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일밤 부활하나? 힐링되는'아빠 어디가?'의 여행기

by 박평 2013. 1. 7.


2012년, '나는 언제 제일 아팠나?'를 생각 해보니 역시 '사람 문제'때문이었음을 알게 됐다. 살면서 아무리 아픈 일이 많아도 사람이 주는 아픔만큼 크지는 않을 것 같다. 2012년은 사람이 사람에 의해 가장 많이 아팠던 한 해 였다. 


그래서일까? 2012년의 가장 큰 화두는 '힐링'이었다. 그리고 그 화두는 여전하다. 새해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이다. '힐링'을 주제로 한 방송들이 찬사를 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찬호, 혜민스님, 차인표의 결합으로 찬사를 받았던 '땡큐'의 그 따뜻함이 우리에게 미소를 짓게 만든 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한 때, 예능의 최고 정점에 있던 '일밤'이 예능의 바닥으로 침몰했던 것은 꽤 오래 된 일이다. '용감한 형제들'을 통해 까리한 쌈디가 사랑받고 이기광의 미국춤이 인기를 끌었지만, 초기의 성공을 이어가진 못했다. '나는 가수다'는 시즌 2로 오면서 안타까운 결과만을 만들어 내면 무너져 버렸다. 그 외에 모든 프로그램들도 '일밤'을 구해내지 못했다. 


광고계의 정석이 있다. '3B' 이 3B만 잘 활용하면 좋은 광고가 나올 수 있다. 미인(Beauty), 동물(Beast), 아이(Baby). 이 세가지 요소는 언제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일밤'의 새코너 '아빠 어디가?"는 이 중 Baby를 전면으로 세웠다.


'전파견문록'이 그랬고, 현재는 '붕어빵'이 그렇듯이 아이들이 나오는 방송은 꾸준히 사랑받는 경향이 있다. 일밤의 '아빠 어디가?'도 아이를 전면으로 내새웠기에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바탕은 갖췄다. 그런데 이 방송,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힐링'이다.


허름한 집에 묵게 되어 울고 있는 민국이를 위로하러 나가는 지아의 모습, 그리고 울고 있는 형을 위해 집을 바꿔 주겠다는 후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살펴보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얼마나 퇴화시켜 왔는지를 깨닫게 됐다. 물론 나만 퇴화한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그 능력을 퇴화시켜 왔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운 동시에 따뜻해진다. 누군가가 나에게도 그런 따뜻한 공감의 손길을 던질 것 같다는 느낌이 생긴다. 그렇게 힐링이 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사람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것, 이 방송을 보며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2012년에 Beauty에게 받았던 상처를 2013년에 Baby들이 치료해 줄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었다. 사실 내가 보고 싶은 건, 예쁜 여자 연예인들이 나오는 '영웅호걸', '꽃다발'과 같은 방송이었다.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모두가 동의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내가 아저씨 5명에 아이들 5명 나오는 이 방송을 본건 순전히 직업적 '의무감'때문이었다. 그런데 힐링이 되었다. 이 아이들 너무나 사랑스럽다. (결혼할 때가 되서가 아니다.)


일밤의 시청률이 갑자기 7%대로 성장한 것은, 바로 이 아이들이 만들어 주는 힐링과 웃음이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일밤은 비로소 오랜 암흑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들의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아빠 어디가?'의 전망은 무척이나 밝다. 물론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런 시청률 분석이나 하고 있을 생각은 없다. 지아를 짝사랑하는 후는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이 아이들과 아빠들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될지가 궁금할 뿐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일종의 오마주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요일 저녁, 힐링이 될 수 있는 아주 작은 고리 하나를 얻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