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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도 버린 MBC의 나쁜 버릇, 우승민쯤이야?

by 박평 2013. 6. 13.

8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토크쇼가 있었다. <놀러와>라는 이 토크쇼는 대한민국 최고의 MC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이 김원희와 함께 진행해 왔던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하나의 방송이 수년간 방송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그 방송의 역사가 쌓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시간 동안 꾸준히 함께 해온 시청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장수 프로그램들의 폐지는 다른 프로그램의 폐지와는 다르게 신중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의 역사와 그 기간 동안 함께 해준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러와>는 갑자기 폐지되었다.


- 시청률의 문제

물론 시청률이 안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폐지는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MBC의 상황을 보면 제대로 된 제작이 힘들 정도로 문제가 많았고, <놀러와>도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8년이나 된 프로그램을, 그리고 최고 MC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방송을 바로 없애 버렸다는 것은 방송에 대한 MBC의 태도를 알 수 있게 한 모습이었다.


- 우승민의 하차

강호동이 <무릎팍도사>로 돌아오면서 '우승민'은 함께 복귀하지 못했다. 사실 '우승민'은 <무릎팍도사>가 잘 될 때에도 이 방송에 대해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고충을 이미 여러번 밝힌바 있다. 따라서 <무릎팍도사>가 새로 시작될 때 '우승민'이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릎팍도사>는 예전의 영화를 전혀 찾고 있지 못하고 있었고, 제작진은 4월에 다시 '우승민'을 불러 들인다. 그리고 6월, 그를 다시 내쫓는다. 


- 시청률의 문제

<무릎팍도사>의 반응이 전과 같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히 방송의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과거의 <무릎팍도사>를 그대로 가져온 바뀌지 않은 포멧에 대한 식상함과 이제는 예전 같이 강력하게 출연자를 압박하지 못하는, 변해버린 '강호동'의 캐릭터의 문제이지, 보조MC의 문제는 아니었다. <무릎팍도사>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지 않으려면 결국 '강호동'이 제대로 살아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무릎팍도사>는 보조MC를 바꾸는 방식으로 자꾸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메인디쉬가 맛이 없는데 사이드디쉬만 바꾼다고 해서 맛있는 음식이 되긴 힘들다.


유세윤이 하차하게 되면서, 불러온지 2달 밖에 안된 우승민을 함께 쫓아내는 모습은, 사실 8년간 방송을 해 왔던 프로그램을 뻥 차버렸던 MBC의 나쁜 버릇을 생각해 볼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이다. MBC의 수준은 이제 이렇게 됐다. 과거 <무모한 도전>을 <무한도전>으로 이끌어 냈던 그런 뚝심을 다시는 찾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강호동의 문제

이번 결정은 물론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시청률은 안나오고, 우승민이 복귀하고 나서도 딱히 좋아진 것이 없고, 방송국은 시청률에 목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설령 우승민이 방송에 적응을 잘 못했더라도, 재미가 조금 없더라도, 강호동은 우승민을 강력하게 안고 같이 갔어야 했다. 분란을 조장하는 것 같아서 비교하기는 미안하지만, 자기 사람을 꾸준히 끌고 갔던 유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더 아쉬운 것은 결국 '우승민'의 빈자리를 강호동이 소속되어 있는 소속사의 식구들이 채운다는 점이다. 강호동이 SM C&C로 들어가면서 강호동이 출연한 방송에는 '최강창민'이 마치 옵션처럼 따라 붙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둘의 호흡이 예능적으로 좋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무릎팍도사>역시 식구들의 잔치가 되었다.


물론 식구끼리 해서 잘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보이는 모습으로는 결국 '식구들의 잔치'를 위해서 정말 중요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좀 줄어든 것 같다. 물론 다들 뛰어난 인물들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합을 맞출 것이고, 결국에는 방송이 잘 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행되는 과정은 씁쓸함만 남긴다.


- 갑질

결국 방송사도 갑이고, 대형 기획사도 갑이다. 갑질에 '비정규직'연예인들은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범죄는 아니고, 해선 안될 몹쓸짓도 아니다. 그러나 꽤 예의 없는 방식임에는 분명하다. 수많은 '을'들은 그것을 알 것이다. 우승민의 마지막말이 안타깝게 들리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이지 않을까?


'그냥 우린 비정규직, 무릎팍 많이 사랑해주세요.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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