을 줬고, 여자는 8.3점의 평점을 줬다. 10대 여성은 이 작품에 9.2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주었다. 즉,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자보다는 여자, 그것도 10대 여성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영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었다. 중후반부의 그 강렬한 내용과 주제의식, 그리고 진한 의리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느낌을 잘 살려 냈다. 그런 남자들에게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참 어정쩡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영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잘생긴 꽃돌이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후벼팠지만, 남자들에게는 도리어 어색함을 줬다. 이현우의 김수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만화가 전달해주던 애절함과 연민, 동료애등이 아닌 퀴어물의 느낌만을 준다. 조원들의 가족을 수용소에서 빼내 준 '박기웅'의 에피소드는 너무 겉 핥기 식으로 나와 잘 전달되지도 않고, 서교수의 엄청난 반전 또한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남자들은 웹툰에서 이런 것들에 열광했는데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잘 전달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남는 건 역시 이현우와 김수현의 달달함 뿐이다. 10대 여성들이 환호할만하다. 


거기에 김수현의 복근에는 여자들이 환호를 거두지 않는다. 그러니 영화안에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웃음코드가 좀 약해도 환하게 박수치며 웃어준다. 외모의 힘이 정말 엄청나게 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 주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종의 취재 활동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여성들의 환한 미소와 같이 온 남자들의 떪떠름한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여자들은 '이현우, 김수현'의 외모와 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잘생겼어', '멋있어'를 남발했다. 그러고 보니 내 옆에도 같이 본 여성분이 계셨다. 개인적으로 거의 영화를 혼자 보는데, 이날은 여성분하고 영화를 같이 보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작품이 <은밀하게 위대하게>였다. 갑자기 스스로가 오징어가 된 느낌이 들었다. 왜 이 영화를 같이 본걸까?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결국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할 말이, '꽃돌이'들에 대한 말 뿐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거기에서 시작해서 거기에서 끝났다. 웹툰을 거의 그대로 옮긴 이 작품이 원작이 주었던 다양한 충격과 감정들을 제대로 전달해 주지 못한 것은 앞으로 웹툰 원작영화를 찍을 때 잘 생각해 봐야할 문제로 남을 것이다. 웹툰을 그대로 옮겨서는 그 감정과 충격을 살릴 수 없다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여자들의 영화가 됐다. 이 잘생긴 꽃돌이들을 봐서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는 이들이라면 참 즐거운 관람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혼자 보러 가도 적당히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와 함께 봐서는 안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잘못하면 그냥 오징어, 아니 꼴뚜기가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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