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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너목들' 이종석, 대한민국의 큰 별이 기대된다.

by 박평 2013. 6. 7.

한창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던 시절,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을 가득채웠던 2명의 남자배우가 있었다. 바로 '강동원'과 '이준기'였다. '강동원'은 <늑대의 유혹>이후로 '이명세'감독과 함께 <형사:Duelist> 찍는 시절이었고, '이준기'는 <왕의 남자>이후에 '석류음료광고'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때였다. 인기는 많았지만, 연기자로서는 아직 자리를 확고히 잡지 못했던 그 시절, 나는 이 둘이 지닌 매력 덕분에 반드시 스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스타를 넘어 대한민국 남자 연기자의 꽤 중요한 위치에 올라 설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 둘에 대한 확신은 현재 그들의 위치가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한방에 될 것 같다고 느끼게 해준 '이민호'가 있었고, 아역배우 때부터 단단하게 입지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최고 스타 계보를 이을 것이 이미 확실해진 '유승호'도 있었다. 그리고 <드림하이>에서 내가 열심히 추앙했던 '김수현'도 있었다. 이렇게 풍성해 지는 배우들을 보며 꽤 기분이 좋았던 것은 이들이 단순히 '스타'임을 넘어 '연기자'로서 발돋음 했기 때문이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고 있는 '이종석'을 볼 때마다 비슷한 느낌이 든다. 


'큰 별이 되겠다.'


여기서 '큰 별'은 단순히 스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스타란 인기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야지만 '큰 별'이 될 수 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이종석이 '연기자'로서 '큰 별'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종석은 이미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이다. 2010년 <검사 프린세스>로 데뷔한 이종석은 <시크릿 가든>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했고, <학교 2013>으로 탄탄한 매니아 층을 쌓게 됐다. 그는 이미 스타다. 사실 그 전까지 작품을 보면서 '이종석'이라는 배우가 매우 훌륭한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고, 꽤 괜찮은 '소프트웨어'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그는 지니고 있는 것에 합당한 '인기'를 이미 얻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 잠재력을 살펴볼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꽤 괜찮은 배우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도였다.


그런 판단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연기'라는 부분에서 한단계 성장한 것이 보이면서 '이종석'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재능들이 더욱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이종석'이라는 배우에게서 발견한 가장 큰 재능은 바로 '목소리'다. '이종석'의 목소리는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 그렇게 가볍지도 않다. 적당하다. 그런데 이 톤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보통 이 정도의 톤이 지니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낮은 목소리는 무게감이 있는 대신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이톤은 귀에 확 꽂히는 대신 가벼운 느낌이 난다. 그런데 '이종석'의 목소리는 귀에 꽂히는데 무게감이 있다. 대사에 힘이 실린 다는 이야기다. 소리를 질러도, 그냥 가볍게 이야기를 해도 그렇다. 목소리에 큰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닌데, 하여간 묘한 톤이다. 2화에서 친구를 살리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보면 그 목소리가 귀에 꽂히면서도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목소리가 연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참으로 좋은 재능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로 몸이다. 여기서 몸은 '몸이 길다', '몸매가 좋다'는 말은 아니다. 몸을 잘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얘기 하는 것이다. 똑같은 동작을 해도 몸을 잘 쓰는 배우의 경우 그림이 잘 나온다. 대표적으로 여자 배우 하지원을 보면 몸을 잘쓰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보통 남자 배우들은 몸을 꽤 잘 쓰는 편인데, 이종석도 몸을 잘쓴다. 동작 하나 하나가 잘 산다. 단지 기럭지가 길다기 보다는 몸을 잘 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델 출신 연기자들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몸인데, '이종석'도 이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배우 차승원의 가장 큰 무기중의 하나가 '몸'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이종석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될 수밖에 없다.


세번째가 표정이다. 참 이 어린 배우가 표정이 다양한데다가 자연스럽다. 얼굴이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해준다. 연기자의 얼굴은 도화지나 다름없다. 그런데 도화지에 주름이 이미 가있다면 감정을 그려내도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연기자로 모 여배우가 있다. 분명히 울고 있는데 표정이 웃는 모습이 된다. 너무 안타깝다. 이 배우에게 거울 보고 우는 표정만 새로 만들어 보면 어떨지 조언하고 싶었던 적이 너무나 많다. 이처럼 표정이 얼굴로 잘 전달 되는 것은 연기에 있어서 기본인데, '이종석'의 얼굴은 감정이 잘 드러난다. 이 정도면 앞으로 정말 잘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네번째는 가장 중요한 능력인데 바로 선구안이다. 작품을 잘 본다. 출연한 작품들 모두 나쁘지 않았다. <시크릿 가든>, <학교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까지 전부 좋은 캐릭터였고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쉽지 않은 캐릭터 이기도 하다. 오히려 <학교 2013>이 그나마 일반적인 캐릭터 였을 뿐, <시크릿 가든>에서는 게이였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남의 마음이 들리는 캐릭터다. 이런 좋은 캐릭터를 골라내는 능력은 분명 큰 장점이다. 물론 그 캐릭터를 잘 구현해 내지 못했다면 무용지물이었겠지만. '이종석'의 영화쪽은 스코어 쪽에서 조금 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코리아>에서는 확실히 눈에 띄는 배우였고, 시나리오도 나쁘지 않았다. 다음 영화로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이 공연하는 <관상>을 고른 것을 보면 그의 선구안은 확실히 인정할만하다. 아직 영화쪽에서 존재감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의 선구안이라면 충분히 영화쪽에서도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에게도 아직 단점은 있다. 아직 대사를 살짝 먹는 버릇이 있고, 깊은 연기를 하기에는 배우의 톤이 좀 얇다는 판단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히 해결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보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구성되는 드라마이다 보니 드라마의 재미 자체도 훌륭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이종석'이라는 배우를 보는 맛 또한 일품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의 성공이 확실해져 가는 이 시점에서,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얼만큼 성장하게 될지 궁금해 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과연 또 한명의 스타급 연기자가 탄생할 수 있을까? 아마 10년정도가 지나고 나면 이에 대한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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