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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연기 1인자 박신양. 그 연기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by 박평 2013. 1. 11.


개인적으로 조폭 영화를 싫어한다. 특히 웃음으로 포장 된 조폭 영화는 더욱 그렇다. 한창 대한민국에 조폭 영화 붐이 들었을 때 부터 그랬다. 조폭이 대중과 웃음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꽤 멋있고 정의로운 척 하는 것도 영 불편했다. 그렇기에 조폭 코미디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좋게 봐지질 않는다.


그런데 박신양의 조폭이라면 한숨을 쉬면서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나라에서 조폭 연기의 최고를 고르라면 누가 뭐래도 박신양을 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속에서 사랑에 빠진 조폭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달마야 놀자에서도 절에 간 조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그러니 이 영화, 박신양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감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신양 조폭 연기의 특징은 가장 조폭 같지 않은 조폭을 연기하는 것에 있다. 그가 맡은 모든 작품에서 박신양이라는 조폭은 결코 조폭스럽지 않다. 조폭이라기엔 너무 인간적이고, 조폭이라기엔 너무 점잖다. 게다가 신뢰감이 있다. 문제는 이런 조폭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조폭이 아니라고 여겨지진 않는 다는 것이다. 조폭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가장 조폭과 거리가 있는 조폭을 그려내는 박신양의 연기는 박신양 조폭 연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박신양의 조폭은 언제나 다양한 비틀기가 가능해진다. 성당에 앉아 여자를 사랑한 죄를 고백하는 조폭도 그가 하면 받아 들여지고, 절에 들어가 도를 깨우치는 조폭도 그가 하니 납득이 가는 것이다. 박수건달에서 무당이 된 조폭을 웃으며 받아 들일 수 있는 것도 그것을 박신양이 연기 했기 때문이다. 


박수건달 영화 내내 박신양은 빛난다. 함께 극을 이끌어 주는 좋은 조연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기억에 남는 것은 박신양의 연기다. 그는 조폭으로, 무당으로, 꽤 친근한 남자로 시시각각 변하고, 동시에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잘 빠진 것은 확실하지만 박신양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 정도로 잘 나오진 못했을 것이다. 


박수건달은 아무 생각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러면 재미가 있다. 감동도 있다. 이 영화는 조폭 코미디의 계보를따르기 보다는 최근 한국 코미디 영화의 문법을 더욱 따르고 있다. 웃기다가 진한 감동을 날려 주는 그런 페이소스가 있는 코미디라고 보아야 맞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조폭 코미디의 색깔이 옅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무식함을 바탕으로 웃기거나, 과격한 언사나 행동을 통해 웃기는 장면이 적기에 영화가 만들어 내는 웃음은 과거 조폭 코미디가 준 웃음보다 조금은 더 건강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폭 코미디에 대한 불편함은 있다. 그러나 박신양의 연기는 다시 한 번 그런 불편함을 희석시켜주면서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팝콘무비로 만들어 냈다. 박신양의 연기는 항상 볼만한 값어치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보고 싶어진 것이 있다면, 박신양의 진한 조폭연기이다. 박신양의 연기 중 가장 강했던 약속의 조폭보다 더 강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같은 작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연기 말이다. 그라면 정말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다. 


어쨌든, 박수건달은 박신양의 연기를 보는 맛이 살아 있는 영화다. 전반적으로 시나리오도 잘 빠졌고, 보는 내내 많은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단, 아무 생각 없이 봐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조금은 시사성이 있거나 어려운 작품을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너무 가벼운 영화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박신양의 연기 만큼은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문의 귀환 사례에서 보듯이 이미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는 한국에서 점차 그 인기가 떨어져 가고 있다. 과연 박수건달이 이 같은 흐름을 극복하고 흥행에 성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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