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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패떴은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by 박평 2009. 2. 18.

대한민국 3대 리얼버라이어티 라고 하면,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3가지의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과 사회적 관심으로 인해서 방송이 됐다 하면 그 즉시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는 등 현재 대한민국의 주말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작품들의 방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매너리즘', '식상'이라는 단어들이 종종 등장하고는 했는데, 각 프로그램은 이런 위기를 뛰어 넘기 위해 놀라울 만한 아이디어들을 보여주며 진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1. 무한도전의 진화 - 리얼 체육인(봅슬레이)


무한도전의 컨셉은 말그대로 도전이다. 말도 안되는 것에 도전한다는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과거 무모한 도전때부터 이어져 오다가 '퀴즈의 달인'에서 살짝 외도하나 싶더니 그 이후부터는 도전 컨셉으로 완벽하게 고정되면서 큰 시청률 상승과 함께 거대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알다시피 무한도전은 도전이 컨셉이고 도전에서 나오는 다양한 변주곡 들이 그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설정과 훌륭한 도전 주제이다. 이것들이 조화 되어야 그 재미가 완벽해 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글에 자세하게 써 놓은 바 있다.

2009/02/13 - [내 멋대로 TV보기] - 무한도전은 어떻게 레전드(전설)가 됐는가?

어쩄든 이들의 도전이 가장 환호 받았던 것은 '쉘위댄스'가 아닐까 싶다. 이 때 당시 나는 코엑스에 있었는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막고 서서 이들의 도전을 지켜본것은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진화는 재미에서 감동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다. 이미 가족같이 되어버린 수많은 팬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감동은 재미를 뛰어넘은 희열(이는 또다른 재미다)을 주게된다. 따라서 이번 봅슬레이 편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도전주제 자체가 예전의 '동호인',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진짜 '체육인(프로)'에 도전 한다는 것으로 진화되었기 때문에  그런 도전 과제 설정만으로도 무한도전은 진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운 도전을 함으로서 도전자들의 뜨거운 눈물, 기쁨, 아쉬움, 희열 등을 전달해 줬고 이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선 그 이상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무한도전은 컨셉 자체가 도전이기 때문에 그 소재가 바닥날 일은 없다. 그래서 오래동안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애초에 이 프로그램은 항상 도전했고, 항상 진화해 왔다. 그러나 분명 봅슬레이 편으로 한단계 더 성숙한 건 사실이다.



2. 1박 2일

1박2일의 컨셉은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서 남자들의 우정을 나누고 새로운 곳을 소개한다는 이 작품의 취지는 물론 훌륭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문제는 최근에는 '새로운 곳의 소개'라는 취지가 많이 사라지고, '여행의 설렘'은 점점 사그라지며, '우정'은 이미 너무나 가까워진 이들의 농담따먹기로 전락해 버리는 일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1박2일이 가장 재밌었을 때가 대학교 축제편, 노래자랑 편등이라고 생각하면, 1박2일의 추구할 것은 단순히 여행이 아니고 그리고 새로운 여행지를 알리는 것도 아닌, 여행이 주는 불확실성과 동시에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하긴 어떤 이는 그랬다. 여행이란 어딘가를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과 일어나는 일들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1박2일도 진화했다. 시민을 참여시키는 여행을 기획한 것이다. 이를 통하면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매너리즘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프로젝트 자체는 거대해도 1박2일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아이템임에는 분명했다.

이런 아이템은 실제 1박2일의 맴버들의 역량에 따라서는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었다. 우리가 보는 방송이란 1시간의 재미있는것들의 엑기스이지만 실제 촬영은 지루함, 지루함, 지루함, 기다림의 연속임을 이미 알고 있다. 거기다가 그 수많은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위험도는 더 커질수도 있었다.

하지만 1박2일 맴버중에는 강호동이 있다. 장악력은 대한민국 어느누구도 강호동을 넘어설 수 없다. 그게 시민이건 연예인이건 중요하지 않다. 그는 장악을 할 줄안다. 아마 PD는 강호동을 믿고 이번 기획을 해보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만약 유재석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유재석을 훨씬 더 좋아하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조율에 능통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하긴 그래도 유재석이라 잘 하긴 했을 것 같다.)

시청자와 함께한 1박2일은 덕분에 대박을 쳤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면서 예측되지 않은 정형화되지 않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중간에 고기집에 가서 고기를 먹고 온다던가, 딱밤태후가 등장한다던가,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와 끼를 가진 소녀들이 등장한다던가 하는 이야기 거리를 풍성하게 전달해 줬다.

이게 여행아닌가?

이렇게 1박2일은 시청자를 통해 여행의 설렘과 재미를 되 찾아 왔다. 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3. 패밀리가 떴다. - ????

패밀리가 떴다 가 가진 컨셉은 시골에 가서 일을 거든다는 것이지만 실제 컨셉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작품은 '도전', '여행'이라는 테마가 있기 보다는 매우 오래동안 사랑을 받아 왔고, 매우 오래동안 인기를 받아왔던 '시트콤'의 형식을 따왔을 뿐이다.

시트콤은 캐릭터의 설정과 상황을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형태를 의미한다. 우리에게도 많은 재밌는 시트콤들이 있었으니 구태여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패밀리가 떴다는 캐릭터의 설정과 관계 설정이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그래서인지 패떴 대본이 공개되고 나서는 그게 크게 문제가 되었었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은 이 작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며칠전 김수로씨께서 이게 다 연기일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작품은 시트콤의 형식을 따 왔지만 절대로 시트콤이 아니다. 시트콤의 형식을 리얼 버라이어티로 옮겨 오면서 이 작품은 작가가 내용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내용을 이끌어 가게끔 했다.

이것이 재미있게 되기 위해서는 1. 캐릭터 설정 2. 관계설정 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중요한 것은 '출연자들의 내공'이다. 그 이후부터 완전히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이효리, 유재석의 동반 출동은 이 작품이 분명 시간이 지나면 뜰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증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이 없었다.

이 프로그램이 캐릭터와 관계 설정이 끝난 이후부터 엄청나게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을 그 증거보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시트콤 형식의 문제에 있다. 보통 시트콤은 한 편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들이 합쳐지면서 큰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계속 재밌고 궁금함을 유발시키고 인기를 지속시키게 되는데, 패밀리가 떴다는 그것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한편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긴 하지만 그것이 큰 이야기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쉽게 지루해 질 수 있다. 위험의 싹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작품의 인기는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은 지금처럼 방송을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어느순간에 식상한 순간이 온다. 문제는 바로 그 순간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패밀리가 다른곳으로 뜨는 것일거다. 하지만 이것도 분명 태생적 한계는 보인다. 아직은 예측일 뿐이지만 이 작품은 철저하게 출연자의 내공에 기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마저도 위험하긴 하다. 구축해놓은 캐릭터가 다른 활동을 이유로 빠졌을 때, 개성강한 또 다른 캐릭터가 나와 줄 수 있느냐도 역시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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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끝낸 1박 2일과 무한도전, 그리고 진화과 곧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패밀리가 떴다. 과연 이 들 프로그램이 얼마나 오래 우리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대된다. 그리고 그들의 다음 진화가 사뭇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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