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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개그콘서트의 성우비하, 사과가 꼭 필요한 이유

by 박평 2013. 6. 4.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현대 레알 사전>에서 외국영화 더빙이 목소리와 입모양이 따로 노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개그를 했다. 사실 이 개그는 일반적으로 봤을 때, 성우들을 비하하려고 작정한 듯한 개그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일부의 대중은 이 개그에 대해서 성우들이 불쾌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과잉대응하는 것은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프로그램에 이윤열이 출연한 적이 있다. E-Sports 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 스타크래프트의 가장 위대한 선수중의 한명이 바로 이윤열이었다. 당연히 많은 팬들이 이 방송을 기대하면서 봤다. 그런데 방송에서 붐이 '이윤열'을 지나치게 희화화 함으로서 비난을 받게 된다. 


물론 이 당시 붐의 진행도 예능에서 충분히 할 수 있을만한 것이긴 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군을 PC방에서 게임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비하하는 발언을 했기에 E-sports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이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그콘서트도 이와 마찬가지 경우였다. 소리와 입모양의 길이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실 팩트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성우들이 그런 부분을 고려하여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즉,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도 하지 않고 쉽게 발언한 것이다. 이는 분명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코미디에서 풍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이 코미디의 가장 큰 힘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식없이 하는 풍자는 또 하나의 폭력이 되기도 한다. 개그콘서트의 개그는 그런 경향을 보여줬다.


성우들이 상처 받을만한 이유는 또 있다. 최근에 수많은 더빙 작품들이 '성우'가 아닌 일반 연기자나 개그맨을 기용해서 더빙을 한다. 성우가 녹음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돈을 연기자나 개그맨에게 지불하면서 말이다. 물론 홍보 효과가 있으니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부끄러운 수준인 경우가 많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성우들은 자신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밥벌이를 뺐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실력적으로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밥그릇을 빼앗아 가고 있는 집단으로부터 실력에 대한 비난을 받는 다면 성우들이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빙 작품의 질적 저하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 개그맨들이, 이렇게 더빙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더빙을 대충 해왔던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지경이다. 앞으로 나올 더빙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개그맨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개그맨들이 음악 활동을 했을 때, 그것을 문제 삼는 경우도 많았다. 아마 개그맨들은 그것을 '우리를 무시해서', 혹은 '부당한 압력'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지금 개그맨들은 '성우'들에게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진실한 사과이다. 분명히 개그맨들이 성우를 디스하기 위해서 그런 방송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인식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풍자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식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기에 이번 일에 대해서 '성우'들이 과민 반응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조금더 신중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는 것이 맞다. 약자들은 작은 입김에도 크게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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