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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예능에 페이소스를 담다. 무한도전이 작품이 되어 버린 순간.

by 박평 2013. 4. 28.

희극에 대해서 얘기할 때, 우리는 페이소스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희극을 가장 희극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페이소스이기 때문이다. 연기자에게 동정과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표현방식을 나타내는 페이소스는 쉽게 말하면, '슬픈 감정'이라는 말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웃음을 안겨주는 희극에서 슬픈감정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은 아이러니 하지만 사실이다.


달달한 음식에 약간의 소금을 치면 더 달아진다는 이야기 처럼, 웃음을 주는 작품에 슬픈 감정이 추가되면 웃음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것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정의 크기와 여운 또한 극대화 될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본보기이다. 그의 영화가 명작의 대열에 올라와 있는 것은, 그의 작품에는 희극이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풍자'도 아니고 '슬랩스틱'도 아닌 감정을 쥐고 흔드는 '페이소스'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명작에 오른 또 다른 작품도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죽으러 가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걸어갔던 그의 모습은 그 자체 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명작이라고 표현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최근에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7번방의 선물>도 웃음과 슬픔을 적절히 조합하여 큰 사랑을 받은바 있다.


이제 TV예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TV에서 등장하는 예능이 지니고 있는 목적은 단 하나다. 바로 '웃기는 것'이다. 그것이 예능의 목적이고 전부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웃음을 전달할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공존하고 있다. 그냥 직설적으로 웃음을 던지는 프로그램도 있고, 캐릭터쇼를 통해 웃음을 던지는 프로그램도 있다. 


<무한도전>은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버라이어티이다. 이들은 캐릭터 쇼를 하기도 하고, 직접 체험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슬랩스틱을 표방하기도 하고, 추격전을 해서 스릴을 통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무한도전>이 대한민국 버라이어티의 원류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무한도전>이 단순히 다양한 미션을 행해서가 아니라, 그 방식에 있어서 가장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방송된 <무한도전-무한상사>편은 사실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된 에피소드는 아니다. 예능에서 음악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흔해진지 오래고(물론 뮤지컬은 새로웠지만), '무한상사' 또한 이미 꽤 역사가 깊은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무한상사'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현재 세상을 비추는 일종의 '풍자'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에피소드가 적절한 수준의 작품성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방송된 '정리해고'편에서는 '풍자'를 넘어서 짙은 '페이소스'에 집중을 하면서, 기존의 <무한상사>가 주었던 재미를 뛰어 넘어 버렸다. 한편의 찰리 채플린 영화를 보는 것처럼 '풍자'와 '슬랙스틱(몸개그)'에 '페이소스'까지 곁들인 한편의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음악'이 추가되었으니, 이번 에피소드는 '명작'임에 분명하다.


더 대단한 것은 이것이 재미만을 추구하는 '예능'이라는 장르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여지껏 예능을 보면서 '정말 재밌다'라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정말 작품성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바로 '무한도전'이 그것을 해낸 것이다.


이쯤되면 할 말을 잊게 한다. 게다가 공개 된 예고편을 보면 <무한상사>는 이것으로 끝 날 것 같진 않다. 두 번째 에피소드가 이어질 것이고, 이 두 번째 에피소드는 웃음을 극대화 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1편의 '페이소스'가 2편의 '재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1편의 '페이소스'는 2편의 '재미'를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음이 분명하다.


<무한상사-정리해고>편은 두 번째 에피소드까지 봐야 전체를 그릴 수 있겠지만, 그리고 그때가 되면 더욱 확실하게 명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첫번째 에피소드 만으로도 감히 명작임을 말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런 작품을 TV에서 편안히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 작품 안에서 명 연기를 보여준 무한도전 맴버들과 이런 작품을 기획하고 실현시킨 제작진들에게 큰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다. 두번째 에피소드가 끝나면 집에서라도 일어서서 꼭 박수를 쳐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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