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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김종국, 어떻게 이렇게 웃기는 존재가 됐는가?

by 박평 2013. 1. 14.


런닝맨이 정말 물이 올랐다. 천천히 캐릭터부터 쌓아 올려서, 캐릭터끼리의 관계를 폭발적인 웃음으로 바꾸어 내는 전형적인 유재석식 예능의 길을 가고 있다. 이미 2년 6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무한도전과는 다르게 한정 된 프로그램 방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런닝맨은 안정적으로 웃음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캐릭터가 정확하게 잡히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캐릭터끼리 잘 섞이고 어떻게 융합하는지에 따라 웃음이 유발된다. 유재석이 최고의 MC인 이유는 바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이 어려운 초기 임무에 누구보다 뛰어나고, 캐릭터를 만든 후에 자신이 직접 끼어 들어가 캐릭터간의 관계를 만들어서 같이 촬영하는 연예인들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웃음을 줄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거의 눈높이 교육이나 다름 없다. 요즘 김종국이 점점 캐릭터가 다양해지고, 웃음을 많이 주기 시작한 것 또한 유재석이 자꾸 김종국을 엮어서 웃음 포인트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김종국의 초반 캐릭터인 '능력자'가 고착화 되자 그 캐릭터를 바탕으로 유재석이 자꾸 김종국과 대립함으로서 웃음을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버럭하는 것이 리액션의 전부였던 능력자 김종국을 얄미운 캐릭터로 자꾸 만들고 유도하고 주입함으로서 김종국의 '능력자'캐릭터가 더욱 풍성해지며 이제는 웃기기까지 할 수 있는 캐릭터로 진화시킨 것이다. 그렇게 김종국이 웃음 포인트가 되자 이광수와의 관계도 더욱 풍성해 지면서 이제 이들은 제대로 된 웃음 콤비로 활약하고 있다. 


쩐의 전쟁 편에서는 이 둘이 관계를 맺었을 때, 얼마나 큰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미 이 둘이 티격태격 하는 것이 방송의 큰 재미가 된지 오래이다. 그런데 쩐의 전쟁 편에서는 그것의 거의 끝을 보여주었다. 같은 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헬스 노래방에서는 서로 발을 밟으며 노래하는 슬랩스틱을 보여주면서 엄청난 웃음을 이끌어 냈다. 의자 뺐기 에서는 하하의 의자를 뺐으려 하는 광수를 김종국이 의자에 앉은 채로 와서 도움으로서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김종국과 이광수는 서로 같이 협력함으로서 동시에 서로 반목함으로서 엄청나게 많은 웃음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광수는 오래 전부터 웃기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웃음의 중심축에 있어왔다. 그런데 김종국이 웃음의 중요포인트가 될지는 아마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김종국은 이광수와 유재석과의 관계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발전했고, 쩐의 전쟁편에서 보듯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중심부를 차버리겠다'는 송지효의 얘기에 바로 돌아 앉는 리액션, 박신양이 의자를 끌고 나갈 때 자연스럽게 의자를 꼭 안는 몸동작, 의자 뺐기 게임이 끝난 후 '부끄러워서 그런다'는 멘트와 포즈, 그리고 마지막에 의자를 끌고 나올 때의 엉거주춤한 자세등은 전부 김종국이 얼마나 많이 유연해 졌는지를 나타내 준다. 귀여운 척 하는 김종국의 모습이 나오는 것 또한 김종국 스스로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늘어 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제 런닝맨은 김종국이라는 또 한명의 강력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예전처럼 버럭하는 단편화 된 능력자가 아닌, 더욱 유연하고 풍부한 능력자 김종국이 탄생한 것이다. 버라이어티에서 웃음포인트가 갖는 힘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아직은 유재석, 이광수와의 관계만 활성화 되었지만, 이후 개리나 하하, 지석진등과 관계가 열리면 더욱 큰 재미를 이끌어 낼 것이 농후하다. 무한도전의 그 물고 물리는 관계를 생각하면 쉽다. 그렇게 생각하면 2013년에 런닝맨이 보유한 의외의 웃음은 김종국으로부터 나올 확률이 꽤 있다. 캐릭터가 입체화 된 김종국, 그리고 그가 만들어 낼 다양한 웃음들이 기대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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