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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신세계,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의 화면을 씹어 먹는 연기력

by 박평 2013. 2. 22.


사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가 한 영화에 출연하다고 했을 때, 연기에 대한 기대를 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정재만이 연기력에 비해 인식이 좀 부족했을 뿐, 이 3명 모두 대한민국 영화계가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물은 예상대로다. 이들의 연기는 아예 스크린을 씹어 먹으니까.


최민식의 그 무게감 있는 연기는 영화 내내 묵직하다. 최민식의 배역은 가장 무게감 있으면서도 지독한 느낌을 내야 했는데, 그냥 완벽했다. 대사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다르다. 이렇게 연기를 해주면 연출가와 시나리오 작가 모두 감사할 수밖에 없다. 연출을 맡은 박훈정감독이 시나리오를 함께 썼으니 영화 찍는 내내 최민식에게 얼마나 고마워 했을지 상상이 된다. 


황정민도 마찬가지다. 영화 <신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배역이라면 누가 뭐래도 황정민이 맡은 정청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황정민이 아니었다면 이 배역이 이렇게 멋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무거움을 유일하게 해소해 주는 역이면서, 작품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배역인 정청을 황정민은 생동감있게 그려낸다. 특히 그의 엘리베이터 격투씬은 이래서 '황정민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황정민이 그려 낸 모든 캐릭터 중에서 가장 사랑했던 백사장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 백사장이 더욱 커지고 더욱 따뜻해지면 딱 정청이란 배역이라고 볼 수 있다. 황정민은 자신이 나오는 모든 장면에서 존재감을 만들어 내며, 최민식이 단단하게 중심을 지키면, 황정민이 거기에 지속적인 변주를 만들어 냄으로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황정민이 아니었다면 <신세계>는 자칫 지루한 영화가 되어 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정재 또한 기가 막힌 연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이정재가 연기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마침내 그 한을 풀 수 있게 된 것 같아 너무나 기쁘다. 이정재에게는 강하면서도 샌님과 같은 이미지가 있다. 이 오묘한 공존이 있기에 <신세계>의 이자성을 이정재 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었으리라 본다. 그는 극 안에서 적당히 유약하며 적당히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동시에 엄청나게 큰 에너지인 최민식, 황정민의 연기를 적절하게 받아 넘긴다. 이 둘의 폭발력있는 연기를 이렇게 잘 받아 낸다는 것은 이정재가 배우로서 얼마나 실력이 출중한지를 말해 준다. 물론 대중들에게는 '확! 지르는'연기가 없어서 좀 약하게 보일지도 모른지만, 이 둘의 에너지를 받아서 적절하게 소화해 내고 동시에 자기의 존재감을 각인 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점이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배역 자체도 강하게 갈 수 없는 배역이었음을 감안하면 이정재에 대한 찬사가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정재의 그 유약함,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강함은 최민식, 황정민의 폭발을 자기의 것으로 적당히 수렴해서 스스로 결론을 만들어 내는 수준까지 간다. 이자성은 이정재에게 정말 딱 맞는 역이었다.


<신세계>는 '악마를 보았다'를 쓴 박훈정감독의 작품이니 만큼, 내용면으로 그리고 연출면으로도 훌륭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너무나 뛰어나다. 배우들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마치 스크린을 씹어 먹겠다는 듯이 연기를 해댄다. 위 세명에게 묻혀 잘 언급되지 않은, 4번째 주인공인 박성웅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이 영화, 연기만 봐도 돈이 아깝지 않다. 물론 거기에 영화 자체의 매력도 있으니 돈내고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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